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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하다, 화성탐사 선봉 '인저뉴어티'

doll eye 2021. 4. 21. 20:56

 

 

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어티가 화성 하늘을 날아 올랐다. 비행 시간은 30초! 짧다면 짧은 비행이었지만 단 12초에 지나지 않았던 라이트 형제의 비행이 인류의 역사를 바꿨다는 것을 상기봤을 때 시간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무게 1.8kg(지구 기준), 날개 길이 1.2m정도로 작은 인저뉴어티의 개발 비용은 무려 약 900여 억 원! NASA가 이처럼 많은 예산을 들여 화성 헬리콥터를 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Q. 화성 헬리콥터, 왜 필요한가?

A. 지금까지는 화성탐사를 위해 주로 바퀴가 달린 로버를 이용했다. 문제는 탐사 로버들의 속력이 매우 느리다는 것이다. 역사상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 로버는 오퍼튜니티인데 10여 년에 걸쳐 이동한 거리는 약 45㎞에 불과(?)했다. 초속 5㎝의 최고속력을 낼 수 있었지만 안전한 주행을 위해 초당 1㎝ 정도로 움직였다. 큐리오시티(2012)와 퍼서비어런스(2021) 로버 역시 비슷한 속력을 가졌다. 넓은 범위를 빠르게 탐사하는 데는 무리가 있는 속력이다.

 


`나는 놈` 인저뉴어티는 최대속도 초속 10m로 날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는 로버에 비해 200배 빠르지만 현재로선 오래 날 수는 없다. 인저뉴어티로 축적한 기술을 활용해 좀 더 발전된 헬리콥터가 개발된다면 관심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하여 탐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헬리콥터는 바퀴가 달린 로버가 가지 못하는 절벽, 협곡 같은 지형을 탐사하기에도 좋다.

공중에서 촬영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수백 ㎞ 고도의 화성 궤도선이나 화성 표면의 로버가 촬영하는 것과는 다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로버가 찍는 사진은 해상도가 높지만 찍는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고, 궤도선이 촬영하는 영상은 넓은 범위를 한 번에 찍을 수 있지만 해상도가 낮다. 그 중간 지대에 위치하는 화성 헬리콥터는 두 데이터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Q. 화성 헬리콥터, 어떤 점이 어렵나?

A. 헬리콥터가 날기 위해서는 공기가 있어야 한다. 달에서 헬리콥터가 날 수 있을까? 없다. `대기`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화성에는 다행히 대기가 있다. 하지만 지구의 100분의 1 이하로 매우 희박하다. 지구로 치면 고도 30㎞ 정도에서 비행하는 셈이다(지구에서 헬기가 가장 높이 올라간 기록은 12㎞ 정도다). 충분한 양력을 얻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헬리콥터의 날개 `블레이드`를 최대한 고속으로 회전시킨다. 인저뉴어티의 블레이트 회전속도는 2400rpm 내외, 초당 40번 정도다(RC 헬리콥터나 쿼드콥터형 드론에 비해서는 낮은 rpm이지만 일반적인 유인 헬리콥터에 비하면 몇 곱절 빠르다). 그나마 화성의 중력이 지구의 3분의 1 정도이기 때문에 부담이 다소 줄어들지만 그래도 무언가 들어 올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매우 가벼운 소재인 탄소섬유를 적극 활용하는 등 혹독한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영하 90도 가까이 떨어지는 화성의 극저온도 극복해야 한다. 낮은 온도는 통신모듈 등 각종 전자장치를 고장 낼 수 있고 배터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단열을 위해 동체 내부에 이산화탄소를 채웠지만 충분치 않다. 이 때문에 인저뉴어티는 많은 전력을 온도를 유지하는 데 사용해야만 한다. 거꾸로 말하면 비행과 전자장치에 쓸 수 있는 전력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 된다. 저전력 설계가 필수다.

지구에서 실시간으로 조종할 수도 없다. 지구에서 화성까지는 가장 가까울 때도 약 5000만㎞, 가장 멀 때는 4억㎞가 넘어 신호를 보내고 다시 받는 데 수 분에서 수십 분이 소요된다. 그 때문에 화성 헬리콥터는 비행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인저뉴어티는 흑백 카메라를 이용해 초당 30회의 사진을 찍고 이렇게 촬영된 이미지를 자체적으로 분석해 자율적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센서들 역시 필요하다.

Q. 인저뉴어티의 비행성능은?

A. 인저뉴어티의 최대 상승 속도는 초속 3m, 수평으로는 초속 10m까지 비행할 수 있으며 화성 표면으로부터 5m까지 떠오른다. 최대 비행시간은 90초 정도인데 배터리 용량의 한계 때문이다. 배터리가 다 되면 착륙해서 태양광 패널로 충전을 하고 다시 이륙하는 식이며 재충전에는 보통 이틀이 소요된다. 충전 중에도 온도 유지나 지구에 데이터를 보내는 일 등에 전기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몇 차례의 시험비행에서는 이륙한 곳으로 다시 되돌아와 착륙할 계획인데 편도로 50m, 총 100m 정도다.

Q. 인저뉴어티의 의의는?

 



A. 비행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향후 화성에서 활약할 새로운 비행체를 설계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차기 모델은 약간의 짐을 운반할 수 있도록 개발될 예정이며 점차 적재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만약 인류의 화성 이주가 현실화되고 화성 하늘에 비행기들이 날아다니는 시대가 온다면,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 1호가 그러했듯 패러다임 전환의 시발점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참고로 NASA는 2027년 타이탄에 `드래건플라이`라는 드론을 보낼 예정이다. 타이탄은 토성의 위성이며 대기를 가지고 있는데 심지어 지구보다 1.4배 기압이 높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과학교육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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