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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타계…향년 76세.2018-03-14.

doll eye 2018. 3. 14. 15:31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타계 향년 76세


걸출한 우주탄생 이론 넘어 현대의학사에도 보석
"언제 죽을지 몰라 내겐 시간이 소중해" 왕성한 집필·강연

별세한 세계적 이론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는 죽음의 공포와 장애를 극복한 아이콘으로도 기억된다.
14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무려 55년 동안이나 시한부 인상을 살면서 누구보다 찬란한 연구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호킹 박사는 1963년 당시 21세의 나이로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이른바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그가 몇 년 뒤에는 숨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호킹 박사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암담한 말을 비웃듯 올해 1월 8일 76번째 생일까지 55년을 생존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이상하게도 호킹 박사의 학문적 성과는 일취월장이었고 곧 지구촌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그는 1965년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구원과 교수를 거치며 뛰어난 연구성과를 쏟아냈고 1979년부터 2009년까지 영국 케임브리지대 수학 석좌교수를 지냈다.

이 보직은 1663년 전설적인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맡은 적이 있는 만큼 호킹 박사는 전설의 계보를 잇는 걸물로 거론됐다.

호킹 박사는 눈부신 학문적 성취를 써가는 중에 건강 악화에 신음하기도 했다.

케임브리지대가 2009년 "호킹 박사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며 "병원에서 검사받고 있다"고 밝히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많은 이들이 호킹 박사가 이제는 생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고 마음의 준비를 했으나 그는 이 위기도 극복해냈다.

호킹 박사가 거의 온몸이 굳어버린 심각한 장애를 안고도 극복과 성취를 되풀이할 수 있었던 데는 보조공학의 역할이 컸다.

그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안면에 부착된 센서로 컴퓨터에 문자를 입력하고 이를 목소리로 바꾸는 방식으로 대화했다.

이런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연구를 수행하고 글을 쓰며 강연을 할 수 있었다.

호킹 박사는 케임브리지대 응용수학·이론물리학 연구소장을 맡아왔다.

그는 곧 죽을 것 같아 더 열심히 살았노라고 2006년 자신의 질환과 장애에 대한 의견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호킹 박사는 "나는 일찍 죽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 내 인생의 대부분을 살았다"면서 "그래서 시간은 나에게 언제나 귀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고 싶은 게 많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지론도 밝혔다.

그런 신념에 걸맞게 호킹 박사는 최근까지도 노령에도 부지런한 일상을 보냈다.

지난해 존립이 위태로운 자선버스 서비스를 유지하는 지역 캠페인에 참여했고 슈퍼컴퓨터로 우주의 기원을 찾는 COSMOS 연구진도 도왔다.

영국 국민건강보험(NHS)의 민영화를 막기 위해 제러미 헌트 영국 보건장관을 상대로 법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회에도 왕성히 참여했다.


*** 어록.

나는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또한 서두르진 않는다.(빨리 죽기를 바라진 않는다는 뜻)"
생전에 이렇게 말했던 세계 과학계의 큰 별 스티븐 호킹 박사가 향년 76세를 일기로 삶에 마침표를 찍었다. 고인은 그 극적인 생애의 크기와 깊이만큼이나 숱은 어록을 남겼다.

'루게릭병'이라는 역경을 이겨내고 상상 이상의 족적을 남긴 고인의 '말말말'은 꼭 과학 계통뿐 아니라 모든 인생의 구석구석을 아우를만한 나침반 같은 것이었다.

특히 고인의 삶 자체가 주는 흡입력이 컸기에 그의 어록은 사람들의 마음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작용하기도 했다.

역대급 천재로 기억되는 고인은 먼저, 지능을 다른 각도에서 정리했다. 그에게 지능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는 "내 아이큐가 몇인지 모르겠다. 자기 아이큐를 뽐내는 이들은 모두 루저들"이라고도 일갈했다.

블랙홀 이론을 제고한 천체물리학의 대가답게 사람들에게 "고개를 들어 별들을 보라"고 조언했다. 제발 "당신 발만 내려다보지 말고."

과학과 신학의 영역을 넘나드는 통찰적 언명과 지식인의 겸양을 현시하는 언급도 많았다.

"신은 존재할지 모른다. 그러나 과학은 창조자(창조주)의 도움 없이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신은 가끔은 주사위를 안 보이는 곳으로 던진다"고 했고, "내가 우주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 뭔가를 보탰다면, 나는 그것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인류의 진화에 관한 간명한 주장도 많이 회자한다.

"우리는 매우 평균적인 별의 한 소행성에서 원숭이들이 진화한 종족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주를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이 우리를 매우 특별한 무엇으로 만든다."

그러나 그의 어록 중 가장 큰 공감을 주는 건 뭐니뭐니해도 인생에 관한 것이다.

20대부터 희소병을 앓는 그는 "비록 내가 움직일 수도 없고, 컴퓨터를 통해야만 말할 수 있다고 해도 나의 마음속에서 나는 자유롭다"고 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고 단언하던 호킹은 "여성들, 그들은 하나의 복잡한 미스터리"라고도 했다.



낙천적 기질과 유머도 있었던 고인은 "인생은 웃기지 않으면 비극일 것"이라고 했다.

장애인들에게도 그의 촌철살인은 이어졌다.

"당신이 장애가 있더라도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라. 장애 탓에 못 하는 것들이 있어도 너무 유감스럽게 생각 마라."

그러나 무엇보다도 철두철미 지식인이었던 그의 앎에 대한 태도는 후학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지식(앎)의 가장 큰 적(敵)은 무지(또는 무식)가 아니라, 기존 지식이 주는 환상이다.

[연합뉴스]


[Science &] 해킹 걱정 끝…양자통신 시대 온다


  • 원호섭, 김윤진 기자
  • 입력 : 2018.03.16 15:45:20   수정 : 2018.03.16 15: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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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전국시대 사상가이자 철학자인 묵자(墨子)는 사람들이 서로 평등하고 사랑한다면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며 '겸애(모두에게 공평한 사랑)'를 주장했다. 2400년 전 사랑과 평화를 설파하던 철학자 묵자가 최근 과학기술계 화두가 됐다. 중국이 2016년 8월 발사한 세계 최초 양자위성 이름이 묵자이기 때문이다. 묵자가 과학에도 일가견이 있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묵자는 빛이 직선으로 움직이며 입자로 이뤄져 있다고 주장했다. 1900년대 초 등장해 정립된 양자역학 개념을 2400년 전에 이야기한 것이다. 양자위성 묵자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1200㎞, 7600㎞ 떨어진 지역에서 양자화된 암호를 주고받는 데 성공했다. 연구를 이끈 판젠웨이 중국과학원 교수는 2017년 학술지 '사이언스'가 선정하는 과학계 화제의 인물로 꼽힐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중국은 2020년까지 양자통신 분야에 1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뒤질세라 지난달 SK텔레콤이 안전한 5G 구축을 위해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기업 IDQ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IDQ는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중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 매출액과 특허 보유 등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양자통신이 무엇이기에 과학기술계에서 이토록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양자통신 시대가 도래하면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통신이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 패러다임이 확 바뀐다는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들의 움직임을 다루는 양자역학에서는 크게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첫 번째가 양자 얽힘, 두 번째가 양자 중첩이다. 과학자들은 이 특성을 활용해 양자통신은 물론 양자컴퓨터도 개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먼저 양자통신은 양자 얽힘을 이용한다. 양자 얽힘이란 두 개 입자가 강한 상관성을 가지면 아무리 멀리 떨어뜨려놔도 한쪽이 반응하면 다른 한쪽도 즉각 반응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파이온'이라는 소립자를 두 개로 쪼개면 전자와 양전자로 나뉜다. 이때 전자와 양전자는 짝을 이루는 얽힘 상태가 되면서 전자의 스핀(각운동량)이 위를 향하면 동시에 양전자의 스핀은 아래를 향하게 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양자 얽힘 관계에 있는 두 입자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향을 미친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중국 묵자위성은 양자 얽힘을 이용해 서로 다른 곳에서 비밀키를 나눠 갖고, 이를 이용해 양자정보를 송수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위성 묵자는 베이징에 있는 싱룽 기지국과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그라츠 기지국에 양자 얽힘을 이용해 양자 암호키를 공유했다. 세 곳의 양자암호는 얽힘 상태가 돼 연동되고 빛 알갱이인 '광자'에 정보를 담아 전송하는 방식이다.

양자통신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장점은 여기서 나온다. 광자 한 개에 정보를 담아 전달하는 것이다. 정보를 전달할 때 송신자와 수신자는 일정한 형태를 갖고 있는 편광필터와 측정필터를 이용한다. 편광필터는 수평·수직·대각선 형태다. 광자가 이를 통과하면 일종의 진동을 갖는다. 즉 수평 형태 편광자를 통과한 광자는 수평 형태의 진동을 띤다. 수신자는 측정필터를 통해 이를 수신한다. 만약 대각선 형태의 진동을 갖고 있는 광자를 보냈는데 수신자가 수평·수직 형태의 측정필터로 측정하면 수신 정확도는 50%로 떨어진다. 수신자와 송신자는 주고받은 광자 중에서 편광 방식이 같은 광자만 추려내 정보를 확인한다. 만약 중간에 누군가 도청을 하기 위해 필터를 이용하게 되면 광자 상태가 변하게 되고 이를 수신하는 수신자 입장에서는 오류율이 증가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상욱 책임연구원은 "오류율이 11% 이상이면 누군가 도청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광자는 중간에 누군가 확인하려고 하면 정보가 깨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도청 시도가 있으면 암호키 자체가 손상되면서 내용을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양자 암호는 무작위로 생성되고 딱 한 번만 읽을 수 있어 이를 공유하고 있는 송신자와 수신자만이 정보를 읽을 수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양자통신은 복제나 감청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차세대 통신기술로 꼽힌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금융과 군사 등 분야에 양자통신을 적용하려고 시도하는 이유다.

양자통신과 달리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방식인 디지털 신호는 도청에 취약하다. 디지털 신호는 빛이 있으면 '1', 빛이 없으면 '0'으로 정한 뒤 이 신호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 신호에서 빛은 수십만 개 광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과정에서 도청자는 수백~수천 개 광자를 빼낸 뒤 이를 해독하는 것이 가능하다. 송·수신자는 자신들이 주고받은 신호가 도청을 당했는지도 알기 어렵다. 한상욱 책임연구원은 "양자통신 기술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으로 이야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보 보안을 위해 반드시 개발해야 하는 기술"이라며 "기술 종속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초부터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자 중첩은 꿈의 컴퓨터로 불리는 '양자컴퓨터'에 적용된다. IBM, 구글, 인텔 등 글로벌 IT 첨병들이 양자컴퓨터를 시장에 내놓기 위한 주도권 다툼에 뛰어들고 있다. 학술지 '네이처'는 양자컴퓨터를 2018년을 이끌 주요 기술로 꼽았고, 미국 환경청(EPA)은 2024년께 관련 시장 규모가 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에는 양자컴퓨터가 실제 구현되면 비트코인 채굴은 식은 죽 먹기가 되고, 비트코인 암호화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와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계산 속도가 특징인 차세대 컴퓨터다. 1946년 등장한 세계 최초 디지털 컴퓨터 '애니악'은 단순한 문제 해결조차 버거워했다. 그러나 컴퓨터는 진화를 거듭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PC 모습을 띠게 됐고, PC보다 계산 속도가 수백~수천 배 빠른 초고속·초대형 슈퍼컴퓨터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양자컴퓨터가 상용화하면 이 슈퍼컴퓨터가 150년 걸려 계산할 양을 단 4분 만에 끝마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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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컴퓨터는 가장 작은 연산 단위로 '비트(bit)'를 사용한다. 비트는 '0' 아니면 '1'이기 때문에 비트 하나당 정보 하나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다르다. 기본 정보 단위인 큐비트(qubits)가 '0'과 '1'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가 중첩된 기묘한 상태에 놓여 있다보니 큐비트 '0'과 '1'로 표현할 수 있는 정보가 00, 01, 10, 11로 늘어난다. 큐비트 2개는 동시에 4개(2의 2제곱) 상태를, 큐비트 4개는 동시에 16개(2의 4제곱) 상태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직렬 연산이 아니라 병렬 연산이며,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계산 능력은 기하급수로 향상된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 성능이 49~50큐비트까지 되면 기존 디지털 컴퓨터 성능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50큐비트가 양자의 우위를 입증하는 일종의 '기준점'인 셈이다. IBM이 지난해 11월 50큐비트 양자컴퓨터 프로토타입을 공개했고 인텔은 지난 1월 열린 'CES 2018'에서 49큐비트 칩을 선보였다. 기준점을 먼저 통과해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는 의도다. 다만 50큐비트 칩이 나왔다고 해서 양자컴퓨터 연산능력이 기존 컴퓨터를 앞지른다고 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 조영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 선임연구원은 "반도체 칩은 공개됐지만 실제 컴퓨터 안에서 잘 돌아가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공개를 서두르고 있을 뿐 양자 우위를 검증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나 연구소에서는 기업보다 멀리 보고 양자컴퓨터와 양자통신 등을 결합하는 플랫폼 개발 등 원천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자컴퓨터가 나온다고 해도 양자통신으로만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두 가지를 융합해야 비로소 양자컴퓨팅 네트워크를 완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넘어야 할 산은 이게 끝이 아니다. 오류를 잡아내는 것도 큰 숙제다. IBM은 최근 5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시험해본 결과 여전히 시스템 오류가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양자 프로세서 칩이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완전하게 격리돼야 하는데 큐비트가 소음에 민감하다보니 조건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연산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조영욱 선임연구원은 "양자컴퓨터도 고도로 복잡한 연산을 하다보면 실수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오류를 보정하려면 또 다른 큐비트 기술과 비용이 추가로 필요해진다"며 "이게 완성돼야 비로소 결점을 견디는(fault-tolerant) 양자컴퓨터가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양자컴퓨터 연구허브인 '국립양자기술 프로그램'에 따르면 양자컴퓨터가 200큐비트급 정도 되면 제한적이나마 응용 가능한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을 비롯해 기계학습, 신약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 학습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복잡한 물질의 분자 구조나 화학 상호작용도 빠르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TV·서랍 속의 USB…알쏭달쏭 양자원리 우리 주변에 있었네

1900년 가을, 당시 42세였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빛에너지는 연속적이지 않고 덩어리로 돼 있다"며 '양자화된 세상'을 처음 이야기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들의 움직임을 다룬 '양자역학'의 출발을 알리는 말이었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어렵다.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너무 어려워서 나도 잘 모른다"고 말한다. 미국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과학 대중화에 앞장섰던 리처드 파인먼 역시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자역학이 어렵다 보니 이를 일반인에게 설명하는 것은 더욱 힘들다. 과학자들에게 "일반인을 위해 쉽게 설명해달라"고 부탁하기 미안할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양자역학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파고든 상태로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버렸다.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가 가까이 두고 쓰는 스마트폰, TV 등의 전자제품이 대표적이다. 반도체는 전기가 통하는 도체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의 중간 형태를 띤 물질이다. 도체가 되려면 물질을 이루고 있는 원자에 존재하는 전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물질은 도체와 부도체로 나뉘지만, 불순물 등을 첨가하면 부도체를 도체로 만들 수 있다. 양자역학을 이용해 이 원리를 파악한 과학자들은 1947년 트랜지스터를 만들어냈다. 트랜지스터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우리가 쓰는 모든 제품에 사용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화학제품 역시 양자역학 없이 만들어질 수 없다. 수많은 원자, 분자들이 결합한 화학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자들의 특성을 알아야만 한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원자들은 특정한 개수의 전자만을 가질 수 있다. 리튬이 전자 3개, 베릴륨은 전자 4개, 붕소는 전자 5개 등이다.
이를 이용해 원자의 특성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원자들끼리 잘 섞이는지 등도 분석할 수 있다. 원소들을 모아놓은 주기율표 역시 양자역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양자역학 창시자로 불리는 에르빈 슈뢰딩거는 1944년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통해 생명 역시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1953년 DNA 분자구조를 밝혀냈고 현재 뇌과학을 비롯해 유전공학 등 수많은 생명공학 분야에서 양자역학이 적용되고 있다.

[원호섭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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