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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l eye 2018. 5. 26. 00:29

***Science &] 이지스함·전투기 기술 담은 5G시대 열린다

4차산업혁명 이끄는 5G

  • 원호섭 기자
  • 입력 : 2018.06.22 17: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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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2월 5일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이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100억달러, 우리 돈으로 11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는 경매를 위해서였다.

같은 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시 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게임이론`을 적용해 열린 2㎓(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 경매였다. 우리나라도

2011년 이후 이 같은 주파수 경매가 도입됐다.
최근 막을 내린 3.5㎓와 28㎓ 주파수 경매 낙찰가는 총 3조6183억원에 달했다. 이미 4G 시대에도 달리는 차 안에서 영상통화까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데 굳이 더 빠른 서비스가 필요하냐는 반문도 있다. 하지만 5G는 단순히 이동통신 분야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니다.

홍승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래이동통신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4G가 스마트폰에 집중했다면 5G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가상현실, 지능형 폐쇄회로(CC)TV 등 4차 산업혁명 근간이 되는 기술을 모두 연결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5G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파수 경매에서 볼 수 있듯이 무선통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주파수(전자기파)다. 인류는 목소리를 보다 멀리 전달하기 위해 전자기파를 매개체로 사용한다. 아날로그 신호인 목소리를 디지털 신호로 바꾼 뒤 이를 전자기파에 태워 멀리 보내는 식이다. 전자기파는 단위 시간 일정하게 진동하며 전달되는데, 단위는 ㎐를 사용한다. 1초에 한 번 진동하면 1㎐, 네 번 진동하면 4㎐가 된다. 주파수가 낮을수록 파장이 길어 멀리 전달할 수 있고, 반대로 주파수가 높으면 전달 거리는 짧아지지만 대신 넓은 대역폭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라디오 AM과 FM을 떠올리면 된다. AM은 저주파를, FM은 고주파를 사용한다. 차를 타고 라디오를 들을 때도 경계선을 넘어가면 해당 주파수 송신기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이때 고주파를 사용하는 FM은 `지지직`거리며 잘 들리지 않아 다른 주파수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저주파를 사용하는 AM은 문제없이 잘 들린다. AM 주파수를 선박 간 통신이나 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FM의 장점은 고주파 대역의 넓은 대역폭을 사용해 고음질의 음악 방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역폭이 넓다는 것은 더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전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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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FM 방송은 한 채널당 0.2㎒(200㎑) 대역폭을 사용한다. 만약 107.7㎒ 채널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다면 실제로는 107.5~107.9㎒의 넓은 대역폭을 사용하는 만큼 한 번에 많은 정보 전달이 가능해 고음질의 음악 방송을 할 수 있다. 반면 AM은 대역폭이 0.01㎒(10㎑)로 좁아 고품질 음악 방송에는 적합하지 않다. AM으로 음악을 들으면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많이 섞여서 들리는 이유다.

예충일 ETRI 박사는 "서울에서 부산을 가려면 고속도로가 있어야 하듯이 무선통신을 위해서는 주파수가 필요하다"며 "대역폭은 차선에 비유할 수 있는 만큼 대역폭이 넓으면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파수 대역폭은 무형의 국가 자산으로 오래전부터 방송, 통신, 국방, 재난 등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낮은 주파수(저주파) 대역을 활용하는 응용 분야는 많은 연구가 이뤄졌고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파수 경매는 3.5㎓, 28㎓의 초고주파 대역이었다. 기존 4G가 사용하던 2㎓보다 전파 감쇄가 큰 주파수여서 기술 성숙도나 구축 비용 등에서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기존 저주파 대역은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고속의 데이터 전송을 위한 대역폭 확보가 어려웠다.

4G는 각 통신사가 사용하는 총 대역폭은 20~60㎒다. 하지만 3.5㎓ 대역 경매에서 통신사가 확보한 주파수 대역폭은 80~100㎒로 데이터 트래픽으로 꽉 막히던 고속도로가 2~3배 이상 확장된 셈이다. 특히 이번 주파수 경매에서 통신사에 제공된 주파수 대역은 조각난 4G 주파수 대역과 달리 모두 연결된 대역이어서 여러 개의 1~2차선 국도를 4~5차선의 트래픽 고속도로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김태중 본부장은 "28㎓ 영역은 전파의 직진성과 높은 전파 감쇄 특성으로 전국 기지망을 설치하기 힘들다"며 "트래픽 용량 요구가 극대화하는 밀집지역, 실내 사무공간에서 800㎒의 큰 대역폭을 이용해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5G 표준을 발표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5G 실현을 위한 기술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한다. 기존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를 의미하는 `향상된 모바일 광대역`, 많은 기기의 연결을 위한 `대규모 사물 간 통신`, 마지막으로 통신으로 발생하는 지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고신뢰성 저지연 통신` 등이다.

5G를 달성하기 위해 새롭게 개척된 주파수인 3.5㎓, 28㎓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저주파 대역에 적용되던 기술을 넘어서는 다중 안테나 기술이 적용된다. 넓은 대역폭을 사용할 수 있는 28㎓는 송수신 거리가 증가할 때 전파 전력 감쇄가 심하기 때문에 저주파 통신에서 사용하지 않은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데, 대표적인 기술이 `빔포밍`이다. 빔포밍은 송신되는 전파가 넓은 지역으로 퍼지지 않고 특정 방향으로만 집중되도록 모으는 기술을 말한다. 일반적인 무선 송신기는 안테나가 전파를 모든 방향으로 퍼트리는 만큼 어디서나 수신이 가능하지만 원하지 않는 곳으로도 전파를 보내는 만큼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

홍승은 책임연구원은 "위성TV나 인공위성 통신국, 레이더 등에 사용하는 접시 안테나가 이런 빔포밍 안테나를 적용한 사례"라며 "5G 이동통신에서는 접시 안테나보다 더 진보한 형태인 배열 안테나를 이용해 빔을 형성해서 전파가 더욱 멀리까지 전송될 수 있도록 제어한다"고 설명했다. 주로 전투기나 이지스함 레이더에 적용되던 첨단기술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전송속도를 20Gbps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15GB(기가바이트) 크기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현재 4G에서는 최소 2분이 걸린다. 이 정도 데이터 빠르기가 실현되면 가상현실 애플리케이션(앱)은 물론 시속 500㎞로 달리는 고속열차 안에서도 수십 초 만에 영화를 내려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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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시대 두 번째 특징은 가정에서 생활하는 각종 기기는 물론 의료용 기기까지 수십~수백 개의 사물이 연결된다는 점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몇 개의 블루투스 기기를 연결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5G에서는 1㎢ 내에 100만개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5G를 통해 연결된 사물들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데이터 트래픽과 함께 에너지 소모량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말기와 기지국 간 `시간`을 맞추기 위해 소모되는 데이터 양을 줄이고 일부 기기가 사용되지 않을 때는 휴면 상태로 유지하는 `파형 설계 기술` 등이 적용된다.

5G 시대 세 번째 특징은 고신뢰성 저지연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LTE(LTE-A)에서는 무선 구간에서 최소 20밀리초, 즉 0.02초의 시간 지연이 발생한다. 음성 통화나 인터넷 접속 등을 할 때 이 같은 시간 지연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밀한 기기를 제작하는 공장이나 자율주행차 등은 0.02초 지연에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자동차가 장애물을 발견한 뒤 이를 서버로 보내는 데 0.05초, 방향을 바꾸라는 명령을 받는 데 0.05초가 걸린다고 할 때 100㎞로 달리고 있는 경우 정보 전달 시간에만 자동차는 2.7m 이상을 이동하게 된다. 만약 이 시간 지연이 1000분의 1초로 줄어들면 27㎝만 이동하는 만큼 자율주행차 안전 확보가 가능해진다. 또 5G 연구자들은 단말기 간 직접 통신을 위해 시간 지연을 줄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기존 이동통신 단말기는 통화자가 바로 옆에 있어도 반드시 기지국과 네트워크를 통해 중계되도록 설계됐다. 제주도에 있는 두 사람이 통화를 해도 신호는 서울 기지국으로 들렀다가 다시 전달된다. 하지만 5G에서는 지연을 줄이기 위해 단말기 간 직접 연결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를 통해 촉각 반응 속도인 1000분의 1초로 지연 시간을 줄이면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김태중 본부장은 "5G를 논하고 있는 지금도 ETRI를 비롯한 연구소와 대학은 물론 전 세계 이동통신사업자, 단말 제조업체, 시스템 개발업체 등이 치열하게 5G 기반 기술 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면서 "여러 기술이 함께 적용될 때 진정한 5G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120년 끈 전화발명 특허소송…치열한 이동통신 소송전의 서막?

1876년 2월 14일. 알렉산더 벨은 미국 특허청에 전화 발명 특허를 신청했다. 벨이 특허청을 다녀가고 2시간 뒤 또 다른 발명가인 엘리샤 그레이도 특허청을 찾아 전화 발명 특허를 신청했다. 2시간의 차이가 운명을 갈랐다. 그레이는 1874년부터 전화를 공개적으로 시연해왔고, 벨은 특허를 획득한 뒤에야 실제 전화 통화에 성공했지만 미국 특허청은 빠르게 움직인 벨의 특허를 인정했다. 벨이 `세계 최초 전화 발명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순간이었다. 그 뒤 벨은 전화기 발명과 관련된 수많은 특허소송에서 승소하며 입지를 굳혀나갔다.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메우치도 벨과 특허소송을 했던 발명가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벨보다 21년이나 앞서 전화기를 발명했지만 돈이 없어 임시 특허만 등록한 상태였고 결국 벨에게 전화기 특허권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2002년 6월 미국 의회는 세계 최초 전화기 발명가를 벨이 아닌 메우치로 공식 인정했다.

첫 전화기 발명을 놓고 논란이 많았기 때문일까. 이동통신 분야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특허 관련 소송전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과 애플이 스마트폰을 두고 벌인 특허소송을 비롯해 퀄컴과 화웨이 등 통신장비 기업 간 특허소송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5G 시대 개막을 앞두고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 간 특허전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3년과 2014년 각각 16건, 27건에 불과했던 5G 이동 초광대역 서비스 관련 특허 출원은 2015년 133건을 기록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도 191건이 출원돼 관련 특허 출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허청은 "현재 5G 국제 표준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특허 출원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출원인별 동향을 살펴보면 국내 기업의 출원이 62%로 가장 많았고 국내 대학 및 연구소가 32%, 해외 기업 및 연구소가 6%를 차지해 국내 기업이 5G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기업이 5G 이동 초광대역 서비스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동환 특허청 이동통신심사과장은 "5G 이동 초광대역 통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다양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스트럭처로 향후 관련 산업 발전 및 일자리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5G 기술을 선점하고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업들의 특허권 확보 노력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호섭 기자]




***Science &] `라돈 침대`가 부른 공포…방사선이 뭐길래***

X선 촬영 세번만 해도 연간 방사능 허용치 `훌쩍`
피폭량보다 장기간 노출이 더 위험하다는데…

  • 원호섭 기자
  • 입력 : 2018.05.25 15:41:09   수정 : 2018.05.25 22:08:34


라듐이 범죄자 손에 들어가면 위험한 물질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자리에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자연의 비밀을 캐는 것이 인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 비밀을 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인류는 성숙한가?" 1903년 열린 노벨물리학상 시상 기념연설에서 마리 퀴리의 남편이자 퀴리 부인과 함께 방사성물질 `라듐`을 발견한 피에르 퀴리는 이같이 말했다. 물질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방사성물질 라듐을 발견하고 연구 업적을 인정받는 자리에서 퀴리는 방사성물질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음을 걱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라듐 원소 발견이 인류에게 불행이 아닌 번영을 가져오는 데 사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퀴리 부부의 우려는 2018년 한국에서 라돈 침대로 현실이 됐다. 발암물질 라돈은 `라듐`이 붕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기체로 발암물질에 속한다. 라돈과 같은 방사성물질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어서 대중의 염려를 키울 수밖에 없다. 더 공포스러운 것은 라돈 침대에서 오랜 시간 생활했더라도 당장은 몸에 나타나는 변화가 방사성물질 때문인지 아닌지 명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라듐은 위험한 방사성물질이지만 처음 발견됐을 때는 `방사선`이라는 개념이 부족했다. 별다른 전원을 연결하지 않아도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물질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질병 치료는 물론 미용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스타킹, 연고, 치약 등 생활필수품 여러 곳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물리학자 앙리 베크렐이 "라듐을 팔에 묶고 다녔더니 수포와 궤양이 생겼다. 쥐에게 쏘이자 죽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여러 부작용이 발견되고 난 1931년이 돼서야 시판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피에르 퀴리는 마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지만 마리 퀴리는 1934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방사성물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기준치 이상의 많은 방사선에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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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이 나오는 원소를 `방사성원소`, 물질을 `방사성물질`이라고 부르며 방사선의 강도를 `방사능`이라고 한다. 침대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을 때 "라돈과 토론이 모두 같은 `라돈`"이라는 말 때문에 고개를 갸우뚱했던 사람이 많다. `동위원소`에 대한 개념이 부른 혼란 때문이다. 동위원소는 화학적 성질이 같지만 질량에서 미세하게 차이가 나는 원소를 말한다. 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는 같지만 `원자량(원자의 질량을 나타내는 척도)`이 다르다. 공기 중에 떠 있는 수소는 방사성물질이 아니지만 동위원소인 삼중수소는 방사성물질에 해당하는 만큼 같은 원소라 하더라도 성질에 차이가 생긴다. 라돈의 동위원소는 모두 27개가 있는데 토론이 바로 이 같은 동위원소 중 하나다. 동위원소 중에 방사능이 있는 것을 `방사성동위원소`라고 하며 이를 `방사성핵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자연 상태에서도 인류는 수많은 방사선에 노출된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 역시 방사선을 내뿜는다. 비행기를 타고 유럽 여행을 했을 때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성물질에 우리 몸은 0.07m㏜(밀리시버트·1000m㏜=1㏜)가량 피폭을 받은 상태가 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돌과 발밑의 지각에서도 방사선이 나온다. 40억년 전 지구가 처음 생성됐을 때 많은 방사성핵종이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크기가 센 방사선은 거의 사라졌지만 미량의 방사선은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다. 건축물에서 방사선이 나오는 이유 역시 지각으로부터 채취한 흙, 모래, 돌 등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연에서 연간 3m㏜의 방사선을 받는다. 세계 평균인 연간 2.4m㏜보다 약간 높다. 일반적으로 지각에서 1.04m㏜(33.8%), 라돈가스 등에서 1.40m㏜(45.6%)의 자연방사선이 나온다. 이 같은 자연방사선과 원자력발전소나 X선 촬영 시 발생하는 인공방사선은 세기에 차이가 있을 뿐 동일한 방사선이다. X선 촬영 시 0.1~0.5m㏜의 방사선에 피폭된다. 1~2㏜의 방사선에 피폭되면 메스꺼움이나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2~3㏜에 노출되면 30일 뒤 사망률이 35%에 달한다. 50~80㏜ 세기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수 초~수 분 내 사망한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당시 4~6㏜의 방사선에 노출된 소방관은 이후 암에 걸려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자연환경에서 건강에 큰 해를 미칠 정도의 방사선을 내뿜는 방사성물질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방사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1950년대 이뤄진 핵실험으로 발생한 방사성 낙진이 조금씩 땅으로 떨어져 토양이나 야채에 묻은 뒤 방사선을 뿜기도 한다. 또 식품이 함유하고 있는 칼륨의 약 1%는 방사성물질로 이를 먹으면 미세하지만 우리 몸에서도 방사선이 나온다. 다행히 이 정도 섭취는 건강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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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침대로 문제가 된 라돈은 조금 다르다. 라돈 역시 지각에서 발견되는 방사성물질이다.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라돈은 방사능 세기가 약하고 종이를 투과하지 못하는 만큼 문제가 된 침대에서 나온 방사선이 인체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면서도 "라돈이 기체인 만큼 폐로 흡입했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라돈은 시간이 지나면 납, 비스무트처럼 인체 조직에 달라붙는 또 다른 방사성물질로 변하는데 이것이 몸 안에서 계속 방사선을 뿜어내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라돈을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로 규정한 이유다. 자연방사능의 절반 정도가 라돈으로 알려져 있다.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얼마만큼 노출됐는지 보여주는 단위가 ㏜(시버트)다. 신체 부위에 피폭된 방사선량을 보여준다. 방사선량은 `표준인`의 전신이 노출됐을 때 피폭되는 양이기 때문에 손이나 얼굴 등 일부가 노출되면 그 양은 뚝 떨어진다. 표준인은 나이, 신체조건, 성별 등의 평균을 내 표준화한 가상의 인물이다. 한국 성인 남성의 경우 171㎝에 68㎏, 성인 여성은 160㎝에 54㎏이 기준이다. 따라서 같은 방사성물질에 노출됐더라도 신체 크기에 따라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어른들보다 두 배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신체 내부에서도 장기별로 방사선에 대한 영향이 다르게 나타난다.

저선량 방사성 인체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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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제시하는 성인의 1년간 방사능 노출 허용치는 1m㏜다. 일반적으로 X선 1회 촬영 시 0.1~0.5m㏜ 수준인데 최대치로 계산할 경우 X선 촬영을 두 번 넘게 하면 1년간 방사능 노출 허용치를 넘어서는 셈이다. 흉부CT 촬영 때는 X선 촬영 때의 10배 수준인 5~10m㏜ 정도의 방사능에 노출된다. 1년간 방사능 노출 허용치를 크게 초과하는 셈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라돈 침대의 방사선 수치는 원전 작업자에 대한 허용 기준치인 연간 50m㏜보다 낮다. 다만 방사선 피폭은 단순히 얼마만큼 노출됐는지보다는 얼마나 오랜 기간, 꾸준히 노출됐는지가 인체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만약 대진침대를 하루에 10시간씩 10년간 썼다면 최대 93.5m㏜에 노출돼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고선량의 방사선에 피폭되면 일반적으로 DNA에 이상이 생기는 만큼 염색체 검사를 통해 피폭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장은 "라돈 침대 피폭량이 작기 때문에 염색체 검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없다"며 "폐에 발생하는 이상 역시 명확한 인과관계를 찾아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체내로 흡수된 방사성물질이 혈액 검사 등을 통해 검출되기도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저선량인 만큼 확인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적은 양의 방사선 노출도 논란이 되는 이유는 미량의 방사선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확한 실험값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원폭 피해 생존자나 원전 종사자 집단에 대한 연구 결과 100m㏜ 이상 피폭된 사람들에게서 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이하의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는 추가적인 암 발생률을 알기 힘들다. 어떤 실험은 영향이 있다고 나오기도 했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관련성을 찾기 힘들다는 발표가 뒤따르기도 한다.

2015년 의학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미국과 프랑스 등 국제공동연구진 논문에 따르면 극저선량의 방사선이라 할지라도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백혈병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0만명 이상의 핵산업시설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이었던 만큼 이 논문 결과가 미치는 파장은 컸다. 연구 대상 근로자들은 자연방사선으로 인한 피폭을 제외하고 연간 방사능 노출 허용치를 소폭 넘어서는 평균 1.1m㏜의 방사선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방사선 노출량이 증가할수록 백혈병 위험이 증가했다"며 "지극히 낮은 수준의 방사선에도 이 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7년 학술지 `핵의학지`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 논문은 이를 다시 반박하고 있다.

진단 시 발생하는 적은 방사선에 오랫동안 노출된 의료진에게서 암 발생과의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방사선 피폭과 관련해 `알라라(ALARA)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1973년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처음 제시한 이 원칙은 `합리적으로 달성가능한 한 낮게(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라는 영어 문장의 단어 앞글자에서 따왔다. X선이나 CT처럼 치료 목적으로 어쩔 수 없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리 미미한 양이라도 가능한 한 최대한 방사선 피폭량을 줄이도록 노력하라는 얘기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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