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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레 오직 한 가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 아직 동트지 않은 뒤골목 어딘가 발자국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두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 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품 ​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취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 김지하 1975. ******..

스크랩/시 2020.12.17

귀거래사.전적벽부.부처.청춘(새무얼 앨만)

귀 거 래 사 / 도연명 돌아가리라.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지금까지는 고귀한 정신을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버렸다. 어찌 슬퍼하여 서러워만 할 것인가. 이미 지난 일은 탓해야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앞으로 바른 길을 쫓는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인생길을 잘못 들어 헤맨 것은 사실이나, 아직은 그리 멀지 않았다. 이제는 깨달아 바른 길을 찾았고, 지난날의 벼슬살이가 그릇된 것이었음을 알았다.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바람은 한들한들 옷깃을 스쳐가네. 길손에게 고향이 예서 얼마나 머냐 물어보며 새벽빛이 희미한 것을 한스러워한다. 마침내 저 멀리 우리 집 대문과 처마가 보이자 기쁜 마음에 급히 뛰어갔다. 머슴아이 길에 나와 나를 반기고 어린 것들이 대문에서 손 흔..

스크랩/시 2017.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