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회복·수출 증가세 이어질 것" 설비투자 올 3.5%서 내년 1% 하향 전망 소비전망도 하향..실업률은 3.7% 유지
기사입력 : 2018년05월31일 12:00
최종수정 : 2018년05월31일 12:00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2.9% 전망을 유지했다. 다만 KDI는 투자 둔화로 내수 증가세가 주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31일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9%로 예측했다. 일각에서 '경기 침체 국면 초입'이라는 분석을 내놨지만, KDI는 지난해 12월 제시한 전망치를 유지했다.
KDI가 전망치를 유지한 이유는 수출에 있다. KDI는 올해 수출 증가율을 전체 경제성장률 전망치 보다 높은 3.8%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 회복세와 교역량 증가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단 KDI는 반도체 등에 집중된 수출 증가는 좋은 신호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수출과 달리 투자 분야에서는 경고 시그널이 가시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KDI는 반도체 관련 투자 증가세 둔화로 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 3.5%에서 내년 1.0%로 빠르게 축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건설투자는 올해 감소세로 전환한다고 예상했다. 이에 지난해 12월에 전망한 건설투자 증가율 0.4%를 이날 -0.2%로 조정했다.
민간 소비 전망도 밝지 않다. 자산 가격 상승과 정부의 이전 지출 영향으로 올해 민간 소비가 3.2% 늘겠지만 내년에는 3.0%로 0.2%포인트 떨어진다고 예측했다. 투자 위축과 소비 둔화는 향후 내수 증가세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KDI는 우려했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을 1.7%로 예상했다. 유가 상승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게 KDI 설명이다. 실업률은 3.7%로 제시했다. 올 초 취업자 증가 규모가 3달 연속 10만명대에 머무는 등 고용 지표가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지난해 12월 내놓은 전망치(3.7%)를 유지했다.
KDI는 향후 경제성장률 발목을 잡을 대외 요인으로 주요 수출 품목 단가 하락과 대외 경쟁력 악화를 꼽았다. 대내 변수로는 시장금리 급등과 자산가격 하락을 지목했다.
KDI는 정부가 재정정책은 지출 증가 속도를 조정하고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통화정책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완화적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KDI 김현욱 거시경제연구부장은 "반도체 중심 수출이 지속하면서 성장세를 이끌고 있지만 나머지 산업 대외 경쟁력 약화가 커지는 모습"이라며 "총량적으로 표현하면 전반적으로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완만한 성장세 속도가 저하되는 현실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ace@newspim.com
****국민소득 3만불 시대 뜨는 비즈니스는 뭘까
입력 : 2018.05.31 10:38:44 수정 : 2018.05.31 10:50:02 어려운 대외여건에도 우리 경제는 지난해 3.1% 성장, 17개월 연속 수출증가, 신설기업 월 1만개 돌파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면서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열었다.”
지난 5월 10일 정부는 ‘문재인 정부 1년-국민께 보고 드립니다’란 자료집을 배포하며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알렸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9725불로 잠정 집계된 가운데 한국은행은 올해 국민소득 3만불을 무난히 넘어설 수 있다고 자신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우리 경제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환율 등 큰 이변이 없는 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2006년 2만불 시대를 맞은 지 12년 만에 선진국 문턱을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 최빈국이던 1945년 광복 이후 73년 만에 세계사에 또 하나의 역사를 남기게 됐다. 국민소득 3만불은 선진국 진입을 의미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등 전 세계 25개국 만이 국민소득 3만불을 넘어섰다. 이 중 인구 2000만 명 이상인 국가는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호주, 미국, 독일, 일본 8개국. 5000만 명 이상인 국가는 캐나다와 호주를 제외한 6개국에 불과하다. 이른바 3050클럽의 일곱 번째 멤버가 된 셈이다.
선진국이 되면 어떠한 변화가 찾아올까. 트렌드 전문가들은 우선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지목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0~3000불에 불과했던 1980년대 초·중반의 소일거리가 화투나 카드놀이였다면 1만불 당시엔 등산, 2만불을 넘어섰을 땐 골프 열풍이 찾아온 게 이를 방증한다. 소득 수준에 따라 주거형태는 물론 트렌드와 취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유통업계에는 ‘국민소득 1만불 시대에는 차를 바꾸고, 2만불 시대에는 집을, 3만불 시대에는 가구를 바꾼다’는 속설(?)을 정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차를 바꾸고 집도 넓히는 경제적 안정을 이룬 뒤 가구와 생활소품을 바꾸는 라이프스타일 시장이 성장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가족’ ‘삶의 질’ ‘자기만족’ 등의 요소가 중요한 소비 기준으로 등장했다. 시장은 이미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소득 3만불 시대에 이른바 뜨는 비즈니스, 뜨는 트렌드를 살펴봤다.
홈퍼니싱·멘즈테리어·가드닝산업 후끈
Part Ⅰ| 워라밸 시대의 소확행, P.S(Private Space)에 주목
지난해 불기 시작한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여기에 최근 법정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며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이 화두다. 일상에서 자신만의 소박한 행복을 찾는 ‘소확행’과 사생활을 중시하는 이들이 소비시장의 한 축으로 떠오르며 관련 사업도 들썩이고 있다.
우선 집, 차, 명품을 구매하는 대신 가구와 조명, 침구 등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꾸미는 이들이 늘며 유통기업들이 속속 홈퍼니싱(Home+Furnishing)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올 1월 신세계그룹은 국내 중견가구 업체 ‘까사미아’를 1837억원(지분 92.35%)에 인수하며 가구 시장에 진출했다. 신세계 측은 5년 내 매장 160여 개, 매출 45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사장은 “까사미아 인수로 신세계백화점은 ‘홈 토털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갖게 됐다”며 “이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그룹도 지난 2012년 가구 브랜드 ‘리바트’를 인수하며 꾸준히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인수 이후 ‘리바트 키친’ ‘리바트 키즈’ 등 11개의 B2C 브랜드와 ‘리바트 빌트인’ ‘리바트 하움’ 등 4개의 B2B 브랜드로 분야를 세분화했다. 최근엔 인기배우 송중기를 현대리바트 모델로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B2C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대리바트가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선정한 건 2004년 김남주 이후 14년 만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최대 홈퍼니싱 기업 ‘윌리엄소노마’의 국내 판권을 획득하고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297㎡ 규모로 첫 매장을 열기도 했다.
롯데백화점도 자체 리빙편집숍 ‘엘리든 홈’을 론칭했다. 이 편집숍에선 칼 한센, 에릭 요겐슨 등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 3000여 개를 만날 수 있다. 이케아와의 협력도 돋보인다. 롯데백화점은 2014년 이케아 광명 1호점에 롯데아울렛을 오픈한 데 이어 고양 2호점에도 동반 출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유통기업의 홈퍼니싱 사업 진출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며 “이미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경험한 선진국의 경우 나만의 공간, 방이나 집을 꾸미는 관련 제품의 소비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08년 7조원대에서 2015년 12조500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관련 업계에선 2023년 1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성장속도에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이케아를 필두로 북유럽, 미국, 일본, 중국 등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H&M홈(스웨덴)’ ‘자라홈(스페인)’ ‘무인양품(일본)’ ‘니코앤드(일본)’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덴마크)’ ‘미니소(중국)’ ‘윌리엄스소노마(미국)’ ‘마샤스튜어트(미국)’ 등이 그 주인공. 각 브랜드마다 조립식 가구, 생활용품, 의류, 아이디어 소품, 주방용품 등을 내세우며 국내 라이프스타일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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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인테리어 시장도 후끈, 시장 규모 갈수록 늘어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도 열기가 후끈하다. 시장 규모가 20조원까지 늘며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노후주택 증가, 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 변화, 건축 자재 시장 재편 등을 인테리어 시장 확대의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여기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20~30년 된 집에 입주하며 올 수리 비용으로 3000만원 이상 지불하는 세대가 늘고 있다”며 “오래된 집에서 자신이 원하는 새집 분위기를 느끼는 셈”이라고 전했다.
국내 인테리어 시장의 터줏대감은 한샘과 KCC, LG하우시스. 여기에 중견기업들이 속속 시장에 진입하며 움직임이 활발하다. 1위 업체 한샘은 ‘한샘리하우스(Rehaus)’ 사업 부문을 전사적으로 육성, 지난해(매출 4112억원) 대비 매출을 2배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객이 직접 리모델링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150~400평 규모의 한샘리하우스 전시장을 전국(인천·양재·부천·부산·고양스타필드·용산아이파크몰) 단위로 확대 운영하고, 시공 부분에선 ‘원스톱 오더’ 서비스를 강화했다. 지난 2월에는 용산 아이파크몰에 ‘한샘 디자인파크’를 열어 대규모 B2C 인테리어·건자재 유통 마켓 시스템을 갖췄다.
KCC도 ‘홈씨씨인테리어’를 앞세워 올해 주요 지역에 직영점과 제휴점을 연이어 추가할 계획이다. 최근엔 경기도 수원시 서둔동 296-124 일원에 연면적 1만6000여㎡, 지하 1층~지상 2층 2개동 규모의 인테리어 복합시설 건립을 논의 중이다. 홈씨씨인테리어 전시·판매장을 중심으로 전시행사장과 판매시설,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이 조성될 계획이다.
욕실 시공 업체인 대림바스도 지난 2월 홈 인테리어 브랜드 ‘대림디움’을 론칭하며 욕실 인테리어에서 홈리모델링 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그런가 하면 국내 1위 레미콘업체 유진기업도 홈인테리어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다. 건자재 유통으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데다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한 레미콘과는 달리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6월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홈데이’를 론칭한 유진기업은 인테리어와 리모델링에 관한 상담부터 시공까지 인테리어 맞춤형 토털솔루션을 선보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홈데이는 현재 서울 목동, 잠실, 경기도 고양시에 연이어 대형 매장을 출점한 상황이다.
Part Ⅱ | 반려동물 대신 반려식물
훌쩍 성장한 홈가드닝
“평소에 마당 있는 집에 사는 게 꿈이었는데, 더 나이 들기 전에 실행에 옮기려고 아파트 내 테라스 하우스나 수도권 외곽의 타운하우스를 찾아보고 있어요. 테라스 하우스는 공급이 적고 타운하우스는 직장과 거리가 멀어 살짝 고민되긴 합니다.”
서울 마포에 사는 김형중(43) 씨가 테라스가 넓은 아파트나 공간 활용도가 높은 타운하우스를 찾는 이유는 직접 가꾸고 싶은 ‘나만의 공간’ 때문이다. 테라스 하우스는 비탈진 경사면을 이용해 계단식으로 지은 집이다. 경사면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랫집의 옥상을 윗집에서 넓은 테라스로 활용할 수 있다. 2000년대부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이 늘었는데, 최근 넓은 공간에 대한 인기 높아지며 수요가 늘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최근 아파트 트렌드는 호텔식 조식 서비스 등 편의시설이 한몫하고 있지만 테라스하우스에 대한 인기는 꾸준히 높았다”며 “분양 후 프리미엄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비단 테라스 하우스뿐만 아니라 거주자의 취향에 따라 인테리어를 달리한 공간이 늘며 테라스가 단독주택의 마당 같은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테라스의 활용도가 높은 분야는 단연 홈가드닝. 집안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텃밭을 만들거나 화분을 놓는 등 식물을 돌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자연과 휴식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며 산호초, 아이비 등 미세먼지를 줄이는 식물은 ‘천연 공기청정기’로, 심신의 안정을 주는 나만의 식물은 ‘반려식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엔 플랜트(Plant·식물)와 인테리어의 합성어인 ‘플랜테리어’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플랜테리어’ 해시태그 게시물 수가 약 10만 건을 넘어설 정도다. 관련업계에선 국내 홈가드닝 관련 시장규모를 1조4000억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식물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인터넷을 꼽는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 인기 있는 식물을 국내에서 바로 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실제 인터넷을 통한 구매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G마켓이 올 식목일 전후 일주일(4월 4~10일) 동안 원예용품 판매를 집계한 결과, 꽃나무 묘목은 전년 동기 대비 395%, 관상수묘목은 106% 늘었다. 채소씨앗과 꽃, 채소모종도 각각 16%, 33%, 미세먼지에 따른 공기정화식물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8% 판매가 늘었다. 식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흙과 식물영양제도 각각 6%, 18% 늘었다.
G마켓 측은 “최근 공기정화나 실내 장식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을 위해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식재료로 활용할 수 있는 상추, 로메인, 케일 등 쌈채소와 고추, 가지, 토마토 등 열매채소 등도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홈가드닝 강좌도 인기
집에서 제대로 정원을 가꾸려는 이들을 중심으로 홈가드닝 강좌도 인기다. 몇 년 전까지 인문학과 쿠킹클래스 등이 주를 이뤘던 백화점 문화센터 프로그램에 지난해부터 홈가드닝, 플랜테리어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과거 단편적인 꽃꽂이 강좌에서 그린인테리어, 가드닝클래스, 다육식물, 여름부케, 센터피스 만들기, 생화 벽걸이 장식 등 분야도 세분화됐다. 현대백화점의 올 봄학기 문화센터 강좌 가운데 홈가드닝, 플랜테리어 관련 비중은 13%로, 지난해 봄학기와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홈 가드닝 관련 강좌를 13~15% 비율로 편성했다.
나만의 공간에 지갑 여는 남자, 멘즈테리어 1인가구의 싱글남뿐 아니라 30~50대 가장들 사이에서도 집 꾸미기가 새로운 취미다. 이들을 겨냥해 맨과 인테리어를 결합, ‘멘즈테리어(Mensterior)’란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동안 여성 고객 중심의 가구 시장에 남성의 구매력이 눈에 띄게 커진 것도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중 하나. 지금까지 가구업계의 주요 공략점이 주방이었다면 최근 남성을 겨냥한 책상, 소파, 리클라이너 등이 출시되며 서재가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인테리어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온라인 오픈 마켓 ‘G마켓’에 따르면 올 1월부터 4월 22일까지 남성의 인테리어 관련 상품 구매율은 2015년 동기 대비 75%나 상승했다. 인테리어 관련 제품 구매 비중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50%, DIY 가구 비중이 61%로 남성이 여성보다 높았다.
워라밸 맞아 와인판매량도↑ 퇴근 후 저녁이 있는 삶이 화두로 떠오르며 최근 백화점 등 고급 주류를 판매하는 매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잦은 야근으로 퇴근시간이 들쑥날쑥했던 직장인들이 워라밸 바람에 여유를 누리기 시작한 덕분이다. 롯데백화점이 주류 코너 시간대별 매출을 확인한 결과 퇴근 후 고급 주류를 구매하는 수요가 늘었다.
지난 1~4월 시간대별 주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오후 6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1%, 오후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매출은 5.7% 늘었다. 주류를 포함한 전체 판매량에서 시간대별로 차지하는 비중도 비슷한 경향을 나타냈다. 오후 6시 30분부터 7시 30분의 매출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6.3% 늘어난 17.9%로 하루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 워라밸 열풍이 주류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롯데백화점 측의 분석이다. 전체 매출 가운데 스파클링 와인과 샴페인 매출이 약 30% 수준으로 주로 2만~3만원대 스파클링 와인과 5만~7만원대 샴페인이 많이 팔렸다.
Part Ⅲ | 나를 위한 휴식과 투자에
동네서점·하이엔드 오디오 부활
“아들, 딸이 모두 대학생이에요. 평일은 고사하고 주말에도 얼굴 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아내랑 이곳저곳 산책을 다니는데 둘이 취미를 가져볼까 궁리하다 요즘 동네책방에 다닙니다. 좀 이상할 만도 한데, 지하철 타고 시내로 나가면 내로라하는 대형서점들이 번쩍번쩍하잖아요. 거기 가면 얼마나 좋아요. 책도 많고 쇼핑할 것도 많고 맛집에 관광명소에… 그런데 동네책방에 앉아 있으면 편안해요. 우리 집만한 거실이라고 생각하면 다를 게 없더군요. 여긴 시집 전문 책방이라 관련 책들이 있는데, 카페도 겸하고 있어서 편합니다. 간간이 공연도 하고 작가와 만날 수도 있고, 우리에겐 소중한 사랑방이죠.”
50대 후반인 김상태(가명) 씨는 아내와 함께 이화여대 앞에 자리한 서점 ‘위트앤시니컬’에 들르곤 한다. 시집을 주로 다루는 이곳은 크게 책과 팬시용품, 음악 CD와 LP를 판매하는 공간과 카페, 전시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일단 서점은 1층에 자리해야 장사가 잘된다는 일반적인 생각은 이 서점과는 동떨어진 얘기다. 건물 3층에 자리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그렇다고 책이 많은 것도 아니요, 베스트셀러가 진열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평일 오후 서점 안에 사람들이 촘촘하다.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홍대 주변에는 이보다 규모가 작은, 말 그대로 동네책방이 색다른 문화를 뽐내고 있다. 서교동의 ‘유어마인드’, ‘땡스북스’, 연남동의 ‘헬로 인디북스’, ‘라이너노트’, 상암동 ‘북바이북’까지 아는 이들에게 이미 익숙한 책방이자 문화공간이다.
▶분위기 즐기며 동네 사랑방으로
이미 핫한 동네로 떠오른 연남동, 그곳 주택가에 자리한 재즈 전문 서점 ‘라이너노트’는 서너 평 남짓한 공간에 커다란 오디오와 피아노를 들여놨다. 공간의 실체는 가정집을 개조한 사무실의 작은 주차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재즈 음악이 은은하다. 진열된 책들을 둘러보면 재즈를 비롯해 뮤지션과 음악 관련 책이 전부다. 서점 중앙에 놓인 탁자에 앉아 음악을 들어도 좋고 한동안 책을 읽어도 누가 뭐라는 이가 없다. 말 그대로 동네 중심에 떡하니 책방을 낸 이는 음반기획사 페이지터너의 홍원근 대표. 그러니까 이곳은 그에게 서점이자 공연장이자 강연 공간이다. 음악 관련 행사나 공연이 열리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차나 와인을 가져와 즐기는 이도 있다.
개성이 묻어나는 동네책방 부활에는 유명인들의 참여도 한몫 단단히 했다.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등 익히 알려진 광고 카피를 탄생시킨 제일기획 부사장 출신 최인아 씨도 그중 하나. 그가 차린 ‘최인아 책방’은 서울 강남 선릉역 주변에서 명소가 됐다. 이곳에선 저자와의 대화, 연주회 등을 열며 복합문화공간의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서점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김영명 씨는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이 한 곳에 모인 대형서점보다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특화된 곳에 들르게 된다”며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끼리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라고 전했다.
▶집에서 즐기는 나만의 휴식, 오디오
그런가 하면 나만의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 중 하나로 오디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상담하신 분은 집에서 모임이 있는데, 초대한 분들과 영화 한 편을 보기로 했다며 홈시어터 설치를 문의하시더군요. 서재에 16.1채널 시스템을 꾸며드리기로 했는데, 스피커만 2000만원가량 됩니다.”
서울 청담동에서 만난 한 오디오 컨설턴트가 꺼내 놓은 상담일지 중 한 토막이다. 그의 일지에는 최근 이런 식의 주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오디오를 잘 모르는 이들은 홈시어터를 주문하고, 잘 아는 마니아들은 집 안에 극장을 꾸민다는 것이다. 그는 “소득 수준이 높은 분들을 중심으로 하이엔드 오디오 주문이 살짝 늘었다”며 “예전엔 가격보다 브랜드를 선호했지만 지금은 프리미엄 시장에도 가성비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바로 옆 동네에서 쇼룸을 오픈한 또 다른 오디오 컨설턴트는 ‘집’에 주목했다. 그는 “최근엔 먹어도 내 입에 맛있는 음식, 살아도 내 취향에 딱 맞춘 집에서 살겠다는 트렌드가 확고해졌다”며 “그런 이유로 오디오도 인테리어로 접근하는 고객들이 늘었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에 제대로 취미생활을 즐기겠다며 문의가 오곤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주로 소득수준이 높은 고객을 상대하는 PB센터나 각 기업의 고객휴게실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각 금융사의 PB센터 상담실 혹은 휴게실에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오디오가 고객을 맞는다. PB들은 고객들이 편안한 자세에서 여유 있게 음악을 감상하며 투자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고객들의 불만접수가 이어지는 상담창구의 고객휴게실도 하이엔드 오디오가 설치돼 있다. 편안한 음악으로 마음을 안정시킨 뒤 상담창구에 앉을 수 있게 동선을 고려한 마케팅이다.
도심에 등장한 플랜테리어, 롯데백화점 그린 플랜 소비자의 트렌드에 민감한 백화점 업계가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와 가드닝에 집중하는 가운데 롯데백화점이 백화점 건물 옥상에 유리온실을 짓는다. 롯데백화점은 올 12월에 오픈할 안산점 옥상 공간에 실외 정원, 유리온실 등으로 구성된 760㎡(약 230평) 규모의 공원을 꾸밀 계획이다. 건물 옥상에 작은 화단을 가꿔 고객 휴식공간으로 활용한 예는 있지만 원예와 접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백화점은 안산점 옥상 공원에 ‘소공주(小公主)’란 이름을 붙였다. 유리온실은 문화센터와도 연계해 활용한다. 화분이나 원예도구, 꽃 등을 구매하거나 개인이나 기업 대상 교육과 컨설팅 장소 등으로도 쓸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온실을 짓기 위해 전문가들을 초빙했다.
국내 최대 조경 업체인 센티에레가 설계를 맡고 산림청이 인가한 가드닝 전문 교육기관 ‘키덴’이 아이를 위한 정원 놀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파티·케이터링 서비스 전문 업체 ‘크라운힐’은 쿠킹클래스를 진행하고, ‘클럽G’가 꽃이나 식물을 정기구독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정원에는 아이들이 가드닝을 체험할 수 있는 키즈 가든도 만든다. 롯데백화점은 가드닝 플랜을 확장하기 위해 올 8월 분당점에 시범적으로 211㎡(64평) 규모의 가드닝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전 세계 4000여 명이 몰린 이번 세계 제조산업 컨벤션 2018에는 40여 명의 한국 참관단이 방문해 중국 제조업 굴기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중국 현지에 있는 중진공 인큐베이터(BI)센터장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아 중국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한중 기업 발전을 논의했다. 이 이사장은 "이제 중소기업은 세계 최고 기술이 아니면 중국에서도 살아남지 못하는 환경이 됐다"며 중국 첨단기술 발전을 놀라워했다. 양걸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부사장, 한주우 LG전자 글로벌생산부문 부사장은 행사 도중 별도로 쑹궈취안 허페이시 서기와 링윈 허페이시 시장 등과 면담을 하고 투자를 요청받기도 했다.
전자부품업체 솔루엠의 전성호 대표는 "중국인들의 학습 능력은 놀라운 수준"이라며 "과거에는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일들을 불과 몇 년 사이에 해내는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안종일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단장은 "중국이 제조산업에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참관단은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수준에 감탄했다.
김용범 경동나비엔 중국법인장은 "중국의 AI 수준은 구글 어시스턴트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기계와 의사소통을 주고받는 데 막힘이 없다"고 감탄했다. 중국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도 중국 제조업의 발전을 실감했다. 진명호 노루페인트 대표는 "중국의 페인트 시장은 친환경 정책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전병득 부장(팀장)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김세웅 기자 / 조성호 기자 / 김유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4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국립과학기술혁신단지에 위치한 아이플라이텍에서 관계자가 음성인식 기술을 시연해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30여 분을 차로 내달려 도착한 허페이국립과학기술혁신단지.
중국 첨단제조기술의 첨병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하지 않게 샤오미, 텐센트, 시스코 등 전 세계를 주름잡는 기술 기업이 밀집해 있었다. 이런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인공지능(AI) 음성인식 기술력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중국 토종 기업이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 바로 아이플라이텍(iFLYTEK·커다쉰페이)이다. 회사 출입구에 처음 발을 내딛는 순간 방문객을 맞이한 건 짤막한 10개의 한자어였다.
덩샤오핑 전 중국 주석이 남긴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화를 달성하라(發展高科技 實現産業化)`는 이 문구는 아이플라이텍 모든 직원이 공유하는 기업 철학이다. 시진핑 주석이 세 번이나 방문해 아이플라이텍의 AI 음성인식 기술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1만명의 인력 중 기술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다. 이날 사내투어를 담당한 직원은 "기술 담당 인력 중에서도 500명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전문성 면에서 뒤지지 않을 최고급 연구원들"이라고 자랑했다.
투안타위안 아이플라이텍 부회장은 "아이플라이텍은 전통 산업에 AI를 결합시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회사"라며 "교육, 의료, 스마트시티는 우리 AI가 진입한 일부분일 뿐이고 향후 우리가 진출할 산업은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이플라이텍이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 받는 분야는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이다. 현재 33개 언어를 음성만 듣고도 실시간으로 번역해주는데 영·중 번역은 전문 통역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이플라이텍은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어 연설을 중국어로 변환해 마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어로 유창하게 연설하는 듯한 영상을 선보여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투어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기술 또한 음성인식을 통한 번역이었다.
담당자가 "저희 회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중국어로 말하자 "Welcome to our company, I hope all of you have a good day"라는 영어 번역이 화면에 떴다. 다만 영·중 번역 외에는 아직 기술력이 완전하지 않은 모습도 보였다. 같은 문장을 한국어 번역으로 시도하자 어순과 단어 선택 등에서 적절하지 못한 모습이 연출됐다. 이를 시연한 회사 관계자는 "한국어 번역은 아직 기술적으로 불완전하다"며 "계속 연구개발해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인식이 응용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했다. AI 비서 스피커부터 TV, 냉장고, 에어컨 등 모든 가전기기에 아이플라이텍 기술이 결합해 리모컨이 필요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안내 담당자가 TV 화면에 대고 "어제 뉴스를 보여줘"라고 말하자 순식간에 화면이 바뀌고 어제 뉴스가 나왔다. "할리우드 영화 목록을 보여줘"라는 명령에 화면이 최신 서양 영화 목록으로 바뀌기도 했다. 현재 아이플라이텍 음성인식이 중국어를 알아듣는 정확도는 98%에 이른다.
아이플라이텍은 음성인식과 AI를 결합해 모든 산업에 손을 뻗치고 있었다. 대표적인 분야가 의료산업이다. 전문성 영역으로만 여겨져 왔던 의료계도 AI 발전에 안전할 수 없다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투어에서는 환자의 진료 기록과 환자가 진술한 증상 내용을 바탕으로 사람의 개입 없이 병을 진단해주는 모습이 재현됐다.
아이플라이텍이 만드는 인공지능 의료기기 샤오이(Xiaoyi)는 지난해 중국 국가 의사 자격증 시험을 통과했다. 놀라운 점은 샤오이의 시험 점수가 합격점인 360점을 훌쩍 넘긴 456점으로 전체 응시생 중 5등 안에 들었다는 것이다. 샤오이는 3월부터 이미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고, 150개 이상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인식과 AI 기술의 결합은 교육 분야에도 적용된다. 이날 투어에서는 학생들이 숙제로 제출한 영작문을 스캔하면 아이플라이텍 기기가 이를 인식하고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을 체크해 피드백을 해주는 과정이 소개됐다. 학생마다 써내는 내용이 제각각인 주관식 답안지도 이 기술을 이용하면 합리적으로 채점이 이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투어 담당자는 "이미 싱가포르 초등학교와 일본 대학교에서는 아이플라이텍 기술을 이용해 영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이플라이텍은 현재 AI와 음성인식이 결합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징둥닷컴, 웨이보, 디디추싱을 포함한 40만개 넘는 애플리케이션이 아이플라이텍의 음성인식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6개 TV 제조사는 아이플라이텍과 제휴해 음성인식 기술을 내재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기획취재팀 = 전병득 부장(팀장)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김세웅 기자 / 조성호 기자 / 김유신 기자]
최근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인 전자·화학업계에서 이 같은 염려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중국의 BOE(디스플레이)·YMTC(반도체)·CATL(전기차 배터리) 3개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약진하며 한국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 이들 업체는 공통적으로 보조금 수혜, 법인세 감면 등 중국 정부의 파격적 지원을 등에 업고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미 디스플레이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는 저가 물량공세로 시장을 `치킨게임`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전면적인 사업 구조조정이라는 막대한 위험을 떠안을 처지다. 대표적 교란 사례가 바로 BOE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BOE는 9인치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시장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21%를 달성하며 12년간 1위에 군림했던 LG디스플레이(20%)를 2위로 끌어내렸다. 또 BOE발 공급과잉 상황이 지속되면서 65인치 고화질 4K 패널은 지난해 6월 평균가격이 436달러에서 올해 5월 266달러로 39% 급락했다. 이처럼 BOE발 수급시장 교란으로 인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에만 1000억원대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하며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LG디스플레이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도 위기에 처했다. 회사는 중국발 저가 물량공세에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장에서도 BOE가 공격적 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2~3년 내 수급 교란이 예상된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BOE의 중소형 OLED 생산능력이 분기당 총 2200만대로 내년부터 중국 내수 시장을 토대로 점유율 상승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이에 따른 글로벌 패널 가격은 지난해 4분기 90달러 수준에서 내년 4분기께 6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1993년 설립된 BOE는 베이징국유자본경영관리센터(11.56%)가 최대주주인 국영기업이다. 공교롭게도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기업 하이디스를 2003년 인수하면서 성장의 모멘텀을 마련했다. 한국의 기술력을 흡수해 15년이 흐른 뒤 거대한 공룡기업으로 변신하면서 한국의 주력 플레이어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양상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에 이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중국발 공포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현실화했다. 2011년 설립된 일곱 살배기 기업인 중국 CATL이 부동의 글로벌 2위 업체인 LG화학을 누르고 시장점유율 2위에 올랐다.
CATL의 약진 배경에도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 업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가 최근에야 제한적으로 규제를 풀어줬다. 그사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산 배터리 탑재를 주저하게 만들면서 자국 업체들이 혜택을 받도록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를 만들어준 셈이다.
자국 정부가 쌓은 비관세 무역장벽의 최대 수혜자가 된 CATL은 2020년까지 약 5조2000억원을 투자해 생산 라인을 확충하고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도 매년 2배씩 늘리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자국 에너지 기업을 앞세워 코발트,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를 싹쓸이하며 배터리 업체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은 시장점유율 하락은 물론, 원료 조달의 어려움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 삼중고에 내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상징하는 YMTC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복병으로 부상했다. 2016년 설립된 이 업체는 올해 32단 수준의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3~4년 전에 이룬 기술성과를 창립 2년 만에 따라올 만큼 무섭게 성장한 것이다. 이 업체 역시 중국 국영기업인 칭화홀딩스의 자회사인 칭화유니그룹과 국가반도체산업펀드가 50대50의 지분을 가지고 움직이는 국영기업이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여러 반도체 회사에서도 YMTC는 중국 정부의 천문학적 지원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가장 위협적인 기업"이라며 "YMTC가 3D 낸드플래시 시장에 진입하면 장기적 공급과잉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는 중국 정부가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 인하를 압박한 배경에도 철저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가격 인하 요구가 아니라 기술력이 아직 미약한 자국 반도체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협력 방안을 취하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SK하이닉스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9월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 승인 요청에 대해 8개월 동안 결론을 내리지 않는 등 몽니를 부리다가 최근에서야 승인을 결정했다.
"중국 기업의 약진으로 D램 시장의 3강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 한 기업은 사라질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최근 한 글로벌 반도체시장 분석가의 이 같은 전망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워낙 탄탄한 시장 장악력을 확보한 만큼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상당했다.
그런데 지난 2월 방한한 반도체시장 조사기관 오브젝티브 애널리시스의 짐 핸디 애널리스트는 "향후 중국 정부와 기업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1~3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3개사 중 한 곳이 중국 기업에 의해 도태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그는 "중국이 2020년 낸드 시장에서 본격 양산 체계에 돌입하면 과잉 공급을 심화해 3년간 업계에 손실을 불러올 것"이라며 디스플레이·전기차 배터리 산업과 동일한 양상으로 중국의 경쟁기업 고사 전략이 현실화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설립 2년에 불과한 YMTC 등 중국 업체들이 3~4년 뒤 공룡 기업이 돼 글로벌 메모리 시장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리면 재무 위기에 빠진 미국, 대만, 한국 기업을 상대로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오브젝티브 애널리시스의 분석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2026년까지 투자 목표치로 설정한 `200조원`의 천문학적 자금이 비단 생산시설뿐 아니라 해외 경쟁기업 M&A 등에 쓰일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은 재원 200조원으로 현재 15%에 불과한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고 설정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처인 중국 시장에서 공급 물량 중 70%를 중국 기업들이 직접 생산한다는 뜻이다. 이를 돌려 해석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상위 3개 기업은 나머지 30% 물량을 가지고 생존해야 한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은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대규모 설비투자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산업"이라며 "공정 향상을 위해 매년 10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 노력과 투자 지속 가능성이 200조원이라는 중국의 막대한 자금력 앞에서 언제까지 확보될지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 더욱 노골적인 인력·기술 탈취를 시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핵심기술 탈취 혐의로 피해를 입었다며 중국의 한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마이크론은 중국 업체가 자사 직원을 영입하면서 핵심 메모리 기술을 함께 빼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크론 임직원은 약 3만2000명으로 삼성전자(5만명)와 SK하이닉스(2만5000명)의 중간 수준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YMTC가 주력 사업으로 키우는 3D 낸드 시장은 소위 `초격차` 전략으로 불리는 삼성전자 기술력이 압도적으로 높다"며 "현저히 유리한 보수 조건으로 한국 기업들의 핵심 연구 인재들을 빼내려는 시도에 해당 기업은 물론 정부 기관도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민단체 재벌개혁 요구 너무 경직…이젠 시민사회 설득 나설것
정혁훈, 석민수, 문재용 기자
입력 : 2018.05.13 18:23:51 수정 : 2018.05.14 07:44:36
◆ 김상조 공정위원장 인터뷰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1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문재인정부는 출범 7일 만인 지난해 5월 17일 첫 장관급 인선으로 김상조 당시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지명자 신분이던 김 위원장은 다음날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서서 `기업집단국`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1년. 김 위원장은 `기업을 너무 쉴 새 없이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재계의 항변과 `재벌개혁 의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시민사회 비판을 모두 들어야 했다.
매일경제는 지난 11일 문재인정부 출범 1주년을 기해 정부 기업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인터뷰했다.
10대그룹 전문경영인과 간담회를 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김 위원장은 "한국 사회가 그동안 양립할 수 없는 두 비판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느라 개혁에 실패한 것"이라며 "양쪽의 비판이 계속되더라도 그 가운데 길로 가는 것이 개혁에 성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재계 간담회 직후 일부 시민단체에서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했는데.
▷시민단체들이 갖고 있는 경제에 대한 인식과 요구는 공권력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과거 정부 때 만들어진 것이다. 그때 만들어진 대안을 현 정부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현 정부 운신의 폭이 너무 좁아져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에 장애가 된다. 공정위원장 2년 차에 들어서는 만큼 이제 시민사회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을 넘어 소통하고 당부하면서 설득하겠다. 재계는 물론 시민사회의 신뢰가 높아져야 정부가 정책적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당장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시민단체에서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응할 것이다.
―반대로 재계와는 1년간 간담회를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 대신 기업에서 공정위의 기업정책이나 개별 기업의 특수한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싶다면 언제든 만날 계획이다.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다. 5대그룹, 10대그룹과 1시간 간담회로 자세한 이야기는 불가능하다. 경쟁사를 옆에 두고 할 수 없는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당장은 1대1 미팅보다는 같은 주제를 놓고 3~4개 그룹과 만나는 것이 부담이 작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 총수를 만나지는 않았는데 이유가 있었나.
▷저는 혁명가가 아니고 진화주의자다.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전문경영인들을 만나면서 성과와 신뢰가 있었고, 이제 좀 더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 요청이 있다면 총수도 만날 수는 있지만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일정한 정도의 과정은 거쳐갈 것이다.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 문제를 해결하는 정답은 금융지주사 전환인가.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하나의 유력한 대안일 뿐 다른 방법도 많다. 금융지주로 전환하면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배주주가 되지 않을 정도인 약 2% 지분만 삼성물산에 매각하면 된다. 금융위원회 결정에 따라 최대 7년까지 유예기간을 둘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보험업법의 계열사 자산 3% 규정을 충족하느냐는 별개 문제다. 정부가 법률적·정책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이를 진공상태에서 결론 내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삼성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과연 이 두 문제에 대해 동시에 충족해야 하나, 둘 중 하나만 충족해도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삼성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계열사 자산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데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 가치가 20조원 수준으로 늘어나 매각이 불가피하다. 예외를 둘 수 있나.
▷기본적으로 금융사의 자산평가는 시가평가가 원칙인데 보험은 장기투자의 특수한 측면이 있어 시가평가 원칙에도 예외가 있다. 미국의 주별 보험업법에도 이러한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그 예외를 얼마만큼 인정해줄 거냐 하는 문제도 삼성이 얼마나 (시장과 사회의) 신뢰를 얻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삼성 하기에 달렸다는 말인가.
▷기본적으로 삼성이 너무 늦지 않게 결단을 내려줬으면 한다. 삼성의 움직임 없이 정부가 미리 판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소한 올해를 넘겨서는 안 될 것이라고 본다. 실행은 아니더라도 계획 정도는 올해 안에 나와야 한다고 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지배구조 개편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텐데.
▷금융당국이 신중하고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로 내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지난 1년간 공직을 맡으면서 깨달은 것은 정부가 일할 때 가장 위험한 게 부처 간 갈등이라는 점이다. 생각이 달라 협의하고 조율할 수는 있지만 그게 끝나기 전에 갈등 형태로 외부에 표출되면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는 금융감독원이 입장을 표명한 뒤 향후 감리위원회 등 공식 절차가 남아 있으니 투명하고 공정하게 프로세스 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문제 해결 방법으로 지주회사로 가느냐 지배회사로 가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 판단의 문제이고, 그에 대한 평가는 정부가 아니라 주주와 시장이 할 것으로 본다. (정부는) 그 과정이 적법하게 이뤄지는지를 예의 주시할 뿐이다.
―재계는 집중투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이 경영권 공격을 부추길까 우려하고 있는데.
▷집중투표제에 대해서는 재계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너무 심하게 우려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한 해에 사외이사 2명을 새로 선출한다고 할 때 집중투표제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 이사회를 장악하려면 최소 3년간 연속으로 주주총회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헤지펀드가 그렇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벌 3세에 대해 새로운 리더십을 말하는 것은 능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인가.
▷재벌 3세들이 능력이 없다거나 검증을 안 거쳤다는 비판이 많지만 직접 만나보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룹 규모가 과거에 비해 너무 커지면서 3세들은 이전처럼 모든 것을 보고받고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아무리 참모의 도움을 받더라도 절대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했다. 상황이 달라졌으니 의사결정자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CEO형` 총수에서 `이사회 의장형` 총수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 선진국에서도 3세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이런 형태의 진화를 거쳤다.
―현 정부가 재벌개혁의 다른 한 축으로 추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작 미국에는 없다는 지적이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 지 오래다. 적어도 유럽연합(EU)에서는 2008년 이후 법(Directive)이다. 미국에는 법령이 없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연기금이 다 적용하고 있다. 우리는 자본시장법에 있지만 미국은 뉴욕증권거래소 규정으로 들어가 있다. 국가별로 스튜어드십 코드의 수준이나 강도가 다를 수는 있지만 심지어 아세안 국가들도 다 하고 있다. 이미 2002년 EU가 도입한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14년 한국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아직도 도입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어떤 방식으로 실행할지 고민해야 하는 문제지, 찬반 논의할 때는 이미 지났다.
◆ 발행당시 적법했던 CB·BW도 뒤탈…`일감몰아주기`도 미래에는 부담될것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근절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경직된 규제를 만드는 것보다는 총수 일가가 자발적으로 변화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김 위원장은 10대 그룹 정책간담회에서 "총수 일가가 비상장·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 자발적으로 모범규준을 만들어 달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지금은 불법이 아니더라도 모호한 회색지대(Gray area)에 있는 문제는 이제 안 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7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 주식 소유 현황`에 따르면 57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중 총수 일가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비상장 계열사가 하나라도 있는 집단은 전체 중 66%인 38개에 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상장 계열사의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현행 30% 이상)일 때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안이 다수 나와 있는데.
▷규제를 강화하면 문제를 조금 완화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정작 일감 몰아주기의 근원적 해결은 안 된다. 지금 일부 회사들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규제 기준에 미달하는 19.9%(비상장사), 29.9%(상장사)인 곳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일감 몰아주기는 이뤄지고 있다. 공정위가 시민단체 주장처럼 시행령을 고쳐 상장사 기준을 강화하면 그 후 공정위의 법안 통과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비상장·비주력 계열사 보유를 자제해 달라며 `미래 기준`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갖는 것이 분명히 불법은 아니고 그것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 수도 없다. 그런데 시장과 사회는 법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기준과 미래의 기준이라는 표현을 썼다. 과거에도 기업들이 뭔가를 결정한 시점에는 불법이 아니었지만 훗날 엄청난 비용을 치른 경험이 많다.
―나중에 법이 바뀌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10년 후 한국 사회가 얼마큼 갈지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단적인 예로 외환위기 직후 2~3년간 많은 기업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대거 발행했다가 나중에 소각했다. 소각하지 못한 기업들은 다 문제를 겪었다. 당시에는 돈 안 들이고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불법도 아니었다. 하지만 엄청난 코스트(비용)를 치렀다. 2000년대 중반에는 행사 가격을 중간에 떨어뜨릴 수 있는 리픽싱 옵션부 CB·BW까지 나왔다.
발행 기업들은 소각하는 데 애를 먹었고, 일부는 형사 제재까지 받았다.
―모범규준을 만들어 달라는 게 무슨 뜻인가.
▷문헌이나 문서로 만들라는 게 아니라 모범적인 관행, 즉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문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중요한 개선 사례들을 축적하고 이것이 굳어지면서 우리 사회에 모범 관행이 된다면 일감 몰아주기라는 단어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 김상조 위원장은…
△1962년 경북 구미 출생 △대일고 △서울대 경제학과 석·박사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연대 소장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 중앙선거대책위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대담 = 정혁훈 경제부장 / 정리 = 석민수 기자 / 문재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유가 급등, 달러 강세,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지는 않을 겁니다. 글로벌 증시 랠리가 계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시작된 `2018 서울머니쇼`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으로 문을 열었다. 이날 연사로 나선 알렉시스 칼라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글로벌 투자전략·자문 총괄 대표(사진)는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정책적으로는 여전히 확장 기조에 있다"며 "글로벌 자산의 지속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상황이 좋다"며 특히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강력한 자신감이 엿보인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SC그룹은 올해 글로벌 주식에 투자하면 연평균 13.6%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고 그 예상이 아직 유효하다는 얘기다.
칼라 대표는 "금리 상승기에는 미국 주식과 대출채권 등이 수익을 낼 확률이 100%로 나타났고 글로벌 주식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도 각각 92%, 83%의 확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채권 투자에 대해서는 "주식에 비해 흔들리고 있지만 신흥시장 채권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달러와 현지통화표시 국공채가 글로벌 채권의 평균 수익률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칼라 대표가 최근 글로벌 증시 조정이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리스크가 더 심해지지 않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칼라 대표는 최근 시장 변동성에 대해 "지난해 말까지 견고했던 `골디락스`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종의 조정기가 나타난 것"이라며 "여전히 경기 확장 국면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세계 경제가 성장 둔화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도 심리적 저지선인 `3%`를 돌파하며 금리 인상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그는 "거시경제 차원에서 큰 위험 요인이 아니다"고 확신했다.
이어 "미국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변화로 인해 경기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도 아주 낮다"고 전망했다. 최근 급등하는 유가에 대해서는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이 늘었기 때문에 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AI 로봇이 머니쇼 개막 선언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사흘 일정으로 개막한 `2018 서울머니쇼`에서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앞줄 왼쪽 넷째)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 다섯째) 등 주요 참석자들이 인공지능 로봇 `머니`와 `리치`의 개막 선언에 박수를 치고 있다. 이번 서울머니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핀테크와 가상화폐 업체가 다수 참여해 인기를 끌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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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러 강세에 대해서도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시계를 좀 더 넓혀 보면 달러 약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 경기에 대한 비관론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상승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칼라 대표는 "유럽 경기는 시장 생각보다 견조한 상황"이라며 "투자자들 기대감이 회복된다면 유로화가 달러화에 비해 다시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갈등에 대해서도 "무역전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 칼라 대표는 "여러 시나리오 중 만약 무역전쟁이 발생한다면 미·중은 국내총생산(GDP)에 각각 3% 정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한국 등 주요 교역국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각종 대책이 나올 것"이라며 "갈등이 어느 정도 지속되겠지만 즉각적 타격은 크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칼라 대표는 오히려 시장 변동성 확대가 투자자들의 `다양성`을 되살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는 (시장이 워낙 호황이라) 투자자 심리에 쏠림 현상이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시장 반응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시장 반응이 다양해질수록 금융시장은 공고해지고 리스크에도 잘 대비할 수 있게 된다"고 낙관했다.
지난달 말 남북정상회담 이후 제기되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은 견고한 수출을 보이고 있어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아직 한국의 밸류에이션(증시 가격 평가) 변화를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대북 리스크가 점차 사라지면 한국 증시는 더 매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별취재팀 = 신헌철 기자(팀장) / 홍장원 기자 / 이덕주 기자 / 김태성 기자 / 김강래 기자 / 노승환 기자 / 오찬종 기자 / 정주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럼프 "이란핵협정 탈퇴" 공식 선언…북핵 압박 효과도 노려(종합)
입력 : 2018.05.09 06:07:58 수정 : 2018.05.09 10:32: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2015년 협정에 공동 서명했던 유럽 동맹국들과 이란이 일제히 반발하는 가운데 이뤄진 미국의 협정 파기 선언으로 중동정세 격화와 국제사회의 안보 불안이 고조될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는 특히 이번 합의 파기를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를 북한에 전하는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이달 또는 6월 초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핵협정은 일방적이며 재앙적이고 끔찍한 협상으로 애초 체결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핵협정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6개국은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정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내용이 없고, 10~15년의 일몰 기간이 끝나면 이란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2016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파기를 공언해 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서 "이 협정으로는 이란 핵폭탄을 막을 수가 없다"고 탈퇴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협정 탈퇴 선언에 따라 미국은 그동안 중단한 이란제재를 90일과 180일인 유예기간이 끝나는 대로 재개하기로 했다.
일(현지시간) `미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한 월가 빅샷들은 월가를 휩쓸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붐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것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했다. 기술 진보가 금융 투자·거래의 효율성을 높이는건 부인할 수 없지만 `AI 맹신`에 빠져 투자를 오판할 경우 큰 손실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통 금융 패러다임을 위협하는 가상화폐에 대해서도 열띤 공방을 벌였다.
데이비드 헌트 PGI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진행된 밀컨 콘퍼런스의 `자산운용 전망` 세션에서 "급변하는 금융시장과 정치·사회·정책상의 돌발 변수 등 매우 복잡하게 얽힌 투자 환경을 인공지능(AI)이 모두 감내하기란 어렵다"며 "AI 기반 투자·매매로 인한 잘못된 의사결정 리스크를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시장평균 수익률을 추구하는 패시브 투자를 비롯해 AI와 머신러닝에 기반한 금융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는 월가 금융기관이 부쩍 늘고 있지만 자칫 투자 오판의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킨 것이다.
노벨 굴라티 투시그마 CEO도 맞장구를 쳤다. 굴라티 CEO는 "AI는 완전히 과대포장됐다"고 운을 뗀 뒤 "잘못 이용했을 경우의 투자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관투자자와 고객 등 여러 시장 참가자와의 원활한 소통과 인간의 직관을 통한 의사 결정 프로세스는 기계가 대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AI는 의사 결정에 한계가 있으며 어디까지나 인간의 업무를 보조해주는 선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 연사들이 `AI 경계론`을 꺼내든 건 월가의 쏠림 현상이 예상외로 크기 때문이다. 대형 은행과 증권사를 비롯해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 각종 금융기관들이 기술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브루스 플랫 브룩필드자산운용 회장은 `글로벌 사모펀드 전망` 세션에서 "기술 진화는 금융업과 투자에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이를 외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대체투자운용사 중 하나인 맨그룹은 AI를 기반으로 운용하는 여러개의 헤지펀드에 대거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가에선 향후 10~20년 내로 AI가 투자종목 선별과 매매, 관리하는 업무를 완전히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금융권의 기술 투자가 본격화하자 IT 인재를 확보하려는 쟁탈전도 치열하다. 론 목 온타리오 교원연금 CEO는 "MIT 학생들이 구글, 애플, 넷플릭스로 취업하길 원하겠지만 자산운용 부문에 이들 IT 인재를 어떻게 데려오느냐가 깊은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가상화폐` 세션에선 가상화폐를 찬성하는 기술기업 CEO들과 이를 반대하는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간의 한치 양보없는 설전이 이어졌다. 사회자가 수차례나 `타임아웃`을 외칠 정도였다.
전자지갑 전문업체인 `아브라`의 빌 바르힛(Barhydt) CEO는 "가상화폐의 가격 변동성이 향후 5~10년간 계속되겠지만 여러 기관투자자 자금이 이 분야로 유입되면서 점차 안정성을 띨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제도권과 유사한 틀을 갖출 것이라는 얘기다.
가상화폐 대출·중계기업 셀시어스네트워크의 알렉스 마신스키 CEO는 "가상화폐는 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거래 수단"이라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가상화폐 세계로 유입될 전망"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은행을 끼지 않는 개인간 거래로 수수료 부담을 없앤 가상화폐는 거래 참여자 모두에게 이득을 준다면서 `탈중앙화`의 이점을 강조했다. 바르힛 CEO는 "가상화폐 거래에 중앙정부와 독재자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루비니 교수가 발끈하고 나섰다. 그는 "가상화폐는 거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치 저장과 결제 안정성을 담보해야 화폐라 부르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결제 속도도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루비니 교수는 "자꾸 탈중앙화를 내세우는데 상위 1%가 비트코인 90%를 장악하고 있다. 극소수가 비트코인을 채굴·소유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집중화 현상이 어디 있나. 비트코인은 사기이고 헛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마신스키 CEO는 "아직 가상화폐 거래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다는데 동의하지만 갈수록 개선될 것"이라며 "당장 안심이 안되면 은행에서 수수료를 내고 거래하면 그만"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가상화폐가 불법으로 치부돼선 안되며 일부 국가들처럼 가상화폐 거래를 당국이 막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벤모 등 모바일 간편 결제를 수억명이 이용하고 있다. 왜 가상화폐만 핀테크의 미래가 돼야 하나"고 반문한 뒤 "중앙화와 보안 기능 없이는 금융거래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 또 세금과 정당한 댓가를 내지 않고 기존 거래망을 빠져나가는건 문제"라고 재차 공격했다.
그는 이어 자금 세탁 우려도 제기했다.
마신스키 CEO는 "대형 기술기업과 벤처캐피탈, 월가 대형 금융기관들이 가상화폐 분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이 멍청해서 돈을 넣는건 아니다"고 주장했고 바르힛 CEO는 "중앙정부의 통제가 없는 대신 많은 가상화폐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진화하고 도태된다"고 말했다. 40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룬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는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폐막했으며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이 마지막날 특별 연사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로스앤젤레스 = 황인혁 특파원]
****文 "주 52시간, 노동자에게 휴식있는 삶 가져다줄 것"
문 대통령, 근로자의날 대국민 메시지 발표¨"모든 성장은 노동자를 위한 성장이어야" "노동, 힘있는 사람들에 의해 홀대·모욕받지 않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노동시간 주 52시간 상한제는 노동자에게 휴식이 있는 삶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근로자의 날`을 맞아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새 정부 출범 후 노동계 숙원이었던 양대지침 폐지부터 시작했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통해 노동의 질을 높이고, 격차를 줄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친노동정책을 하나씩 열거하면서 굳은 실행 의지를 보였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해 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은 오는 7월부터 `주당 법정 근로시간 52시간`을 지켜야 한다.
이와 함께 사업장 규모별(50인~299인 2020년 1월, 5인~49인 2021년 7월)로 ‘주52시간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문 대통령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동시에 실시하려던 `노동기본권 강화 개헌안` 국민투표가 무산된 점에 대해 "무척 아쉽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개헌안에서) `근로`를 `노동`으로 대체하고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단체행동권 강화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개헌 취지를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로 최대한 뒷받침하겠다"며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모든 성장은 노동자를 위한 성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작년 오늘 저는 `노동 존중`을 새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로 삼겠다고 약속했다"며 "노동의 가치와 존엄성보다 더 큰 성장은 없다"고 규정했다.
노동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의 가치와 존엄은 바로 우리 자신의 가치와 존엄"이라며 "노동이 제도에 의해, 또는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 홀대받고 모욕받지 않는 세상을 생각한다"면서 노동정책 지향점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아버지의 손톱에 낀 기름때는 삶을 지탱하고, 어머니의 손톱 밑 흙에서는 희망처럼 곡식이 자란다"며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대한민국은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양극화도 결국 노동문제가 그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정부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사회적 대화만이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대화 창구로서 노사정위원회에서 개편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도 많은 기대를 걸었다. 기존 노동계, 재계, 정부 등 노사정 대표뿐만 아니라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으로 참석자를 다양화해서 사회적 대화기구 대표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노사정 책임있는 당사자들이 국가의 백년대계 주춧돌을 놓는다는 심정으로 중요한 성과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노사가 뜻을 맞추면, 정부는 적극 힘을 보탤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노동이 활기차고 제대로 대우받아야 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계만 기자]
****공시가격 인상에 보유세 강화 추진…`세폭탄` 현실화하나
입력 : 2018.04.30 06:01:25 수정 : 2018.04.30 10:08:22
올해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정부의 보유세 인상을 골자로 한 세제 개혁이 가시화하면서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에 쐐기를 박는 차원에서 공시가격 인상과 동시에 종합부동산세를 중심으로 한 보유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공시가격 증가에 이어 보유세 자체 인상까지 더해지면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이 과거 참여정부 수준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재 국회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제출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개정안에는 현재 공시가격의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폐지해 과세표준을 공시가격 수준으로 높이는 안이 포함돼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의 공시가격이 시가의 70%선으로 낮게 조정되고 있는데 공정시장가액비율까지 적용해 보유세 과표를 낮출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이 경우 '공시가격'이 곧 종부세 '과표'가 돼 세금이 급등하게 된다.
공시가격 6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현재는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적용해 4억8천만원을 과표로 세금을 부과하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없어지면 6억원이 모두 과표가 돼 세율이 종전과 동일해도 세금은 올라간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시가격은 집값 변동기에 '버퍼' 역할을 하도록 통상 시세의 60∼70% 선에서 책정했는데, 1년에 한 번 발표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때는 공시가격이 시세에 육박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과표를 공시가격까지 올리면 세부담이 급증해 조세저항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종부세의 각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도 참여정부의 제도 도입 당시 수준으로 인상하는 안이 추진된다.
개정안에서는 주택분 종부세의 경우 과세표준 6억원 초과 12억원 이하 구간에 대한 세율을 현행 0.75%에서 1%로, 12억원 초과 50억원 이하 구간에 대한 세율을 현행 1%에서 1.5%로 각각 상향했다.
또 '초고가주택'인 50억원 초과 94억원 이하 구간에 대한 세율은 현행 1.5%에서 2%로, 94억원 초과 구간에 대한 세율은 현행 2%에서 3%로 높인다. 세율이 최고 50% 인상되는 것이다.
대신 실수요자인 1주택자는 공시가격 대상을 9억원에서 12억원 초과로 완화해 종부세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보유세 개편의 '키'는 국회가 아닌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쥐고 있다.
재정개혁특위는 이달 초 위원장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 출신인 강병구 인하대 교수를 선임했다.
또 진보 성향의 예산·세제 분야 전문가 30명을 위원으로 위촉하고 보유세 개편 논의에 착수했다.
특위에서는 현재 보유세율을 참여정부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물론, 고가주택 보유자와 저가의 2주택 이상 다주택자와의 과세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지방의 공시가격 3억원짜리 주택 2가구를 가진 사람은 종부세 대상이지만 강남의 9억원 미만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2주택자보다 공시가격이 더 높은데도 종부세를 내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현재 공시가격 9억원인 1가구 1주택 종부세 과세 대상을 국회 의견과 정반대로 '6억원'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강남은 물론, 강북 등 비강남권의 중소형 아파트까지 대거 종부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30일 국토부가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만 봐도 서울의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아파트는 13만5천여가구로 서울 전체 공동주택의 5.5% 수준이지만, 6억원 초과로 확대하면 전체의 12.8%인 31만3천여가구로 배 이상 증가한다.
여기에 1가구 2주택 이상 종부세 대상자와 고가의 단독주택까지 포함하면 종부세 대상자는 더 늘어난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참여정부가 강력한 종부세 도입으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는 것을 현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조세 형평성 문제도 중요하지만 과도한 세부담 증가는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어 완급 조절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값이 치솟고 유가와 금값은 급락하는 등 자산 가격 재조정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가 상승과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국 채권 금리가 오르고 이로 인해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이 같은 시장 흐름이 유가와 금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빅샷들은 초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넘쳐난 유동성이 부동산, 주식, 원자재 등 대다수 자산 가격을 한껏 끌어올려 적당한 투자처를 찾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리 인상발` 자산 가격 재산정(리프라이싱) 우려감이 고조되면서 각종 글로벌 자산에 대한 `투자 경고등`이 켜졌다.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진행된 `미국판 다보스포럼` 밀컨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리언 블랙 아폴로매니지먼트 회장은 "모든 자산 가격이 매우 높고 특히 해외 자산의 적정 가치를 측정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당수 자산이 오를 대로 올랐는데 투자 대기자금은 여전히 넘쳐나는 게 문제다. 글로벌 사모펀드(PEF)의 투자 미소진 물량은 기록적 수준인 1조달러에 달하고, 미국 헤지펀드에 몰린 실탄은 올 1분기에만 45억달러가 추가돼 총 3조2150억달러를 기록했다. 밀컨 콘퍼런스 행사장에서 만난 월가 인사는 "포화 상태인 자금을 어디다 굴려야 할지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가 만만치 않다"며 "모든 기관투자가는 알파(추가 수익)를 창출하는 게 고통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날 연사로 참석한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사장은 자산 가격 재산정이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불거지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산 가격이 연쇄적으로 흔들리는 전조 증상이 포착돼 시장 참가자들이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최근의 촉매제는 `인플레이션 상승 신호`다.
원자재값 상승과 임금 상승 기류,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책 등이 맞물리면서 예상보다 빠른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가 감지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내 금리 인상을 네 번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미국 재무장관을 역임한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이날 행사장에서 "미국 정부가 무리하게 성장을 재촉하면 반드시 재정 적자가 따르고 지속 불가능한 자산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이미 시장이 과잉 유동성에 취해 있는데 대규모 감세와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단행하면 원치 않는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올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2.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7년 2월 이후 최고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9% 상승해 역시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3% 선을 찍고 살짝 하락세를 보였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지난 1일 2.97%를 기록했고 미국 기준금리 변동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200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2.5%대를 상회했다. 이러한 금리 상승 움직임은 연준이 더 빠른 속도로 금리 인상을 결정할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자 달러가 강세를 띠고 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한때 92.57까지 치솟은 뒤 소폭 하락한 92.45를 기록했다. 올해 1월 9일 달러인덱스가 92.53을 기록한 이후 4개월래 최고치다. 지난 4월 중순 88.25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한 것에 비해 4.7% 상승했다. 반면 달러 강세에 유럽의 주요 통화가치는 급락했다. 이날 유로당 달러가치는 전일 대비 0.7% 상승한 1.1993달러에 거래됐는데 이는 올 1월 이후 가장 강한 수준이다. 영국 파운드와 스웨덴 코로나도 달러 대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로이터통신은 올해에도 견고한 경제 성장세가 예상되는 미국과 달리 올해 유럽은 지난해만큼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외환전략가는 "최근까지만 해도 유로화가 달러 대비 강세일 것으로 봤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1유로당 1.21달러를 예상했던 것을 1.15달러 수준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가장 염려되는 신흥국 통화가치도 달러 강세에 타격을 입었다. 지난 1일 터키 리라화 가치와 남아공 랜드화 가치는 각각 전일 대비 1%가량 하락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지난달 27일 대비 2.2% 하락했고, 멕시코 페소화 가치도 1.27%가량 급락했다.
흔히 달러 흐름과 반대로 작용하는 국제 유가와 국제 금값도 하락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1.9% 하락한 배럴당 67.25달러로 거래를 마쳤으며, 이는 지난달 17일 이후 최저치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값은 전날보다 온스당 0.9%(12.4달러) 내린 1306.80달러를 기록했다.
브래드 벡텔 제프리스인터내셔널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달러가 대부분 지표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현물거래에서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자금 흐름 방향이 바뀔 수 있고 그 중심에는 달러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데이비드 헌트 PGI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시장 변동성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라며 "작년은 변동성이 희한한 시기였다. 어느 정도 변동성이 있어야 투자 기회가 있고 더 나은 가격대를 선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김하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