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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조사에서도 나타난 30代 아파트 `패닉바잉` 배경

doll eye 2020. 9. 9. 17:04

KDI조사에서도 나타난 30代 아파트 `패닉바잉` 배경

집값 상승때 행복·불행 물어보니
월세, 사글세, 전세 순 더 `불행` 느껴
자가없는 청년들 임대료 부담 때문

40대부터 자가 보유 비중 크게 늘고
부동산자산 평가액 클수록 행복감 느껴

  • 김형주 기자
  • 입력 : 2020.09.09 11:29:02 수정 : 2020.09.09 13: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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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전경. [김호영 기자]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집값 상승이 자가 소유 비중이 낮은 20~30대 청년층을 가장 불행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급증한 임대료 부담과 집을 영영 못 살지 모른다는 공포에 청년들이 패닉바잉(공황 구매)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이 한국경제학회 학술지 한국경제포럼 7월호에 발표한 논문 `세대 간 주택시장의 이해와 주거유형 선택의 경제적 함의: 베이비붐 세대와 에코 세대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상승할 경우 20대와 30대가 가장 불행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결과는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연령별 만족도를 조사한 2015년 KDI 설문조사 데이터를 회귀분석한 내용이다. 송 부장은 "전반적으로 주택(아파트)가격이 상승한다면, 귀하는 행복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불행하시겠습니까?"에 대한 답변을 1점(매우불행)에서 5점(매우행복)까지 상대적 순서로 놓고 연령별 요인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가장 불행한 20대를 0이라고 했을 때 30대(0.12)가 그 다음으로 불행했고 60대(0.24)와 50대(0.29), 40대(0.35), 70대(0.38) 순으로 불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수치는 행복의 세대별 순위를 나타낸다. 송 부장은 "행복의 정도가 수치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숫자가 큰 세대가 작은 세대보다 만족도가 높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값이 오를 때 청년층이 가장 불행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송 부장은 "생애주기상 청년층은 자가 보유율이 낮아 집값이 오르면 주거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40대와 70대의 행복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현상에 대해선 "40대 연령층에서 주택 보유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70대의 경우 전체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2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동안 자가 거주 가구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2016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20대와 30대는 자가를 보유한 비중이 각각 7.6%, 45.1%지만 40대부터는 자가 점유 비중이 절반을 웃돈다. 송 연구위원은 "생애주기 관점에서 평균적으로 20대는 월세, 30대는 전세, 40대 이후는 자가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가구의 주거 점유형태별로 봐도 자가 보유자에 비해 무주택자들은 집값 상승시 행복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 거주자(0)가 제일 행복했고 행복이 가장 많이 줄어드는 유형은 보증금 없는 월세(-0.974), 사글세(-0.798), 전세(-0.618), 보증금 있는 월세(-0.603) 거주자 순이었다.

 



또한 부동산자산에 있어서도 자산 평가액이 클수록 주택가격 상승 시 만족도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자산이 없거나 부동산 평가액을 모르는 집단(0)을 기준으로 했을 때 부동산 평가액이 6~9억원인 집단(0.686)이 가장 행복했고, 평가액이 높은 순서대로 3~6억원(0.400), 1~3억원(0.276), 1억원 미만(0.173)이 뒤를 이었다. 다만 9억원 이상의 고가의 부동산자산을 가진 집단(0.335)은 낮은 수치를 보여 자산평가액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만족도가 한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연구위원은 "일종의 한계효용의 법칙으로 같은 음식이라도 이미 배부른 사람에게는 효용이 적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밝혔다.

폭등한 집값으로 불안을 느낀 청년들은 빚을 내서 아파트 매수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에서 30대 이하의 매수 건수는 5871건으로 전체 매매(1만6002건)의 36.9%에 달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경기도에서도 30대 이하의 아파트 매입 건수는 9543건으로 전체(3만1735건)의 30.1%를 찍으며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김형주 기자]

 

사전청약 10년 걸릴텐데…서울 분양 0에 청약만점자 경쟁

연내 서울 민간분양 고작 `1곳`대기
분양가상한제 이후 서울 공급절벽
서울서 생애최초 특공 물량 드물듯

경기도 분양물량 작년보다 2배
경기도 청약 경쟁 서울 못지않아

  • 박윤예 기자
  • 입력 : 2020.09.09 16:21:55 수정 : 2020.09.09 16: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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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서울 강남에 직장이 있는 30대 A씨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에 관심이 많아 지난달 `청약일정 알리미 서비스`도 신청했다. 하지만 8일 정부의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추진계획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가장 관심있었던 용산 정비창은 입주하는 데 최소 7년은 걸릴 예정인데다 서울 입지인 태릉CC, 캠프킴 등이 빠졌기 때문이다. 추첨제인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노려보려 해도 서울 신규아파트 청약이 전무하다. 차라리 이달까지 서울 외곽에서 구축 아파트를 사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라도 피해볼까, 아니면 경기도 청약을 노릴까 고민에 빠졌다.

구체적 계획이 빠진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발표에 30대 실수요자들이 하나둘 고개를 돌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예정된 서울 신규 아파트는 거의 없는 데다 수도권 분양 시장은 더욱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돼 마땅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30대 실수요자를 위해 도입한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올해 서울에서 거의 보기 힘들 전망이다. 정부는 민영주택에 생애최초 특공을 도입해 공공택지에서는 15%를, 민간택지에선 7%를 생애최초 물량으로 배정했지만, 정작 서울 분양 자체가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9일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의 미래`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의 내용은 2008년 하남 감일지구 보금자리주택에 사전청약을 도입했을 때처럼 결국 3기 신도시도 30대 사전청약 당첨, 40대 입주, 50대에 전매 제한이 종료돼 주택을 처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요지다. 그만큼 3기 신도시 사업이 신속히 진행될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서울지역의 주택공급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252가구로 작년 1995가구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 분양 성수기임에도 7월 말 시행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청약 경쟁률은 갈수록 치열해져 지난 1일 청약접수한 양천구 `신목동파라곤(평균 147대 1)`에서 청약통장 만점(84점)자가 나왔다. 20·30대 젊은 층은 60점을 넘기기 어렵다.

올해 안으로 예정된 서울 아파트 청약은 민간분양 1곳, 공공분양 2곳에 불과하다. 민간분양은 오는 10월 예정된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의 `힐스테이트 고덕` 한 곳으로 집계됐다. 이 단지에는 생애최초 특별공급이 배정될 예정이다.

분양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반포 래미안원베일리와 둔촌주공 재건축의 연내 분양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두 단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를 받아들여 연내 분양할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후분양을 할지 아직 미정이다.

오는 11월 서울 강남·판교 출퇴근이 가능한 위례신도시에서 마지막 공공분양이 나온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위례택지지구 A1-5, A1-12블록이 분양을 한다. 실수요자라면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분양을 노려볼만하지만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 6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공분양한 고덕강일 8·14단지는 각 평균 청약경쟁률이 100대 1이 넘었다.

실수요자들의 시선이 수도권 분양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한동안 공급 물량이 없지만 경기도에서는 예년에 비해 많은 물량이 예정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경기도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1만5167가구로 작년 6472가구보다 2배 이상 많다. 각종 교통망 확충사업과 활발한 정비사업을 통해 수도권 분양시장이 호황을 맞아서다.

특히 경기도 분양은 서울 거주자도 청약 가능하다. 해당 지역 시민 30%, 경기도민 20%, 그 외 수도권 거주 자 50% 비율로 우선공급이 배분된다. 다만 해당 지역에 2년 이상 거주한 거주민은 분배되는 30% 물량뿐 아니라 30% 안에 들지 못해도 경기도민 혹은 서울·인천 경쟁자들과 2번 더 경쟁할 수 있어 당첨 기회가 많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경기도 민간분양은 수원 영통구, 남양주 별내동, 고양 덕양구, 하남 감일동 등 인기지역에서 대거 분양물량이 나올 예정이다. 오는 10월에는 대우건설이 과천지식정보타운에 동시분양하는 3개 단지가 민간분양으로 나올 예정이다. 또 올해 안으로 경기도에서 공공분양도 대거 예정돼 있다. 연내 성남 대장·과천지식정보타운·위례신도시 등지의 신혼희망타운에서 공공분양이 예정돼 있다.

 



다만 수도권 경쟁률이 서울 못지 않다. 실제 수도권 분양 시장에서 올들어 청약 경쟁률 상위를 차지한 10곳 중 절반이 넘는 6개 단지가 인천, 경기 지역의 수도권 분양 단지다. 이들 6개 단지는 평균 162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며 분양 시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분양 단지 4곳은 평균 20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생활권이 크게 바뀌지 않는 범위에서 이사갈 수 있는데 서울 근교일수록 청약 경쟁이 치열하니 경기도 청약 역시 쉽지 않다"며 "결국 분양에서 해결되지 못한 수요는 매매시장에서 매물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윤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