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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경제문제-그리스비극20150731

doll eye 2015. 7. 31. 14:33

강요된 규율’…열쇠는 그리스의 변화

부채 구조 안정적이지만 ‘신뢰’가 문제, 유로 탈퇴는 가능성 없어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의 운명을 손에 쥔 유클리드 차칼로토스(오른쪽) 재무장관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그리스 사태는 최근 들어 일상화되고 있는 위기와 다른 차원의 고민을 세계에 던져주고 있다. 글로벌화하고 있는 환경에서 안정 성장을 구가하기 위해 결성된 통화동맹이라는 막강한 보호막도 한 국가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또 정치적 동기가 우선시되는 어떠한 조직도 자체의 인센티브 왜곡으로 망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그렇다. 결국 국가를 포함한 모든 조직들은 자체 경쟁력에 바탕을 둔 시장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지속이 불가능하다. 


그리스 정부의 개혁 의지 시험대에
이미 수년간 수시로 불거졌던 그리스 사태를 두고 그리스 정부와 유로는 결국 일정 수준의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간에 걸쳐 채무를 상환하는 조건으로 추가적 자금 지원과 일정 수준의 자체 구조조정 관련 합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그리스의 내부 사정은 이미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201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부채비율이 177%가 넘는 상황은 그동안 얼마나 방만한 상태로 국가 살림이 이뤄졌는지를 대변한다. 그러나 엄밀히 보면 시장이 불신하는 것은 경제적인 기초 여건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스 정부 부채는 거의 대부분이 유로 국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가지고 있고(유로존 정부·ECB·IMF에서 각각 61.7%, 8.6%, 7.7% 소유), 민간 채무는 비율도 낮고 매우 낮은 수준의 금리와 장기로 이뤄진 특징을 가지고 있다. 채무 상환 능력과 총부채 규모는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인다. 적어도 2023년까지는 만기 구조나 조건 등을 볼 때 채무 상환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까지 IMF와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부채를 상환하게 되고 이후로는 유로존 국가에 대한 부채(EFSF·GLF)를 30년간 장기 상환하는 구조로 돼 있다. 또한 그리스 재무부에 따르면 그리스 국가 부채의 구성은 단기채 12.1%, 5년 미만 장기채 10.8%, 5년 이상 장기채 77.1%로 이뤄져 있다. 이에 따라 정작 문제가 되고 있는 부채의 지속 가능성은 경제 주체에 관한 신뢰 여부에 달려 있다. 즉, 표면적으로 유사하거나 더 나쁜 여건의 국가(일본의 재정 위기 상황)에 비해 그리스의 문제가 계속해 불거지는 이유는 그리스 경제 주체들의 안이한 소비성향과 좀처럼 성장 잠재력이 나아지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 역학적으로 볼 때 IMF와 달리 유럽연합(EU)은 그리스 정부 부채의 구조를 조정할 수 있는 정치적 권한이 있다. 그리스 정부가 합의한 구조 개혁이나 재정 목표를 얼마나 성실하게 실천하는지에 따라 채무 조정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EU는 조건부로 그리스의 자금 조달에 추가적인 조치와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심지어 GDP 대비 부채비율을 지속적으로 줄이기 위해 그리스의 대출금리를 깎아 주는 조치도 계획 중이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구조조정 없는 부채 탕감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웃에 기대어 스스로의 규율과 책임을 보이지 못하는 주체를 마냥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종 조정자로서의 EU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요인들은 좀처럼 개선하기 힘들어 보인다. 오로지 그리스 내부의 정치적 합의 도출이 그나마 얻어낼 수 있는 약속이지만 실천 여부는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실 그리스의 경제 규모가 유로 전체의 1.8%에 지나지 않는 상황에서 유로 전반의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국가 부도 관련 결정은 정부의 개혁 의지나 정치적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원 무상 지원, 기숙사 식비 무상, 정부 일자리 창출, 공무원 수가 노동인구 4명 중 1명, 오후 2시 반까지 할 일이 없어 퇴근하는 공무원들의 일상은 정치적 복지국가의 허구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미 IMF로부터 빌려 온 자금 상환을 포기한 실질적인 그리스의 부도는 유로 탈퇴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부문의 피해 규모는 극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분석되지만 공공 부문은 사정이 다르다. IMF 지원을 제외하더라도 그리스에 공여된 재정 지원과 유동성 지원을 합하면 유로 전체 GDP의 3.3%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재정적으로 어려운 이탈리아·포르투갈·스페인의 경우 정부 부문에 추가적인 부담을 뜻하게 된다. 가장 심각한 정책 관련 이슈는 ECB의 경우 2016년까지 지속될 양적 완화, 즉, 채권 매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점염 효과를 차단하려면 ECB로서는 돈을 찍어내는 방도 외에는 수단이 없는 셈이다. 피터슨연구소(PIIE)의 분석에 따르면 그리스 부도 사태가 현실화된다면 ECB는 월 600억 유로 규모의 채권 매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뻔한 결론’에 이르는 과정서 서민만 피폐
민간 부문에 대한 노출 정도가 제한됐고 실제 부도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성장률 전망이 그에 따라 크게 낮아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그리스 구제금융안이 결국 타결된 것만 보더라도 지루한 협상 과정의 일부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 오히려 그리스 사태는 정치적 공약의 허구성에 대해 일반인들이 얼마나 신중하게 대응하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제공한 사례로 간주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스 사태는 개혁에 필요한 상황적 논리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오히려 제도적으로 미비했던 점들이 보완되는 계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도 많은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유로 탈퇴(Grexit)를 점치고 있다. 그렉시트는 지난 40여 년간 유로 통합을 위한 경제·정치 과정에 참여해 온 배경과 그리스 의회의 80%가 유로 잔류를 희망하는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한 주제로 간주된다. 

설사 그리스가 유로에서 탈퇴한다고 하더라도 자국 화폐의 재발행과 연관된 신뢰 기반을 과연 어디서 찾을지도 막막한 실정이다. 더구나 관광과 선박 산업 외에는 별다른 수출 산업이 없는 그리스로서는 불안한 자국 화폐로 재출발한다고 해도 엄청난 인플레이션 전가 효과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회원국의 탈퇴가 어렵다면 계속 남아 있을 불안 요인을 유로 차원에서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달려 있다. 

작금의 은행 폐쇄나 예금 통제와 같은 조치들은 그리스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하지만 그리스 정부로서는 트로이카와의 협의에 필요한 국내 정치적 압력을 얻어낼 수 있는 계기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뻔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서 일반 서민들의 민생이 과도하게 피폐해지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유로 국가를 제외하면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지만 문제는 국제금융 체제의 양대 축인 유로가 계속해 구조적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고 이는 금융 불안 요인이 상존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그리스 스스로의 변화된 모습만이 자국과 세계경제 문제 해결의 열쇠다. 현재 제시되고 있는 추가 지원의 조건들은 다분히 부채 상환용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본질적인 변화를 거부하는 지도층들에 의해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그만큼 현 그리스 사태의 본질(자체 규율 실패와 성장 기반의 와해)과 동떨어진 요란한 대응책(역내 차원의 채무 재조정)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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