터키發 금융위기 아시아 덮치나…中·印尼 `빨간불`
중국, 美와 무역전쟁 피해에
부채비율 GDP 3배로 급증
印尼서도 자금이탈 가속화
경상적자에 루피아화 8% 빠져
잘나가던 인도, 고유가에 발목
- 김덕식 기자
- 입력 : 2018.09.16 17:30:59 수정 : 2018.09.16 18:
터키와 아르헨티나발 신흥국 경제위기가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경고가 일고 있다. 일부 신흥국 위기가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대형 금융위기로 전염될 가능성에 국제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 국가 중 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부상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피해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계속 늘어나는 공공·민간 부채가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간)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과 달리 아시아 각국은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갖췄지만 중국의 과도한 부채 비율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금융협회(IIF)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95%였던 중국 부채 비율은 올해 2분기 299%까지 급증했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큰 경제적 타격을 받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외부 충격에 대응해 무려 4조위안(약 653조원) 규모 재정을 투입한 부양책으로 뚜렷한 경기 후퇴 없이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꾸준히 증가한 부채가 중국 경제에 대한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하이빈 JP모건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의 경제·부채 규모, 방대한 국제 금융 연결망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에서 부채 문제가 불거지면 세계 다른 곳으로 위험이 신속하게 전이될 수 있다"며 "중국이 다음 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비은행권 대출과 `그림자 금융`이 증가하면서 중국 부채 질도 한층 나빠졌다고 SCMP는 보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형 은행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험, 펀드사, 개인 간 대출(P2P), 소형 대부업을 통한 우회성 대출이 급증한 탓이다. 이 같은 부채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집권 이후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에 초점을 둔 경제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과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 둔화에 직면하면서 중국 당국은 디레버리징 강도를 조절했다.
금융시장에서도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표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연초 고점 대비 25% 추락하면서 폭락 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홍콩 증시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서 약세장(베어 마켓)에 접어들었다.
인도네시아 역시 신흥국 위기에 전염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지목된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무역수지 적자 확대와 막대한 규모 외채가 투자자들의 불안을 사고 있다. 지난 2분기 인도네시아 경상적자는 GDP 대비 2.36%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2분기 이후 3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최근 수입 화장품·자동차 등 소비재 1147개 품목에 부과하는 관세를 품목당 7.5~10%로 인상했다. 수입을 억제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올 들어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달러 대비 8% 넘게 빠졌다.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무역전쟁 파고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던 인도 역시 최근 유가 상승에 발목이 잡혔다. 원유 수입 대금으로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지난 7월 무역적자가 5년 만에 가장 큰 180억달러로 확대됐다. 올 2분기 경상수지 적자도 GDP의 2.4% 규모인 158억달러로 늘어났다. 루피화는 1월 초 달러당 63∼64루피 선에서 움직였으나 최근에는 역대 최고 수준인 72.9루피까지 상승하는 등 루피화 가치가 11%가량 추락했다. 결국 인도 정부는 환율 방어와 경상수지 적자 축소를 위한 수입 감축 대책을 15일 발표했다. 아룬 제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우선 비핵심 분야 수입을 줄일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80억∼100억달러 규모 달러 유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흥국 위기를 촉발한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주 기준금리를 17.75%에서 24%로 대폭 인상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지 못하고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앙은행의 인상 폭은 상당했다"며 "지금은 내 인내심의 시기이지만,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금리 인상에 대한 불쾌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최근 초긴축 정책에도 페소화 가치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페소화는 50% 넘게 폭락했다.
유럽과 남미뿐 아니라 아시아마저 위기 전염 가능성에 휩싸인 가운데 미국이 이달 말 한 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신흥시장은 또다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 강세로 인해 신흥국 각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25∼26일 기준금리를 2~2.25%로 인상할 것이 유력시된다.
[김덕식 기자]
9.13부동산대책] 전문가들 "대출규제 과하다..서민들 피해 클 것"
"8·2대책 못지 않은 고강도 규제책..실수요자 피해 예상"
"중장기적 집값 안정 효과 적을 듯..시장 혼란 부추길 것"
- 기사입력 : 2018년09월13일 19:26
- 최종수정 : 2018년09월13일 19:52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정부가 13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에 대한 비판론이 들끓고 있다. 투기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췄던 지난해 8·2 대책과 달리 이번에는 투기수요는 물론 실수요자에게도 규제의 칼날을 들이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데 따라 집없는 서민들이 가장 피해를 많이 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부동산 전문가 및 실수요자들은 이번 부동산 종합대책에 포함된 전세자금 대출규제로 실수요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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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 하고 있다. 2018.09.13 leehs@newspim.com |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안정 효과가 적고 시장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주택담보대출 중 50%는 생계형 대출인데 전세자금대출도 상당수는 생계형 목적일 것"이라며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서민 경제가 파탄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는 규제는 중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그러면 임대료가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부세 부담이 증가할 경우 어떤 지역은 집주인이 세입자한테 (임대료를 인상해) 조세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양도세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 (면제를 위한 거주요건 기간이 늘어나서) 물량이 더 잠길 것"이라며 "이는 주택공급이 더 부족해진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정책이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억제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인 가격 안정 대책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남수 신한은행 도곡PWM 팀장은 "이번 정책은 공급 확대책은 없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양도세) 강화만 있다"며 "집값을 잡으려면 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매물이 나오게끔 유도할 만한 조치가 안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집값에 약간 충격은 생기겠지만 3~6개월 지나면 결국 정책 효과가 줄어든다"며 "추석이 지나면 (집에 대한 관심이 더 몰리면서) 집값 상승폭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정책의 파급력이 지난해 8·2대책 못지 않게 막강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이번 정책은 전방위적인 측면에서 이뤄진 고강도 규제책"이라며 "수요자들에게 민감한 종부세와 양도세, 대출과 금리, 신규 주택임대 규제를 담고 있어 지난해 8·2대책 못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똘똘한 한 채'에 몰리는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도 양도세 혜택 요건을 강화하고 종부세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이 특징"이라며 "1주택자라도 보유와 실거주를 엄격히 구분해서 조정대상 지역에 실제 거주할 목적인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양도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임대사업은 이전까지 신종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이번 정책에서는 주택임대사업 신규 등록자에 대한 대출과 세제 혜택을 대폭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실수요자들은 정부의 전세자금 대출 규제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A씨는 "결혼하기 위해 집을 구하는 상황에서 이 정책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2억원 이상부터 전세자금 대출을 40%로 규제하면 (나 같은 사람은) 월세로 가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가 왜 1주택자와 1주택자가 되려고 하는 전세 수요자까지 규제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세 이전을 계획했던 B씨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 전세대출까지 옥죄는 것은 좀 과한 것 같다"며 "(전세자금 대출이 어려워지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택 월세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다주택자 및 주택 보유자들은 양도세 부담 때문에 단기에 매물을 내놓기 어려울 것 같다"며 "집값이 잠시 진정될 수는 있어도 경기가 꺾이고 경매시장에 물건이 쏟아지기 전까지는 매물이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요 선진국들의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지금이라도 부동산 경기 과열을 진정시켜야 향후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C씨는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주요 도시에서 부동산 지수가 조정을 받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서울 주요지역만 오를 뿐 지방은 미분양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부동산 경기 과열을 잠재워야 나중에 경기가 꺾였을 때 타격이 적을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를 억제하는) 정부 정책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ungsoo@newspim.com
中에 추월당한 제조업·가계빚은 2배…안으로 곪는 韓경제
동력 잃은 한국경제 10년
구조개혁 실패 성장률 내리막
수출 늘었지만 반도체 착시
韓美금리 역전…자본유출 우려
- 연규욱, 문재용 기자
- 입력 : 2018.09.06 17:51:39 수정 : 2018.09.07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소용돌이를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위기에서 벗어났을 뿐 한국 경제의 문제점은 점점 안으로 곪아 왔다. 지금 한국 경제는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의 개구리 신세에 처해 있다.
물이 펄펄 끓는 위기 상황은 아니지만 정부, 기업, 가계가 마치 서서히 온도가 높아지는 물속에 잠겨 있는 개구리처럼 위기 징후를 그대로 둔 채 허송세월하고 있다.
정부는 규제 완화, 4차 산업혁명 육성 등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조개혁에 실패한 기업은 생산성이 떨어진 채 반도체만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10년 새 두 배로 불어난 가계부채와 더욱 벌어진 빈부 격차는 한국 경제 위험도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위기 직후 0%대로 곤두박질친 성장률은 2010년 6.5%를 기록하며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경제의 구조개혁이 없어 성장률은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3.8%(2006~2010년)였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 경제의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해 물가 상승 없이 최대한 이룰 수 있는 성장치를 의미한다. 한은은 지난해 초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3.0~3.2%(2015~2018년)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6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잠재성장률이 연평균 2.8~2.9%(2016~2020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0년 새 잠재성장률이 1%포인트 사라진 셈이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경제 전체의 체질 개선, 즉 구조개혁이 필수다. 이명박(MB)정부와 박근혜정부, 문재인정부 모두 규제 완화 같은 구조개혁을 외쳤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노동시장 유연성은 박근혜정부 때 `시늉`에 그쳤을 뿐 문재인정부에서는 올스톱된 상태다.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투입 대비 효과는 낮은 편이다. 역대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등 임시방편으로만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올해도 정부는 3.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연초에 예측했다. 하지만 추경 3조8000억원을 편성하고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성장률을 2.9%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IMF는 한국 정부에 "경기가 좋은 지금이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올해 초에도 IMF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과 효율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정부는 구조개혁보다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소득주도성장에만 속도를 냈다.
특히 수출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제조업 경쟁력은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다.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에서 발표하는 CIP(Competitive Industrial Performance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은 이미 2015년 중국에 역전당했다. 2009~2014년 줄곧 4위를 유지하다가 2015년 5위로 하락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철강과 조선업은 불황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역시 글로벌 무대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만이 버티고 있으나 이 역시 중국의 기술 개발로 추격을 당하고 있는 모습이다. 제조업은 반도체 `외끌이`로 버티고 있다.
가계부채는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 늘며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기 뇌관으로 부각됐다. 2007년 665조4000억원이었던 가계부채는 10년 뒤인 2017년 1450조8000억원으로 치솟았다. 올해는 1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65%를 넘으면 위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이미 2014년에 84%를 넘어섰고, 현재는 97.5%로 거의 100%에 육박하고 있다.
한미 간 `금리 역전` 상황 때문에 한은이 올해 안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높아져 가계부채 문제는 앞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이 돼 버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지난 8월 한은이 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양국 간 금리 차는 0.75%포인트까지 벌어질 전망이다.
2000년대부터 진행된 기업과 가계 간 양극화는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됐다. 세계화·자동화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지만, 한국에서는 불평등이 유독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총소득(GNI)에서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만 해도 17.3%에 그쳤지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2%까지 치솟은 후 2017년까지도 20.2%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에 따르면 1995~2016년 한국의 기업소득 증가율은 가입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연규욱 기자 /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흥국 10년만에 다시 위기…자본유출 → 통화·주가 급락
아르헨·브라질 등 중남미서
8월에만 31억달러 돈 빠져
- 장용승, 김덕식 기자
- 입력 : 2018.09.06 17:55:54
◆ 끝나지 않은 금융위기 10년 ① ◆
2008년 9월 7일 미국 정부가 양대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안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 딱 10년이 됐다. 주택시장 버블 붕괴라는 원인 제공자였던 미국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지만 신흥국에서는 최근 들어 위기가 다시 점화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던 미국이 올 들어 다시 돈을 거둬들이는 긴축에 들어가자 그에 따른 충격으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하며 경제위기가 재연되고 있다.
6일 국제금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아르헨티나·터키·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의 주가와 통화가치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주가는 모두 연초 대비 51.4% 급락했다. 브라질과 남아공 주가도 17~18% 빠졌다. 신흥국 주가가 급락하면서 약 800개의 신흥국 주요 기업 주가로 구성된 FTSE 신흥국 지수는 5일(현지시간) 하루 동안에만 1.7% 하락하며 작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FTSE 신흥국 지수는 올 들어서만 20% 이상 떨어져 본격적인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 신흥국 주식시장 약세는 외국 자본 이탈에 기인한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동안에만 중남미에서 31억달러(약 3조4800억원)의 외국 자본이 유출됐다. 외국 자본 유출로 신흥국 통화도 급락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통화가치는 올 들어 52.3% 하락했고, 터키도 42.5%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터키와 아르헨티나의 위기로 촉발된 신흥국 위기가 다른 국가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헝가리·필리핀·폴란드 등 나라들도 주가와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한국도 연초 이후 주가(-7.1%)와 달러 대비 원화값(-4.7%)이 하락하면서 신흥국 위기 전염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드와이포 에번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마켓 애널리스트는 FT에 "투자자들은 이제 나라별 문제보다는 경제가 취약한 나라들로의 전염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9월 말 금리를 올리며 긴축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신흥국 시장의 위험은 더 커질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2008년 발발한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제로금리 정책`을 펼치는 한편 막대한 규모의 국채 등을 매입하며 시중에 돈을 풀었다. 이로 인해 저금리 등 좋은 조건에 달러·유로를 차입할 수 있었던 신흥국들이 부채를 대거 늘리면서 부채위기에 빠졌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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