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경기요인·산업구조변화 복합작용…고용상황 엄중" 직원 둔 자영업자 감소 전환…숙박음식점 취업자 역대 최대폭 감소
경기 둔화 속에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40∼50대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10월 기준 전체 실업자 규모가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취업자 증가 폭은 7월 5천명, 8월 5천명에서 9월 4만5천명, 10월 6만4천명으로 소폭 개선됐지만, 30∼40대 취업자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50대도 증가 폭이 줄면서 고용상황은 계속 좋지 않은 모습이다.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을 구성하는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폭 감소하고 있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수도 감소세로 전환했다.
통계청은 산업이나 인구구조 변화가 고용 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구조적 요인만으로 최근 고용 부진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 40∼50대 고용상황 전방위로 동반 악화…"인구구조·경기요인 복합작용"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0월 실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8.9%(7만9천명) 증가한 97만3천명으로 10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실업자 수는 30대가 1년 전보다 7.2%(1만3천명), 40대는 27.5%(3만5천명), 50대는 23.1%(3만명) 각각 늘었다.
이에 따라 10월 실업률은 3.5%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상승해 10월 기준으로 2015년의 3.6%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10월 취업자 증가 폭은 6만4천명으로 지난 7∼9월에 비해서는 나아졌지만,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24만3천명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30대 취업자는 7만4천명, 40대는 15만2천명 각각 줄어들었고, 50대는 6천명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같은 기간 인구 증감을 보면 30대와 40대는 각각 11만6천명, 11만9천명 줄었고, 50대는 8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30대 취업자 수는 2017년 10월(-2만명)을 시작으로 1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했고, 40대는 2015년 11월(-12만명) 이후 36개월째 마이너스에 빠져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은 흐름을 보면 개선되는 모습이기는 한데, 전반적으로 도소매 숙박음식점업을 위주로 취업자 수 감소세가 계속되고 고용률이 9개월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어 고용상황을 엄중하게 봐야 한다"면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40∼50대를 중심으로 고용상황이 안 좋은 것은 인구 구조적 요인과 경기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산업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쳤지만, 이것만으로 최근 고용 부진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40대는 외환위기 시절 취업한 취약한 세대로 고용상황이 전 산업부문에 걸쳐 지속적으로 안 좋고, 50대까지 숙박음식업, 자영업을 중심으로 악화하면서 고용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30대 취업자 수는 도소매업, 제조업, 전문과학서비스업에서, 40대는 도소매, 제조업, 공공부문을 포함해 전방위로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도 1년여 만에 감소 전환
10월에는 서민 일자리가 많은 숙박·음식점 분야 부진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9만7천명 줄었다. 같은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후 최대 낙폭이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감소 폭은 지난 8월 7만9천명, 9월 8만6천명 등을 기록하며 최근 3개월간 연이어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6월 시작된 마이너스 행진은 1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업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숙박·음식점업의 고용 부진은 자영업자 감소세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 7월 이후 4개월째 10만명 이상 줄고 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도 지난해 8월(-3만8천명) 후 14개월 만에 감소(-4천명)로 전환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증가세인 점을 들며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자영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를 부인한 청와대와 정부 입장을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실업자가 40·50대 중심으로 늘어난 점도 숙박·음식점업과 자영업 경기 부진과 맥을 같이 한다.
◇ "최저임금 정책 부작용 영향…규제 개혁으로 서비스 일자리 늘려야"
전문가들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저성장, 주력산업 쇠퇴 등 구조적 요인을 고용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성장 저하가 지속하면서 기업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둔화했고 관련 고용도 위축되는 모습"이라며 "과거 고용을 흡수했던 전통 서비스업의 여력도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등으로 고용 동력 자체가 약해졌고 음식점 과당경쟁, 온라인 소비 확산 등으로 서비스업 일자리도 줄고 있다는 것이다.
적절하지 못한 정책적 대응이 위기를 키웠다는 분석도 많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은 성장론이 아니라 분배론이었다"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자영업자가 많은 경제에서 최저임금을 주는 사장이 경제적 `을`이라는 사실을 무시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구조적 위험 요인은 지속해서 커졌지만, 정부와 산업계 모두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에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윤창현 교수는 "기업과 스킨십을 늘리고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규제로 서비스 부문 발전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소비가 많이 늘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 개혁 등으로 좋은 서비스에 대한 요구를 해소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A등급 채권이 年5%"…큰손들 몰래 사는 `KP물`
美금리 인상에 외화채권 인기
우리銀 5.25%, 기업銀 3.90% 신용등급 우수…금리도 높아 최소가입금액 20만弗에도 불티
최근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을 크게 앞지르자 미국 달러화로 표시돼 미국 기준 이자율을 제공하는 한국계 외화채권(Korea Paper, 이하 KP물)이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최소 가입 금액이 20만달러이기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이 아니고서는 쉽게 투자하지 못하는 금융상품이지만 우량 회사채이면서도 4~5% 금리를 제시한다는 매력 때문에 PB센터를 중심으로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분위기다.
13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KP물 영구채는 연 5%를 넘는 금리를 제공하는 회사들의 채권이 다수 나와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A1인 우리은행은 연 5.25%를 준다.
이 외에도 기업은행이 3.9%(영구채, 신용등급 AA-), 농협이 3.88%(2023년 만기, 신용등급 A-)로 국내보다 높은 회사채 금리로 KP물이 나와 있다. 은행 외에도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캐피탈, 포스코 역시 3% 후반대의 금리로 KP물을 찾을 수 있다. 현재 한국, 미국 간 회사채의 이자율이 평균 1.3%포인트 이상 벌어진 상황이라 국내에서는 신용등급 `B` 회사채가 제시할 만한 채권 이자를 KP물은 신용등급 `A` 회사가 제공하는 셈이다. KP물은 한국 기업이 달러 등 외화 조달을 위해 외국환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가령 달러 KP라면 달러를 통해 미국 금리를 기준으로 쿠폰(이자)이 지급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미 국채는 1만달러 이상이면 투자가 가능하지만 KP물은 20만달러 이상이어야 투자를 할 수 있어서 진입장벽이 높은 편인데 저위험, 중수익을 찾는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로 투자하고 금리도 달러로 받는 상품이라 안전자산인 달러 자산을 장기 보유하려는 투자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김성봉 삼성투자증권 투자전략센터 자산배분전략팀장은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서 달러 자산 매력 역시 올라가고 있다"면서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싶지만 아직 미국 회사채는 낯선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 한국 기업이 달러로 발행하는 KP물"이라고 말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센터장은 "주식시장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채권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데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 특히 KP물은 높은 수익도 얻으면서도 안정성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투자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2020년 말을 기준으로 기준금리를 3.25~3.5%까지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옴에 따라 KP영구채의 매력도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은 상황이라 KP물 금리가 한국에서 발행하는 회사채보다 낮은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미국 금리 인상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으로 미국 채권 금리가 크게 상승하면서 국내 회사들로선 투자자들에게 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미국에서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구채는 회사가 부도날 경우 상환 순위가 밀리는 후순위 채권이다. 고위험 때문에 이자는 상대적으로 높고 금리도 고정금리가 아니라 미 국채 3, 5년물에 가산금리가 붙는 변동금리 상품이 대부분이다. 만기가 없지만 얼마든지 거래가 가능하다.
다만 거래 시점에 금리가 크게 상승할 경우라면 매매 가격이 떨어져 손실을 볼 위험도 염두에 둬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의 KP물 매입은 주로 은행, 증권사의 PB센터나 고객센터를 통해 이뤄진다. 특정 회사의 KP물을 이미 확보해 놓은 증권사도 있지만 그러지 않았을 경우 고객의 요청에 따라 장외시장에서 중개하기도 한다.
강달러를 예상하고 달러 채권을 보유하려는 수요도 많지만 전문가들은 환차익을 생각하고 KP물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있다고 조언한다. 김 팀장은 "환차익을 생각하고 KP물을 보유하기보다는 이자 수익과 통화분산을 생각하고 미국 금리를 주는 채권을 보유한다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소득주도성장 가속 천명한 청와대…만사`현`통 가능성
경제정책 어디로
靑 "김수현은 정책 설계자 홍남기는 경제 야전사령탑" 탈원전·기업·부동산 규제… 주요 정책 더 좌클릭할 듯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정부서울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 총리실]
경제 쟁점 현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반복해온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격 교체됐다. 이로써 문재인정부 1기 경제팀의 지난한 엇박자 논란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원톱(one-top) 체제`가 확립되면서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드라이브가 브레이크 없이 무분별하게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단기 처방보다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에 무게를 둔다는 점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지론은 맞닿아 있다.
김수현 실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인위적 경기 부양과 결별하는 대신 경제 체질을 튼튼히 하고,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혁신경제와 공정한 시장,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같은 `빅 픽처`를 수시로 제시해왔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이 혁신성장을 가로막아 왔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홍 후보자가 "소득주도성장이 혁신성장과 양자 중에 택일하라는 문제가 아니다"고 못 박았고, 단기 대책보다 경제성장 경로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내년 중 경제지표를 회복해야 하는 정권의 과제도 새 경제팀에 무게감 있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 경제팀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 의무화 기조를 유지하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나 최저임금 차등 적용 같은 부작용 해소 방안을 일부 마련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풀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계나 학계에서 제기해온 이른바 `속도조절론`은 새 경제팀에서 외면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수현 정책실장은 성장으로 빈곤을 해결하기보다는 빈곤을 포함해 고용·실업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해왔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8년 2월 당시 김수현 환경부 차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경제성장에 의해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역사적 경험으로 보면 성장은 빈곤 해소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홍남기 후보자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 수립을 위해 사회적 대화 등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19 대책과 8·2 대책, 올해 9·13 대책 등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을 총지휘했던 김수현 실장이 사회수석실을 떠남에 따라 부동산 규제 정책에 변화가 오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정책총괄 `지휘권`을 거머쥐면서 규제는 더 강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특히 올해 초 헌법 명문화가 유야무야된 이후 잠들어 있던 `토지공개념`이 본격적으로 실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참여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를 설계·도입했던 그는 복귀와 동시에 종부세를 부활시켰고, 9·13 대책을 통해 당초 정부 안보다 강도를 높였다.
부동산 정책 역시 청와대 사회수석실에서 경제수석실로 이관하는 방침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정책의 방향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하지만 김수현 실장이 경제수석까지 총괄하는 자리로 옮기면서 이런 전망이 무의미해졌다. 6·19 대책과 8·2 대책 수립을 전후해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 간 미묘한 힘겨루기가 반복된 것과 달리 새 경제팀에서는 `집값 안정`이라는 문재인정부의 큰 그림에 따라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부동산 대책이 `원 보이스`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작용도 우려된다.
도시재생뉴딜 정책도 속도가 더 붙을 전망이다. 협력이익공유제 같은 논란 속 정책과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재벌 규제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에너지 정책의 아이콘인 탈원전 정책은 큰 변화 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청와대 사회수석실에서 관장하던 원전 업무가 최근 경제수석실로 이관돼 에너지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그럴 가능성이 낮아졌다. 정책실장은 경제수석, 사회수석, 일자리수석 등 3명의 수석을 총괄하는 자리다. 다만 탈원전이라는 기본 밑그림은 완성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어떻게 높여나가느냐로 에너지 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갈 전망이다.
[이지용 기자 / 박용범 기자 / 정석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촘촘해지는 美 대북금융제재…미국내 韓은행 부담 가중"
`세컨더리 보이콧` 현장 목소리
자금세탁방지 기준 강화에 韓 금융사 `과태료 리스크`
전문인력 충원·컨설팅 등 한국계은행 대책마련 고심
"대북제재 美감시에 경각심" "불이익 걱정 안해" 시각도
김대영, 장용승, 노현, 김동은, 서동철 기자
입력 : 2018.11.06 17:
미국 금융당국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준법감시)를 맞추는 과정에서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등을 위해 그동안 하던 금융 업무를 잠시 중단한 바 있습니다. 자체 점검이 끝나면 기존처럼 업무를 재개할 것입니다."
`제8회 글로벌 금융리더 포럼`에서 만난 뉴욕 소재 한국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는 "최근 까다로워지고 있는 미국 정부 내 자금세탁방지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고민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뉴욕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금융회사들은 최근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자금세탁방지 기준이 강화되면서 국내 은행들은 자금세탁방지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해 말 NH농협은행이 미국 뉴욕 금융감독청(DFS)으로부터 자금세탁방지 이행 미흡으로 과태료 1100만달러(약 123억원)를 부과받으면서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커졌다. 자금세탁방지란 금융기관이 불법자금 세탁을 적발·예방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말 미국 재무부가 한국 시중은행들에 대해 콘퍼런스콜을 하는 등 직접 `대북제재 준수`를 경고해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에서 영업 중인 한국 금융회사들에 대한 `감시의 눈`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일단 자금세탁방지 관련 문제에 대해 또 다른 뉴욕 소재 한국 금융회사 관계자는 "미국은 철저히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미국은 자금세탁방지 의무 준수를 강하게 요구하고 검사를 엄격하게 실시해왔다. 또 명백하게 의무 위반 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날 때에만 강력히 제재해왔다. 이러한 제재 대상이 최근 2~3년 전부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은행을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뉴욕 소재 한국 금융인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한국 금융회사 관계자는 "미국 내 컴플라이언스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국 금융회사들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대폭 보완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지 진출 은행들은 점차 까다로워지는 미국 정부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었다. 한국계 은행 관계자들은 "리스크 관리 인원을 충원하고 관리 프로그램 등 시스템을 새로 만들고 있다"며 "외부 컨설팅도 계속해서 받고 있다"고 전했다. 비용은 많이 들지만 과징금을 받거나 제재를 당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 정도 투자는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 이곳 인식이다.
한국 금융회사들에 대한 미국 재무부 감시는 대북제재 완화를 놓고 계속되는 한국과 미국 간 이견으로 인해 좀 더 강화되는 분위기다.
A은행 뉴욕 지점장은 "한국은 북한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으니 이와 관련한 점검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2차 미·북정상회담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미국 재무부 등 실무부서는 아직 대북제재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뉴욕 내 한국계 은행 관계자는 "불법 사실이 확인되면 최악의 경우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인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은 이날 포럼의 사전 세션으로 `미국 자금세탁방지 규제 방향과 금융사에 대한 영향`을 열고 금융당국과 긴밀한 교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Y 파트너들인 마크 새덴버그, 스티브 비아티, 알레한드로 라토레 등은 "외부에서 규제 전문가들을 고용하면 그만큼 내부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이는 또 금융당국과 긴밀히 대화하는 데도 유용하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모두 뉴욕연방준비은행에서 규제 담당으로 오랜 기간 근무했거나 EY에서 규제 대응 업무 등을 맡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강화되는 미국 제재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B은행 미국 법인장은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해 묻자 "경각심은 갖고 있지만 겁내거나 걱정하지는 않는다"며 "한국에서만 미국 금융당국이 한국계 은행에 대한 감시를 특별히 강화하거나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열린 `제8회 글로벌 금융리더포럼`에 참석한 월가 투자 전문가들은 다양한 `대체투자 상품`에 눈길을 돌리라고 조언했다.
대니얼 심코위츠 모건스탠리자산운용 대표는 "상장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 투자 대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며 "한국 금융사도 비상장주식과 대출채권 등 대안 투자처를 찾아야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체투자는 사모펀드, 헤지펀드, 부동산, 인프라스트럭처, 원자재, 스타트업, 각종 신종채권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주식보다는 위험성이 낮지만 채권보다는 수익률이 높다.
심코위츠 대표는 "조만간 금리 인상으로 경기 성장세가 둔화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 상장주식은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채권 또한 가격 하락으로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대체투자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대체투자를 할 때 `비유동성 프리미엄(illiquidity premium)` 전략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이는 시장에서 많이 유통되지 않는 자산에 투자해 고수익을 노리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보다 유통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비상장주식을 급하게 팔아야 하는 보유자는 싼 가격에 팔게 된다.
해당 비상장주식을 장기 보유하려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싼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비유동성 프리미엄을 얻게 된다.
단기 유동성 위험에 노출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커버넌트-라이트 대출`도 대체투자 상품의 한 종류로 각광받을 것으로 제시됐다.
스콧 캡닉 HPS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는 "저금리 시대를 거치면서 기업들 몸값이 실제보다 부풀려졌고 이로 인해 기업들은 더 낮은 이자로 더 많은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었다"며 "하지만 금리가 오르면 부풀려진 몸값이 정상화되고 돈을 빌리기도 어려워지므로 기업들은 단기적 유동성 부족에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에 돈을 빌려주면서 수익 대비 일정 비율로 부채 수준을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커버넌트 대출이 유망하다는 뜻이다.
기업이 은행에서 받은 대출을 마치 채권처럼 거래하는 `뱅크론` 시장도 유망한 투자처로 꼽혔다. 그는 "뱅크론은 일반적인 채권과 달리 가격 하락 위험은 작고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대체투자는 대부분 금융사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생소하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대체투자 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 등 일반 투자자들도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이 월가 전문가들 조언이다.
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제8회 글로벌 금융리더포럼`에서 미국 월가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초대형 경제위기)`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중국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성장률 쇼크와 위안화 가치 급락 등 중국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가 맞물리면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의 대중 통상 관세 부과가 소비자물가 상승, 교역량 위축으로 이어지겠지만 그로 인한 성장률 하락은 미미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최근 투자은행인 JP모건은 대중 무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2%포인트 상승하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한국 경제에 대한 중국 영향력은 미국 경제에 대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의 총수출 중 대중 수출 비중은 24.8%였지만 올해(1~9월) 들어서는 27.1%까지 높아졌다. 역대 최고치다. 말 그대로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리는 셈이다.
미·중 양국 간 관세 부과는 주로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를 통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대중 수출 상당 부분(78.9%)이 중간재인데, 중국의 수입 중간재는 주로 수출용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1980년대 미·일 통상마찰로 일본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이 주춤한 사이 우리 업계가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시장 진출로 자동차와 반도체를 주력 산업으로 발전시킨 사례를 지목했다. 미·중 무역분쟁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오히려 기회로 삼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포럼에 참석한 스콧 캡닉 HPS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 중국은 교역 대상국이자 경쟁 국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미·중 무역전쟁은 위기이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캡닉 CEO는 "미·중 무역협상이 미국 의도대로 중국 시장 개방으로 이어지면 한국 기업에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며 "특히 장기적으로 공급 체인을 재구성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회 요인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뉴욕 현지 금융사 관계자는 "전자제품과 기계류 등 미국 시장에서 한중 간 수출 경합도가 높은 일부 품목의 대미 수출에 반사이익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중국이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해 대미 수입을 늘리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잠식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환율, 재정, 외환보유액 등 거시경제지표가 건전하다고 자만하지 말고 자본 유출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니얼 심코위츠 모건스탠리자산운용 대표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국가별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우선시하는 것은 환율,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지표이지 금리만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한미 양국 간 정책금리 격차가 확대되면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는 한참 못 미친다"며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커지면 투자자들이 한국에 계속 투자하기 어렵고 한국 정부도 자본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만간 다가올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꾸준히 긴축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에 미국 경기 확장 사이클이 마무리되면 세계 경제는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도 비슷하다. OECD는 내년 전 세계 GDP 성장률을 올해(3.7%)보다 0.1%포인트 떨어진 3.6%로 전망했다. 글로벌 경제가 올해 정점을 찍은 후 다시 둔화한다는 얘기다. OECD는 그 원인으로 더딘 임금 상승과 민간 부문의 높은 부채 수준,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정책 등을 꼽았다. 월가 전문가들도 이 같은 인식에 동의했다.
경기 침체 발생 시기로 2020년 또는 2021년을 꼽는 전문가가 많았다.
경기 침체 국면 전환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친기업 정책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증시 하락 등 금융시장 불안정성도 근본 원인은 기업 이익 저하라는 지적이다. 지난 10년간 저금리로 기업 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태에서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우량 기업들도 자금난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별취재팀 = 뉴욕 = 김대영 금융부장(팀장) / 장용승 뉴욕특파원 / 노현 기자 / 김동은 기자 / 서동철 기자]
글로벌금융리더들 "중국發 글로벌 위기 다가온다"
김대영, 장용승, 노현, 김동은, 서동철 기자
입력 : 2018.11.06 17:56:19 수정 : 2018.11.06 20:42:19
◆ 뉴욕 금융리더포럼 ◆
5일(현지시간)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제8회 글로벌 금융리더포럼 에서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는 한미 금융권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해 미국 월가의 금융 정보를 공유하고 한미 금융 네트워크를 돈독하게 구축했다. [뉴욕 = 김동은 기자]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연준발(發) 글로벌 불황이 올 수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분위기가 많다. 중국발 세계 경제 위기론이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제8회 글로벌 금융리더포럼`에 참석한 미국 금융전문가들은 한국이 직면한 대외 리스크를 긴급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을 비롯한 글로벌 긴축도 본격화하는 등 삼중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스콧 캡닉 HPS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경제 침체 조짐에 주목했다. 20여 년간 매년 수차례 중국을 찾는다는 그는 "중국 소비심리가 최근 들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중국 내부에서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꺾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캡닉 CEO는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과도한 부채를 꼽았다.
실제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가 최대 40조위안(약 6490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중 무역전쟁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 국내 금융사 뉴욕지점장은 "미국의 기술 경쟁력 약화 우려나 중국의 세계화 전략 견제 같은 복합적인 요인이 미국의 대중 통상압력 강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미·중 갈등이 조속히 해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소련과 상당 기간 냉전을 벌였던 것처럼 미·중 신냉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자영업자 규모가 커지고 경기 불황에 따른 불안감도 많아지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노란우산공제 몸집도 커지고 있다. 노란우산공제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공적 공제제도다. 가입자가 매월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폐업이나 고령, 사망 등 사유가 발생하면 납입한 금액에 일정액의 이자를 합산해 지급받는 제도다.
5일 노란우산공제에 따르면 올해 말 예상 자산 규모는 약 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7조2997억원에서 1년 만에 2조원가량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노란우산공제 자산은 사업이 시작된 2007년만 해도 57억원 수준에 머물렀지만, 2012년에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뒤 2014년과 2016년 각각 2조6223억원, 5조3667억원을 기록하면서 투자시장에서도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공제회 가운데 자산 규모가 큰 공제회로는 행정공제회(약 11조원), 군인공제회(약 10조3989억원) 등이 꼽힌다.
노란우산공제 성장세가 계속되면 기존 공제회 `강자`들에 크게 뒤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란우산공제 성장 배경은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고 이들의 대출 또한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7년 4014명에 불과했던 노란우산공제 가입자는 2013년 37만9633명을 지나 지난해 말 113만2471명을 기록했다.
박영각 중소기업중앙회 공제산업단장은 "노란우산공제는 법에 따라 자영업자가 폐업하더라도 압류가 금지돼 있어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