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이슈 칼럼 담론

[김세형 칼럼] 중국 눈치보기, 한국이 치르는 대가 20200228

doll eye 2020. 3. 3. 17:12

 

김세형 칼럼] 바이러스 전염병이 폭발하면 무조건 감염원부터 차단하고 봐야 한다는 게 의사, 질병본부장 등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니까 미국, 이스라엘처럼 "중국 경유 외국인 입국 no!"라고 단호하게 했더라면 세계 2등 전염병 창궐이란 불명예도 없었으리란 얘기다.

국민 여론은 갤럽 조사에서 전면 차단 64%, 차단 불필요 33%로 답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중국인 입국 차단 no!"로 처음부터 정반대의 원칙을 정한 것 같다.

초기 정세균 총리나 민주당 측 인사들은 "중국에 수출 25%, 수입 20%를 의존하는 판에 문을 잠그면 중국이 보복할 텐데 뭘로 감당하나"는 말을 했다.

한국의 사드(THAAD) 배치로 중국이 한류 진출 금지, 중국인 한국 관광 제한, 롯데 규제 등이 뒤끝 작렬인 걸 보고 더 화(禍)를 키우지 않기로 한 것 같다.

더욱이 시진핑 주석의 3월 방한이 성사되면 한류 규제 완화, 덤으로 남북관계 호전을 얻어내면 4·15 총선을 압승한다고 계산했을 것이다.

여권은 설마했겠지만 현시점에서 보면 설마가 확실하게 사람 잡았다.

청와대는 만약 시계 바퀴를 되돌릴수 있다면 단박에 철커덩 문을 닫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수진영에선 그렇게 보지 않는 부류도 있다.

현 집권세력 내에 이념파들의 중국 모택동 혁명에 대한 끊임없는 향수, 그에 따른 뿌리 깊은 친중 성향이 입국 차단을 반대하는 사상적 본류였다는 시선이다.

나는 누구 주장이 맞는지 모르나 분명한 건 처음부터 문 대통령이 "중국의 어려움은 한국의 어려움"으로 말뚝을 박아버린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비선이나 참모의 건의로 국민 여론에 반하는 결정을 했더라도 총리나 장관, 차관들 중에서 "아니됩니다"며 사표 내고 떠난 사람은 없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게 대처한다(추미애 법무), 중국에서 온 한국사람이 문제(박능후 보건), 중국 유학생도 우리 대학생(유은혜 교육) 등의 아부성 발언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감염 확산으로 경제가 쑥대밭이 되고 증시가 폭락하자 성난 민심은 문재인 탄핵청원에 130만명 이상 달려갔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가 3월 중순이면 잡힐 걸로 보고 금리 동결을 했지만 전 인류 30~40%가 감염될 것이란 미국 학자의 불길한 전망도 있다.

빌 게이츠가 향후 인류는 핵전쟁보다 바이러스에 의해 절멸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했듯 이런 악몽은 앞으로도 또 닥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코로나19 발병 직후부터 과정을 다시 한번 복기하고 향후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중세의 페스트, 1918~1920년 스페인독감은 각각 5000만명의 희생을 불러 1·2차대전을 합친 사망자보다 더큰 피해를 냈다.

한국이 중국 눈치보느라 끝내 중국 눈치를 보는 장면을 세계는 '한국의 핀란드화(化)'에 비유했다.

그것은 1939년, 1941년, 1944년 세 차례에 걸쳐 러시아가 핀란드에 쳐들어가 10만명 이상 사망자를 낸 전쟁이 촉발했다.

소련이 핀란드를 3번 약탈당할 때 도와준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

핀란드는 영국 프랑스 스웨덴 미국 4개국에 긴급 SOS를 쳤다.

소련의 침공으로 죽어가는데도 핀란드는 구원의 손길이 올까봐 정말로 오랫동안 버텨 3차례 전쟁에서 소련군 50만명을 죽일 정도로 잘 싸웠으나 소용없었다.

그래서 싹싹빌어 생존하기로 전략을 바꾸자 세계는 '핀란드화'란 말을 지어내 불렀다.

경멸의 용어다.

만약 세계 최강 미국이 핀란드를 도와 군대를 보내 미군이 주재하고 함께 전쟁했더라면 소련도 핀란드를 괴롭히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은 6·25 때 미군과 함께 전쟁을 했고 지금은 한미동맹이란 굳건한 장치가 있다.

그러니까 중국 눈치 보느라 설설 길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전염병이 닥치면서 국가가 국민에게 해줄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가를 새삼 묻게 된다.

경제의존도를 감안해 중국인 입국을 차단 말고 국민의 안전, 생명 위협을 감수하는 것? 아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제1의적 의무는 생명의 안전이다.

역설적이게도 중국이 한국에 이번에 가르쳐준 말이다.

한국의 확진자가 중국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중국 지방정부가 한국 방문객 입국을 거절하며 "외교보다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다. 이건 배은망덕이 아니다"고 했다.

국민이 살고난 다음 경제, 문화 같은 게 있는 법이다.

그것을 확실히 보여준 나라가 이스라엘이었다.

이스라엘은 작년에 한국과 FTA를 체결한 전통의 우방이다.

그런데 한국 성지순례단에서 코로나 확진이 발견되자 두말 않고 텔아비브에 도착한 대한항공 비행기를 돌려보냈다.

이미 도착해 있는 1300명을 이스라엘 자체 항공기에 태워 한국에 실어다 놓고 군말 없이 돌아갔다.

한국이나 승객들에게 돈을 달라는 말도 전혀 하지 않았다.

이것이 이스라엘의 모습이고 모범답안이다.

중국 코로나 사태에서 문을 닫았다고 보복한다면 전 세계가 중국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은 어떻게 했는가.

북한 러시아 몽골 카자흐스탄 베트남 같은 국경을 맞댄 공산일당 독재국들은 한 치도 망설임 없이 문을 닫아 걸었다.

그 결과가 뭔가. 감염자도 거의 없고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

한국이 정답의 선택을 외면한 이유는 일부 우파들이 주장한대로 친중친북-반미반일의 사상적 토대가 그 원인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다만 시진핑 조기 방한을 통해 총선에서 득점 요인이 되고자 했던 욕망은 분명 작용했다고 본다.

다시 말하지만 전쟁이나 전염병 폭발 시 국가의 역할은 국민의 생명 안전이 으뜸이고 경제는 그다음이고 선거는 그다음 다음이다. 

 

모범답안을 지키지 않은 1차적 대가는 혹독한 인명 참사와 경제활동 마비에 따른 실물경제 추락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분기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 했다.

경제가 추락하면 영화 기생충에서 보듯 못사는 하위계층의 삶이 가장 비참해진다.

문 대통령-시진핑의 통화가 이뤄진 직후 트럼프는 "빌어먹을 기생충에 아카데미상을 줬다"고 욕지거리를 해댔다.

시진핑이 연설하면서 일본 하면 아베를, 한국 하면 문재인 대통령을 떠올릴 텐데 거기에다 대고 빌어먹을이란 말을 한 것이다.

이어 한미방위조약 협상에서 양국 국방장관은 싸우다시피했다.

베이징 한인 밀집지역에 ‘마스크 착용’ 현수막 중국 산둥성의 한 아파트 관리직원이 지난 26일 단지 입구에 ‘한국·일본에서 온 사람의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이 적힌 안내판을 세우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연합뉴스
▲ 베이징 한인 밀집지역에 ‘마스크 착용’ 현수막 중국 산둥성의 한 아파트 관리직원이 지난 26일 단지 입구에 ‘한국·일본에서 온 사람의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이 적힌 안내판을 세우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중국에 핀란드처럼 당하지 않으려면 우리에게 굳건한 한미동맹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악화되는 것으로 보이는 한미관계는 걱정스럽다.

중국은 코로나 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세계 패권국가를 꿈꾸기에는 부족한 진면목을 이번에 많이 보여줬다.

바이러스 출현의 진실을 알린 의사 리원량을 가두어 죽게 하고, 코로나 사상자 숫자 발표에서 투명성이 없었다.

중국이 세계에 큰 피해를 끼쳤으므로 사과해야 한다는 말을 SNS에 올린 앵커는 뭇매를 맞았다.

코로나는 천재(天災)인데 왜 사과해야 하는 것이냐, 그러다 세계에 공격의 빌미만 준다고 떠들었다.

그게 천재였나 인재(人災)였나.

한국은 입국 문호를 열어놓고 마스크 수백만 장을 보내고 '중국=한국의 어려움'으로 설레발쳤으나 한국의 확진자가 늘어나자 중국 내 한국인 집에 경고문을 붙여놨다.

그러면서 이건 배은망덕이 아니라고 했다.

꼭 아큐(阿Q)정전을 다시 꺼내 읽는 것 같다.

이번 사태에서 건진 하나의 수확이라면 중국인의 DNA를 재확인한 것 아닐까.

더욱 놀라운 것은 중국 사스(SARS)퇴치의 영웅 중난산(鍾南山)이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지 모른다.

현재 외국에서 일련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

넌지시 한국임을 암시하는 말 같다.

자신의 허물을 남에게 은근히 떠넘기는 음흉성이 보인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 중국에서 공장을 빼려는 서방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 중국 경제는 쪼그라들고 미국과의 경쟁에서 영원히 낙오할 수도 있다.

한국은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 의존도를 어떻게 낮출지 강구할 일이다.

일본과 반도체·소재·부품 수출규제로 싸울 때 문 대통령은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게 기억나는가?

한국에 입국제한을 한 나라가 50개국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트럼프, 시진핑이 한국을 홀대하는 걸 보고 도토리만 한 나라들도 한국을 가랑잎처럼 흔들어대는 것이다.

심지어 베트남도 한국인 입국금지를 따져보고 있다.

2020년에 팬데믹으로 기록될 중국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이 세계에 재앙을 뿌린 2위국으로 오명을 남기는 게 가슴 아픈 일이다.

일찍 중국에 문을 걷어닫고 필경 우한에서 전염병을 묻혀온 신천지 신흥 종교인들을 식별해냈더라면 이런 환란은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중국 눈치 보기로 경제적 손실 1분기 GDP가 -0.4%라면 그것만으로도 약 50조원은 된다.

이 손실도 아프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품격이 떨어진 게 가장 아픈 대목이다.

[김세형 고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