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역판을 내면서
이 〈랑송 불문학사〉는, 그 초판이 나온 지 10수년 이래 우리 불문학도들의 필독의 책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역자는 이 책의 중요성과 번역의 책임을 절감하고, 그 동안 철저한 그리고 세심한 개역 작업을 계속한 끝에 마침내 이 개역판을 내놓게 되었다.
개역에 있어 역자가 주안점으로 삼은 것은, 맨 먼저, 오역과 부적절한 번역(역어)을 바로잡는 것이고, 다음엔, 우리말 표현에 있어 되도록 간결 · 명료 · 평이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퇴고(推敲)하는 것이었다.
이 개역에서 가해진 수많은 변개들은 모두 그러한 관점에서 이루어진 것인데(뒤의 '개역의 예' 참조), 그 중에는, 특히 일본식 역어들처럼, 이미 굳어져 버린 용어들이라도 단호히 고친 것들도 있고(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방법론〉으로, 18세기 말의 〈신구 논쟁〉을 〈고근대 논쟁〉으로, 등등) 새로 역주를 붙인 것들도 있다(예컨대 Guizot에 관한 글 중에서, '정리론파(正理論派)'에 '정리론파'(正理論派, doctrinaire 즉 왕정 복고 때에 왕권 신수설과 주권 재민설 사이의 중간설을 제의하고 있었던 철학자들과 정치가들)이라고). 끝으로 또 하나의 큰 변개로서, 대부분의 사진들을 바꾸었고 더러는 새로 실었다는 것도 덧붙여 둔다.
'번역한다'는 것에 관하여 나는 오랫동안 경험과 반성과 성찰을 거듭하면서 나 나름의 이론과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데, 그것을 이미 여러 편의 논문과 저서를 통하여 발표도 하였다(나의 〈한국과 西洋 — 프랑스 문학의 수용과 영향〉(을유문화사) 제2부 제5장 "한국에서의 번역 및 번역의 이론과 실제", 등등). 이번의 개역 작업은 나에 있어 사실상 그러한 나의 번역 이론과 방법의 성실한 적용의 노력이었다. 그러므로 이 개역판이, 프랑스 문학에 관하여 더 정확한 지식을 주고, 동시에, 더 명료하게 사고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 주는 데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게 된다면, 이 힘들었던 작업은 충분한 보수를 받는 것이 되리라.
역자 정기수
- 출처
랑송불문학사, G.랑송, P.튀프로, 정기수, 1997. 3. 20., 을유문화사, 제공처의 다른 책보기
[네이버 지식백과] 개역판을 내면서 (랑송불문학사, 1997. 3. 20.,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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