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레 오직 한 가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뒤골목 어딘가 발자국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두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 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품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취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김지하 19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