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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충돌, 한국은 누구 편인가-김세형mk

doll eye 2019. 5. 29. 16:25


김세형 칼럼] 미·중 충돌, 한국은 누구 편인가

  • 김세형 기자
  • 입력 : 2019.05.29 00:07:01            


미국은 중국이 더 이상 커 올라 오기 전에 세계 경제 네트워크에서 격리시키기로 결심한 것 같다.

국력의 최종 결정요소는 기술(technology)이며, 따라서 미국은 중국 제1의 기술기업 화웨이 죽이기에 착수했다. 이제 미국이 화웨이를 단번에 망가뜨릴 수 있느냐, 중국이 필사의 방어에 성공하느냐에 온 세계는 주목할 것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막는 건 어찌 견딜지 몰라도 인텔, 퀄컴이 반도체 핵심부품을 끊으면 붕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설한다.
미국은 지난해 ZTE, 텐센트에 일격을 가한 데 이어 앞으로 중국 핵심기술 기업들을 줄줄이 표적으로 삼을 것이다. 스탠퍼드, MIT 등은 이공계 석·박사급에서 이미 중국인은 한 명도 안 뽑고, 이제 월가에서 중국 기업 기업공개(IPO)도 금지령을 내렸다.

`기술 철의 장막` `첨단과학 신냉전` 같은 용어들이 난무한다.

미국은 과거 두 차례 투키디데스 함정의 위협을 느낀 적이 있었다. 1960년대 우주선 첫 발사를 소련에 빼앗긴 스푸트니크 모먼트, 그리고 1980년대 일본과의 경제패권 다툼이었다. 당시 소련은 산업이 없었고, 일본은 군사기술이 없었다. 미국은 둘 다 손쉽게 물리쳤다. 그런데 올해 중국은 화웨이의 5G가 미국을 추월했다고 떠들고 달 뒷면에 처음으로 착륙했다며 군사기술을 한껏 뽐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적을 마주했다`는 주제로 미·중 신냉전을 무려 16쪽에 걸쳐 집중 분석했다. 미국의 기류는 중국의 부상을 더 이상 놔둘 수 없다, 기술 슈프리머시는 필승하겠다는 결의로 충만하다. 싸우기 좋아하는 공화-민주당도, 일반국민 정서도 같아서 설혹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해도 중국 타도는 지속될 전망이다. 마틴 울프가 "이제 트럼프의 미국이 깡패국가가 됐다"고 말할 정도로 미국의 반응은 격앙돼 있다.

시진핑이 재작년 19차 전당대회에서 임기제한을 없애는 명분으로 2049년까지 중국을 경제, 군사적으로 세계 1등으로 올리겠다고 한 선언이 오늘의 사태를 불렀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제 물러설 공간도 없다.

중국은 40년간 죽어라 일해서 이제 겨우 먹고살 만한데 왜 서방은 중국을 못마땅해 하느냐고 원망한다. 그러면서 멍완저우 체포를 두고 1840년 아편전쟁을 연상케 만들면서, 모욕(contempt)이란 낱말을 자주 등장시킨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문명의 충돌이 돼버렸다. 중국은 상감령전투를 상영하며 울분을 토한다.

이언 모리스는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에서 2103년이면 동양의 문명지수가 5000을 넘어 서양을 이길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배제품목(Entity list)을 발표하면서 세계를 두 개로 나눌 심산이다. 잠수함 하나 만드는 데 수천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동맹국이 만드는 반도체는 쓰지만, 적국의 부품은 트로이목마로 여기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어떤 나라가 중국 편인지 자기편인지 그 중간을 왔다갔다 하는지 흘끔 쳐다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중 때 중국은 대국, 한국은 소국이라 한 연설도 볼 것이다.

영국의 반도체설계업체 ARM, 일본 등이 재빨리 거래를 끊겠다고 선수 쳤다. 우리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유플러스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이제부터는 북한 김정은 달래기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경제문제를 우선순위로 해야 한다. 미·중 충돌은 아테네와 스파르타 전쟁처럼 30년 이상 갈 수도 있으나 둘 다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싸움이 격해지면 사소한 불꽃도 전쟁으로 비화한다. 새뮤얼 헌팅턴은 중국 극우파가 대만을 점령하거나, 남중국해에서 자유의 항해 과정 같은 데서 전쟁의 불꽃이 예기치 않게 타오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생각은 이제 헛소리다.


피터 자이한은 책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에서 중국은 부유하기 전에 다시 가난해져 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 특집의 결론은 미국 기술이 아직 앞서지만 중국이 빠르게 쫓아온다는 것으로 요약했다. 모리스와 자이한, 누가 옳을까. 미·중 충돌은 기술 자립도의 중요성이라는 교훈을 남긴다. 국가 간에는 친구도 적도 없는 법. 승자가 내 편이다. 문(文)정부는 이 두 가지를 지키고 있나.

[김세형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