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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영화 `인터스텔라`가 눈앞에 펼쳐져…블랙홀 어떻게 찍었을까

doll eye 2019. 4. 13. 12:35

◆ 인류 역사상 첫 블랙홀 관측 성공 ◆ 


"태양의 밀도와 비슷하며 크기가 작은 `무언가`가 우주에 있다면 그곳의 빛은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1784년, 영국의 철학자이자 천문학자·지질학자였던 존 미셸은 영국의 화학자 헨리 캐번디시에게 보낸 우편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주에 존재하며 강한 중력을 가진 천체, `블랙홀` 개념을 처음 언급한 것이다. 이후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는 1796년 그의 저서에 "태양보다 250배 크고 지구의 밀도와 비슷한 별의 중력은 너무 커서 빛이 그 표면을 빠져나올 수 없다.

우주에서 가장 큰 몸체는 따라서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적으며 블랙홀 개념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이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며 블랙홀의 존재를 예언했다. 오랜 기간 우주를 바라보며 블랙홀을 찾던 인류가 드디어 관측 사진을 손에 넣었다. 지난 10일 사건의 지평선(EHT)에 참여한 과학자 200여 명은 지구로부터 5500만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블랙홀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은 인류로 하여금 많은 상상력을 발휘시킨 원동력이었다.

정태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물리·수학을 모르는 유치원·초등학생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가 블랙홀"이라며 "이번 발견은 이 같은 호기심을 해결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토록 인기가 많은 블랙홀은 대체 무엇이고 그동안 왜 발견되지 않았을까.


블랙홀은 거대한 질량을 갖고 있는 별이 사라지면서 만들어진다. 별의 중심부가 점점 수축해 마지막에 폭발이 일어나고 고속으로 자전하는 `핵`만 남게 된다. 이 핵은 중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수축이 계속되고 마침내 밀도가 무한대인 지점, `특이점`이 생기면 거대한 중력으로 빛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만들어진다.

1964년 지구에서 6000광년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천체 `백조자리 X-1`에서 강한 X선이 방출되는 현상이 발견됐다. 하지만 망원경으로 근처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어떠한 천체도 눈에 띄지 않았다. X선 방출은 일반적인 `항성(별·태양)`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현상이다.

1970년 말에 발사된 위성 `우후르` 역시 백조자리 X-1에서 날아온 X선을 포착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X-1에 있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물질이 마찰을 만들어내면서 X선이 방출된다고 생각했다. 현재 이 두 지역에는 블랙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블랙홀을 관측한 적은 없었다. 인간이 눈으로 천체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천체가 빛을 뿜어내거나 다른 빛이 반사돼 눈으로 들어와 시신경을 자극해야 한다. 하지만 블랙홀은 빛을 먹어 치울 뿐 반사시키지 않기 때문에 찾기 어려웠다.

과학자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파망원경`을 이용했다. 전파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어서 저장·전송 과정에서 다루기 쉽다. 빛은 먼 우주를 날아오는 동안 가스에 흡수되거나 산란을 일으킨다. 파장이 긴 전파는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방해를 덜 받으며 지구까지 전달된다. 하지만 블랙홀이 있는 곳은 멀어도 너무 멀었다. 전파망원경 한 대로 우주를 바라본다 한들 수많은 잡음과 산란 때문에 블랙홀에서 발생하는 전파를 살피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EHT 연구진은 지구에 있는 전파망원경을 하나로 묶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정태현 선임연구원은 "지구에 있는 전파망원경 여러 개로 동시에 한곳을 관찰하면 지구 지름만 한 전파망원경을 갖고 우주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며 "이렇게 얻은 해상도는 한라산에서 백두산에 있는 사람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과학자 200여 명이 2017년 EHT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8개 관측소 날씨가 모두 맑아야만 관측이 가능했다. 각 전파망원경에서 연구자들이 촬영을 대기하고 있어도, 다른 지역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찍을 수 없었다. 2017년 4월 5일부터 14일까지 10일간이 기회였다. 하늘이 블랙홀 관찰을 인간에게 허락해준 날이었다.

블랙홀 직접 관측 성공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블랙홀 존재를 직접적으로 확인해 `일반상대성이론`을 다시 한번 확고하게 검증했다는 점과 블랙홀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이다.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책임연구원은 "이번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간 이론적으로 가정했던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아인슈타인은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질량을 가진 물체가 존재하면 그 주변의 시공간은 물체가 가진 중력의 영향으로 휘고, 질량이 크면 클수록 시공간은 더 많이 휘어진다고 이야기했다. 또 극도로 큰 질량을 갖고 있는 천체는 그만큼 큰 중력을 갖게 되고 결국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블랙홀 경계면인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서게 되면 그 어떤 물질도 빠져나갈 수 없으며, 사건의 지평선은 대략 원형에 가깝고 그 크기는 질량 규모에 따라 예측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예언`까지 했다.

에이버리 브로데릭 캐나다 워털루대(페리미터 이론물리학연구소) 교수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EHT 프로젝트 기자회견에서 "M87은하 블랙홀 직접 관측을 통해 일반상대성이론은 또 다른 중요한 테스트를 통과했다"며 "블랙홀의 그림자는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했던 것과 같이 거의 원형으로 확인됐고, 블랙홀의 질량 역시 이론적인 추정치와 일치했다"고 밝혔다. 관측 결과 M87은하 블랙홀 질량은 태양 질량의 65억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상대성이론을 검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19년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개기일식 때 태양 주변의 빛이 1.61초간 휘는 현상을 관측해 일반상대성이론이 이야기하는 `시공간의 뒤틀림`을 처음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2015년에는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 연구진이 사상 최초로 2개의 블랙홀이 서로 병합되는 과정에서 방출된 중력파(시공간의 잔물결)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파는 질량이 있는 물체가 가속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파동으로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

중력파까지 발견했지만 블랙홀에 대해서는 지난 100년 동안 질량이 밀집된 은하의 중심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간접적인 단서만 발견했을 뿐이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번에 확인한 M87은하 블랙홀을 그동안 `처녀자리 A*`로 불렀다. 손봉원 책임연구원은 "처녀자리 A*는 처녀자리 은하단에서 가장 밝고 질량이 큰 천체로, 이름 옆에 붙은 *(별) 표시는 블랙홀이 거의 확실할 경우 붙는다"고 설명했다. EHT 연구진이 관측해 온 우리은하 중심의 블랙홀 추정 천체는 `궁수자리 A*`로 불리는데, 역시 관측을 통해 블랙홀이라는 게 확인되면 `우리은하 블랙홀`로 불리게 된다.

[원호섭 기자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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