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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Ando Tadao),mk

doll eye 2020. 2. 29. 12:23

안도 다다오(Ando Tadao)는 어떻게 스타 건축가가 됐나?

  • 효효
  • 입력 : 2020.02.28 06:01

       

[효효 아키텍트-24] 스타 건축가(star+(ar)chitect) 안도 다다오(1941~)는 파리의 옛 증권거래소 건물의 막바지 개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건물은 18세기에 지어진 문화 사적 '부르스 드 커머스(Bourse de Commerce)'다. 억만장자 프랑수아 피노(Francois Pinault) 케링그룹 명예회장(1936~)이 안도에게 설계를 맡겼다.

지름 40m에 달하는 뻥 뚫린 원형 공간에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워 전시장 7개와 블랙박스 공연장을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6월이면 5000점에 달하는 피노 컬렉션 중 골갱이들이 이 현대 미술관에 가득 차게 된다. 퐁피두센터와 루브르 박물관이 지근거리에 있다.

안도는 설계 과정에서 로마의 판테온(Pantheon)을 염두에 두었다. 젊은 시절부터 시차를 두고 느꼈던 천장에서 들어 오는 빛, 43m나 되는 구(球) 형상 공간과 균형 잡힌 형태, 공간에 넘쳐흐르는 찬미가의 울림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인근에 있는 퐁피두센터는 1972년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 1933~)와 렌조 피아노(Renzo Piano, 1937~)의 공동 프로젝트가 국제 공모에 당선되어 1977년 2월에 문을 열었다. 루브르는 이오 밍 페이(Ieoh Ming Pei, 1917~2019)가 설계했다. 안도 다다오는 퐁피드와 루브르와 자연스럽게 비교되기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안도 다다오는 고졸 출신에 일본 오사카의 거친 환경에서 자랐지만 건축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포기할 수 없었다. 대학도, 건축 전문대도 못 가서 스스로 길을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여행을 통해 독학하였다. "지옥으로 가나, 왕좌로 가나 홀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올해 아카데미상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기생충'의 가장 강력한 경쟁작으로 꼽혔던 영화 '1917'에서 극중 에린무어 장군(콜린 퍼스)이 임무 수행을 위해 떠나는 스코필드(조지 매카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에게 한 말이다. 1963년 혼자만의 여행을 했다. 오사카에서 시코쿠, 규슈, 히로시마를 돌아 북쪽 기후에서 도호쿠까지. 단게 겐조(1913~2005)가 1954년 준공한 히로시마 평화 기념관을 밤에 방문했을 때 필로티 너머로 원자탄이 폭발하는 돔 형상을 보았다. 살아 있는 그 공간의 위력에 건축이 가지는 힘을 알게 되었다. 스물네 살 때인 1965년 7개월에 걸친 유럽 건축 여행은 왕좌로 가는 길이었던 셈이다.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 /사진=wikipedia
▲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 /사진=wikipedia
1976년에 지은 첫 번째 출세작인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은 세 집이 연결된 한가운데를 들어내고 정면 두 칸(3.6m)과 측면 여덟 칸(14.4m)으로 콘크리트 상자를 삽입한 단순한 구성이다. 평면을 3등분해 그 중앙에 중정을 두었다. 창문 하나 없는 외벽을 콘크리트로 마감하여 내부를 바깥과 격리했다. 빛이나 바람 등 자연 요소를 모두 중정을 통해 들어오게 하였다. 2층 방은 다른 방으로 가려면 중정을 가로질러야 한다.

롯코 집합주택 /사진=flickr
▲ 롯코 집합주택 /사진=flickr
효고현 고베시 '롯코 집합주택'은 롯코 산맥 기슭의 한 주거 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대지는 남향으로 60도 경사져 있어 오사카만에서 고베항까지 경관이 한눈에 펼쳐진다. 안도는 이 대지에서 건물이 자연과 관계를 맺는 방법에 관한 접근을 시도했다. 경사를 올라가면서 의도적인 여백을 두었다. 여백들은 서로 호응하면서 건물 전체를 연결하고 동시에 광장 기능도 한다. 모든 가구에는 테라스가 있고 다양한 전망이 펼쳐진다. 불규칙한 지형에 따라 비대칭 구조물이 형성되고 각 가구는 다양한 형태를 지니게 된다. 이 집합주택은 외부 도로에서 곧장 각 가구로 진입할 수 있다. 1단계는 1978~1983년, 2단계는 1985~1993년, 3단계는 1992~1999년에 걸쳐 건축했다.

물의 사원이라 불리는 혼푸쿠지(本福寺)(1989~1991)는 사원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권위의 상징이기도 한 지붕을 없애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다. 연꽃으로 상징하는 둥근 연못 아래에 법당이 있다. 해넘이 때는 실내의 붉은 칠 마감과 어우러져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안도 건축은 진입 시퀀스가 상당히 중요하다. 들어가는 입구의 장면과 그다음 장면과 그다음 장면이 연속되어서 전체적인 공간의 심상이 완성된다. 기다란 노출 콘크리트 벽을 따라 걸으면 벽이 끝나는 지점에서 갑자기 수련 연못이 펼쳐진다. 원주 뮤지엄 산도 벽 끝에 건축물이 나타나고 그 배경에 바람에 파장을 그리는 물과 하늘이 펼쳐진다. 수련 연못 가운데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연못 아래가 사원이다.

안도는 1995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하였고, 1997년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도쿄대학 공학부 건축학 전공에 설계 담당하는 교수로 임용되었다.

일본 혼슈와 시코쿠 사이 바다와 주변 해안 지역을 가리키는 세토 내해. 가가와현 가가와군 나오시마(直島)를 비롯한 이곳 섬들에서는 2010년부터 3년마다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국제 예술제가 열리고 있다. 2016년 예술제에는 100만명 넘게 다녀갔다. 예술제 성공 뒤에는 경영자 후쿠다케와 안도 다다오가 있다.

지추미술관 /사진=wikipedia
▲ 지추미술관 /사진=wikipedia
안도는 베네세그룹 후쿠다케에게 나오시마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 2000~2004) 설계를 의뢰받을 때 이 섬에 사람들이 올까 의구심을 가졌다. 후쿠다케는 구사마 야요이 등 현대 미술가들을 불러들였다. 안도는 "건축은 밖에서 형태가 안 보이는게 좋다. 풍경을 가리니 외형보다 내부에서 체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지하에 공간을 냈다. 2010년 개관한 이우환 미술관은 안도가 나오시마에 설계한 일곱 번째 건축이다.

원주 '뮤지엄 산(SAN)'은 '자연(Nature)'과 '예술(Art)'이 있는 '공간(Space)'의 머리 글자를 따서 지었다. 뮤지엄 산은 2005년 안도가 뮤지엄 용지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가늘고 길게 이어진 산 정상을 깎은 듯한, 아주 보기 드문 땅에)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아늑함'이라는 인상이 설계 콘셉트로 잡혔다.

8년이 지나 뮤지엄 산이 개관했다. '산상山上'이라는 고유 지형에 순응하며 웰컴센터, 플라워 가든, 워터 가든, 본관, 명상관(2019), 스톤 가든, 제임스터렐관으로 이어지는 전체 길이 700m로 이루어져 있으며, 'Box in Box' 콘셉트의 건물과 주변 자연의 조화를 중시했다.

[프리랜서 효효]

참고 : '안도 다다오-건축의 누드 작가' 임채진, '슈퍼 컬렉터' 이영란, '안도 다다오 일을 만들다' 안도 다다오,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안도 다다오, 영화 '안도 타다오(Tadao Ando-Samurai Architect,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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