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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 우리가 최소한은 알아야할 것들 (하)

doll eye 2020. 2. 7. 12:43



중기야사-12] 4. 외국인 노동자도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이 외국인을 본격적으로 고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1년입니다. 기존에 3개월이었던 외국인 기술연수생의 연수기간을 1년으로 늘리고 전체 종업원의 3~5%에서 고용할 수 있도록 해준 것입니다. 이에 따라 1987년에는 입국자 수가 1000여 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기술연수생이 1992년에는 2만명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지금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연수생'이라는 용어가 익숙한 이유입니다.

재능 있는 외국인을 한국으로 데려왔던 것은 K팝이 성공한 여러 비결 중 하나입니다. /사진 제공=유키카 인스타그램
▲ 재능 있는 외국인을 한국으로 데려왔던 것은 K팝이 성공한 여러 비결 중 하나입니다. /사진 제공=유키카 인스타그램

1993년 본격적으로 외국인산업연수제도가 시작됐는데 이 제도에 대한 비판이 계속 이어집니다. 외국인 연수생은 우리나라 공장에서 사실상 노동자로 일하지만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법 적용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낮은 임금과 함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의 배경이 됐습니다. 노동운동 단체와 진보 진영은 꾸준히 이 제도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2004년 8월부터는 외국인도 노동자로 인정하는 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외국인 노동자도 노동3법을 인정받게 됩니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도 최저임금이나 주52시간근로제와 같은 노동법을 적용받게 됐다는 뜻입니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외국 인력은 E-9 비자 제조업 분야 기준으로 매년 4만5000명 정도(재입국자 포함)가 국내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농업 건설업 등을 합하면 연 5만6000명 정도입니다.

E-9 비자는 체류기간이 3년입니다. 재고용 신청을 하면 1년10개월 연장이 가능합니다. 성실근로자는 중소기업에서 요청하면 일시 출국 후 다시 3년+1년10개월간 근무할 수 있습니다. 최장 10년까지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시 출국 후 귀국할 때까지 기간은 현행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어들 예정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외국인 노동자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진 제공=최저임금위원회
▲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외국인 노동자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진 제공=최저임금위원회

5. 외국인 노동자는 원칙적으로는 기업을 옮길 수 없다

(상)편에서 설명했듯이 국내에 들어오는 E-9 비자를 보유한 외국인 노동자는 근무하는 기업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원칙적으로는 3년 동안 직장을 옮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사유에서는 이동이 허용되는데 체류기간중 최대 3회까지 이동이 가능합니다.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경우

▷휴·폐업 등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그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

▷폭행 등 인권침해, 임금 체불, 근로조건 저하 등으로 외국인 고용허가의 취소 또는 고용제한 조치가 행해진 경우

▷상해 등으로 해당 사업장에서 계속 일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

이 같은 사업자 이동의 자유가 없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와 중소기업의 요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부분입니다. 외국인 노동자와 노동운동 단체는 이동의 자유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중소기업은 오히려 이동의 자유를 더 막아야 한다고 설파합니다.

중소기업이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이 아니라 내국인 노동자가 기피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방에 있는 중소 제조기업은 대도시와 동떨어진 산업단지에 위치합니다. 이 중 3D(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업종으로 불리는 이른바 '뿌리산업'에 속한 기업은 우리나라 노동자가 기피하는 일자리입니다. 3D이기 때문에 기피하는데, 지방에서도 외곽에 있으니 더욱더 일할 사람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때 반드시 숙소도 제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1995년 1월 12일자 한겨레 신문 1면 기사. 많은 사람이 노력해 1995년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 인권이 많이 개선된 것 같습니다. /사진 제공=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 1995년 1월 12일자 한겨레 신문 1면 기사. 많은 사람이 노력해 1995년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 인권이 많이 개선된 것 같습니다. /사진 제공=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이런 이유로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데 이들이 일터를 자유롭게 옮기게 되면 당초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목적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2019년 1분기 기준 자료를 보면 제조업 중기에서도 어떤 지역은 원하는 만큼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국인도 기피하는데 외국인 노동자마저 구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충남은 미충원율(외국인 구인 인원 대비 미채용 인원 비율)이 21.5%에 달하고 경북도 14.8%로 매우 높습니다. 경기가 8.9%인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도 기피하는 지역임을 알 수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일자리를 옮기려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조금이라도 월급을 많이 주는 곳으로 가고 싶어하고, 두 번째로 모국인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 일하길 원해서입니다. 전자의 경우 초과 근무를 최대한 많이 하는 곳을 오히려 선호한다고 합니다.

중소기업은 지금도 외국인 노동자가 태업을 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태업을 할 때가 많은데 이럴 경우 사업자 변경에 합의해 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로는 기업을 옮길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옮기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6. 우리나라에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은 약 40만명이다.

그런데 자유롭게 일하는 기업을 옮길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가 있습니다. 바로 불법체류 신분의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은 39만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국내에 3개월 이상 머무르는 상주 외국인이 132만명인데 불법체류자가 39만명이라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적별 통계는 2018년 기준 35만명 가운데 태국 국적이 약 14만명, 중국 7만명, 베트남 4만명, 몽골 1만5000명, 필리핀 1만3000명 정도라고 합니다.

태국 국적 불법체류자가 유난히 많은 이유는 태국과 우리나라가 서로 비자 면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본을 여행할 때 비자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태국인도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비자 없이 90일까지 머무를 수 있습니다. 이 90일을 넘어 체류하면 자동으로 불법체류자가 됩니다. 불법체류자는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시장에 들어와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설 연휴에 발생한 화재로 숨진 태국인 3명도 모두 불법체류자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E-9 비자 보유자가 26만명, H-2 비자 보유자가 20만명인데, 불법체류자가 39만명이고 이 중 절반이 노동시장에 참여한다고 생각하면 60만~70만명의 외국인 인력이 우리나라 단순 노무시장에 진입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불법체류외국인 숫자는 2004년 외국인 허가제 도입 이후 계속 줄어들다가 2017년부터 다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불법체류율은 전체 외국인 대비 불법체류자 수를 말합니다. /자료=법무부
▲ 우리나라 불법체류외국인 숫자는 2004년 외국인 허가제 도입 이후 계속 줄어들다가 2017년부터 다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불법체류율은 전체 외국인 대비 불법체류자 수를 말합니다. /자료=법무부

이처럼 불법체류자가 국내에 많은 것은 틀림없이 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들을 고용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몰래 채용하는 중소기업도 꽤 있다고 합니다. 불법체류자가 보기에도 처음 지정된 기업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고, 최저임금은 못 받아도 초과근무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불법체류 신분으로 이탈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합니다.

7. 외국인 노동자의 70%가 월 200만원 이상 번다

E-9 비자 보유자의 평균 소득은 어느 정도 될까요?

법무부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E-9 비자 보유자의 26%가 평균 100만~150만원의 월 소득을 얻는다고 합니다. 63%가 200만~300만원의 월 소득을 얻고 10.9%는 3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74%가 최소 월 2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얻는 셈입니다.

이건 어찌 보면 당연한데요. 외국인 노동자도 최저임금을 받는 데다 중소 제조업은 초과근무가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소득의 63.9%를 본국으로 보냅니다. 당연한 것이 E-9 비자 보유자의 90% 정도가 남성으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이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은 어느 정도 맞습니다.

반면 H-2 비자 보유자의 해외 송금은 14.1%에 그칩니다. 이들은 E-9 비자 보유자에 비해 소득이 낮은 편입니다. 소득이 없는 경우가 12%, 월 소득 100만~200만원이 22%, 200만~300만원이 45%를 차지합니다. 월 300만원 이상 소득자는 16.3%로 E-9 비자 보유자보다 많습니다.

8.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

E-9 비자 보유자는 원칙적으로 중소기업이 내국인 노동자 구인 활동을 하고 이것이 이뤄지지 않은 때에만 고용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는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아가지 않습니다.

E-9 비자 보유자는 내국인 노동자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지 않지만 H-2 비자 보유자와 불법체류자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H-2 비자 보유자는 모든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일할 수 있고, 서비스업 중에서는 분뇨 처리업, 원료 재생업, 도매업, 소매업, 육상 여객 운송업, 여관업, 음식점업, 청소업, 사회복지 서비스업, 자동차 수리, 목욕탕, 세탁업, 개인 간병 서비스업 등에서 종사할 수 있습니다. 불법체류자라면 사실 어느 업종에서도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역시 내국인 노동자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외국인과 한국인의 일자리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 서로 경쟁할 일이 없습니다. /사진 제공=MBC플러스
▲ 이 프로그램에서는 외국인과 한국인의 일자리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 서로 경쟁할 일이 없습니다. /사진 제공=MBC플러스

그런데 다른 의미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칩니다. 첫 번째로 외국인 노동자가 없다면 인상돼야 할 임금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내국인 노동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뤄져야 할 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물론 중소기업이 그럴 수 있는 자금상 여력이 있는지와는 별개 문제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E-9 비자를 보유한 외국 인력에 대한 중소기업 신청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미 인건비가 높아졌기 때문에 같은 돈이면 한국어가 가능한 내국인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노무 관리가 내국인보다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 수요는 낮아지는 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외국인 상주 인구는 불법체류자를 포함하면 우리 국민 대비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이 중 중소기업 요구로 정해지는 E-9 비자 보유자가 26만명, 재외동포가 단순노무 등에서 종사할 수 있는 H-2 비자 보유자가 20만명인데 이들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제조업, 농업, 건설업, 식당 서빙업 등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39만명 정도로 집계되는 불법체류자도 이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H-2 비자 보유자가 자유롭게 직장을 구하고 이동할 수 있는 데 비해 E-9 비자 보유자는 처음 입국할 때 정해진 회사를 쉽게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도 최저임금을 받기 때문에 이들의 월 소득은 한국인 노동자 수준은 됩니다.

단순 노무시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직간접적으로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분야에서 일할 내국인 노동자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지만 외국인 노동자로 인해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 인상이 제한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래서 전반적인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기업이 외국인 노동자보다는 내국인 노동자를 선호할 이유가 커졌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뜨거운 이슈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일반 시민의 이해도는 높지 않은 편입니다. 이번 중기야사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중소기업과 전체 노동시장 측면에서 숫자를 통해 정리해 봤습니다.

[이덕주 중소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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