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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소비는 경제를 어떻게 바꾸나

doll eye 2020. 9. 2. 14:56

집에서 넷플릭스 보고 코냑 마시며 루이뷔통 가방 지르는 길티 플레저

 

 

더블딥 우려 속 美제조업 지수 4개월 연속↑
8월 PMI 56.0…2018년 11월 이후 최고
상품 소비 회복 빨라 제조업 생산 활기
코로나 시대 `길티 플레져` ETF 투자 인기

 

코로나19 속에 미국에서 루이뷔통 등 명품 소비가 늘어난 데 대해 경제학자들은 연방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 효과와 더불어 사람들이 외식 등 서비스 소비를 줄이는 대신 그 돈으로 다른 것을 사는 `대체 효과`가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사진 제공 = 루이 뷔통]

월가에서 `V자 반등` 기대감이 줄어들고 더블딥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미국 제조업이 오히려 활기를 띄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실물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대량 실업이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예전과 달라진 소비 성향이 제조업을 떠받쳤다는 분석이 따른다. 코로나19 탓에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미국에서는 이른바 `네스팅 이코노미`가 소비를 위시한 실물 경제의 새 틀을 짜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최근 12개월간 미국 월간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8월에는 56.0을 기록했다. [데이터 제공 = ISM]

1일(현지시간) 미국 제조업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월간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 따르면 8월 PMI는 56.0을 기록해 2018년 11월(58.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8월 PMI는 직전 달(54.2)보다 올라 4개월 연속 상승했고, 시장 전문가들의 8월 예상치(55.0)도 넘어섰다. 특히 지수 구성 항목 중 하나인 신규 수주(67.6)가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PMI는 기업의 구매 담당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한다. 공급 측면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주요 지수로, 50을 넘으면 제조업 경기가 확장된다는 것을 뜻하고 50보다 낮으면 위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PMI가 늘어난 것은 크게 세 가지 배경(단계적 경제 정상화·수출·소비)을 꼽을 수 있다.

 


우선 단계적 경제 정상화와 관련해 티모시 피오레 ISM 회장은 "직원들이 현장 업무에 복귀해 공급망이 다시 돌아가면서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다음으로 수출과 관련해 시안 존스 IHS 마킷 이코노미스트는 "신규 수주 물량과 수출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면서 "제조업 부문이 8월 들어 전보다 빠르게 활기를 보이면서 생산이 급감했던 지난 2분기(4~6월)와 달리 3분기(7~9월)에는 반등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7월 미국 개인소비지출` 상승률 , 2020년 월간 미국 개인소비지출 중 상품 ·서비스 지출, `8월 소비자신뢰지수` [데이터 출처 =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WSJ·미국 컨퍼런스보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내구재 상품 소비가 제조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점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조업 활동이 활발해진 주요 배경으로 코로나19 시대의 `소비 변화`를 꼽았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는 상품 소비 위축이 서비스 소비 위축보다 심하고 회복되는 데 시간도 더 긴 경향이 있는데 올해에는 상황이 반대가 됐다. 지난 주 상무부가 발표한 `월간 개인소비지출` 에 따르면 7월 상품 소비는 6.0%늘어난 4040억달러로,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번지기 전인 2월(3810억달러)보다 늘어났다. 반면 7월 서비스 소비(7790억 달러)는 여전히 2월(8590억 달러)보다 9.3%낮은 상태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여행·관광은 물론 미용실도 고전하는 반면 상품 부문에서는 자동차·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까지 늘어났다. 거시경제 분석업체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미국 내구재 소비 수요가 이미 바이러스 확산 이전보다 10% 이상 늘어났다"면서 "현재로선 제조업계 재고 물량이 이례적으로 적기 때문에 수요를 맞추려면 앞으로 몇 달 간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스팅 이코노미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시리즈 [사진 제공 = 스튜디오 셰드]

코로나19는 미국인들의 소비와 경제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미국 경제활동에서 개인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선이다. CNN비즈니스는 새로운 소비 성향을 `네스팅 이코노미`와 길티 플레저에 연결시켜 분석했다.

네스팅 이코노미를 말 그대로 옮기면 `둥지틀기 경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이 마치 아기 새처럼 집에 들어 앉아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소비 습관이 달라졌고, 꾸준히 자신의 주거 공간을 손 보게 되면서 관련 소비가 늘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집 수리·인테리어 용품 판매업체인 로우스와 홈디포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각각 34%, 23.4% 급증했다. 공산품 대형 유통업체인 타겟은 2분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80.3%, 오는 10일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홈트레이닝 서비스·용품 판매업체인 펠로톤은 지난 1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66%늘었다.

 

시그니처 시리즈 [사진 제공 = 스튜디오 셰드]

재택 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창고나 마당에 따로 작은 개인 사무실을 차리는 수요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콜로라도 주 볼더에 본사를 둔 `스튜디오 셰드` 공동 창업자 마이크 쾨니그씨는 CNN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특히 캘리포니아 주와 워싱턴 주 셧다운 이후 재택 근무자들이 늘어나면서 1만 500달러부터 시작하는 1.8~6.7평 규모 조립식 건축물 주문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른바 `집순이·집돌이`를 떠올리게 하는 가정용품 소비도 늘어났다. 1일 로이터통신은 닐슨·번스타인 네이터를 인용해 8월 1~4주 동안 JM스머커·폴저스·던킨의 인스턴트 커피 소비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늘어났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수천만 회사원들이 출근길에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들고 다녔지만 지금은 `홈카페`를 즐긴다는 것이다. 글로벌 식료품업체인 네슬레도 지난 7월 30일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인스턴트 커피 수요가 매우 탄탄했으며 특히 네스프레소 등 가정용 커피 제품 등이 온라인 판매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제품 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케첩 소비도 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이전에는 크래프트하인즈 같은 케첩 제조업체들이 식당 납품용으로 9.1㎏짜리 케첩을 만들었지만 요즘은 가정용 포장으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가면서 공장 가동 라인도 가정용 중심으로 재배치했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이라면서 현재의 소비·경험을 즐기는 것)를 연상시키는 명품 소비도 뜨고 있다. 의류 전문데이터업체인 스타일세이지에 따르면 지난 7월 나이키의 에어맥스 운동화는 가격이 1년 전보다 10.5%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재고량의 63%가 팔려나갔다. 1년 전 온라인 재고 판매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요가복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룰루레몬의 요가바지도 7월 가격이 1년 전보다 7.2%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재고 소진율은 45%로, 1년 전 같은 기간(소진율 15%)보다 대폭 증가했다. 루이뷔통모엣헤네시(LVMH)에 따르면 `명품 가방`으로 유명한 루이비통 네버풀MM모노그램 핸드백 온라인 판매 가격을 지난 5월부로 5%올렸음에도 불구하고 6월 이후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명품 소비가 늘어나는 데 대해 위스콘신 대학의 마이클 콜린스 소비자과학부 교수는 `대체 효과`라고 설명했다. 콜린스 교수는 "사람들은 마치 다른 저금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면서 "외식 등 집 바깥에서 즐기던 서비스 소비를 줄이면서 나온 수백 달러를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소비로 대체해서 쓰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빌 게이츠(64)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오레오 쿠키를 쌓아 절친한 친구인 워런 버핏(90)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생일 축하 케이크를 만드는 장면 [사진 출처 = 게이츠 트위터]

사정이 이렇다보니 뉴욕증시에서는 `길티 플레져`(어떤 일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즐기는 심리)와 관련한 상장지수펀드(ETF)도 뜨는 분위기다. 펀드사인 인퓨시브는 이른바 `조이`(JOYY·Infusive Compounding Global Equities) ETF를 만들어 글로벌 소비자들의 `감성`을 채워주는 제품·서비스 판매 업체 주식에 베팅했다. 지난 해 12월 말 첫 거래를 시작한 조이 ETF는 지난 달 31일까지 25% 급등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 상승률의 4배 정도다.

 

[사진 제공 = 인퓨시브, 그래픽 출처 = 마켓워치]

조이 ETF는 `언텍트 기업`인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모회사 알파벳)주식 뿐 아니라 킷캣 초콜릿을 파는 네슬레, 빅맥 햄버거를 파는 맥도날드, 미국 국민 쿠키 오레오를 만드는 몬델리즈, LVMH, 프리미엄 양조업체 디아지오 주식을 담았다. 인퓨시브의 안드레아 루제리 CEO는 CNN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시대 소비 변화와 관련해 "사람들은 가끔 뭔가 재미있는 것들로 스스로를 망치고 싶어하며 코로나19상황에서는 종종 필요한 재미"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재택 소비` 성향이 앞으로도 자리매김할 지 당장은 알 수 없다. 일각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정책을 펼 것이고 연방 의회 역시 2021회계연도(2020년 10월 1일~2021년 9월 30일) 예산 승인과 관련해 정부와 코로나19 추가 부양책에 합의하면 지금의 소비 성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반면 지난 주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설문 조사한 결과 전문가들의 37%는 더블딥 침체를 우려한 반면 절반 수준인 17%정도만이 V자 경제회복을 예상했다.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는 셈이다. 앞서 지난 달 25일 미국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월간 소비자신뢰지수`를 보면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4.8을 기록해 시장 기대치(93)를 크게 밑돌았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져 주 정부가 봉쇄령을 선언하면서 소비심리가 억눌렸던 4월(85.7)보다도 낮은 수치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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